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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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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의 풍수지리] 태종의 킹메이커, 하륜의 묘

  • 기사입력 : 2021-03-05 08:0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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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 재 민 화산풍수지리연구소장

    진양하씨(晋陽河氏) 집성촌인 진주시 대곡면 단목리에 세덕사(世德祠)와 담산고택(澹山古宅)이 있다. 세덕사는 고려조 충절신 하공진의 신위를 모신 사당이다. 경사지를 3단으로 구획한 이곳은 외삼문·경모재(景慕齋)를 첫 번째 단에 배치하고, 두 번째 단에 염수당(念修堂)을, 가장 높은 마지막 단에 내삼문·계원사(啓源祠)·동서무를 ‘ㅁ’자형으로 배치했다.

    담산 하우식의 호를 따서 지은 담산고택은 부모에 대한 효행 등으로 진주지역에서 이름이 나있는 명문집안이지만, 오히려 구본무 전 LG그룹 회장의 외가이자 생가(生家)로 더 알려져 있다. 생전 구회장은 LG트윈스의 구단주로 있을 때, 선수들을 종종 외가인 고택에 초청해 애로사항을 듣고 해결해줬다고 한다. 얼마 전 이곳의 풍수적 입지를 알고자 현지를 방문했었다. 향양천이 흐르는 월아교를 지나 남강로를 따라가다가 좌측으로 꺾으면 단목마을의 좌장격인 세덕사가 있고, 50여미터 떨어진 곳에 담산고택이 있었다. 주산(뒷산)의 가장 왕성한 생기(生氣)를 받는 그 중심에 세덕사가 위치하고 있으며, 담산고택 또한 땅기운이 좋은 곳에 있었다. 주산이 뒤에서 받쳐주고 남강이 앞에서 보호하고 있는 전형적인 배산임수(背山臨水·산을 등지고 물을 바라보는 지세)의 지형이며, 마을 입구(水口·기운이 드나드는 곳)는 좌청룡(좌측 산)과 우백호(우측 산)가 관쇄(關鎖·문을 잠금)를 잘 하고 있어 외부의 흉풍과 살기(殺氣)를 막기에 충분했다. 세덕사와 담산고택의 터는 완만한 경사를 이룬 명당(明堂)이다. 명당은 묘나 집이 주산의 용맥(龍脈·산줄기)을 탄 중심자리에 있어야함이 기본 요건이지만, 너무 급히 내려오는 용맥에는 생기가 머물 수 없다. 경사가 가파르면 오랜 세월동안 비바람에 의해 쉽게 깎여나간 곳으로 땅기운이 나쁘기 때문에 좋은 터가 될 수 없는 것이다.

    풍수에서는 도로를 물로도 본다. 세덕사와 담산고택은 ‘단목길’이 둘러싸고 중심 산줄기가 내려온 곳이다. 이곳의 터는 완만한 경사와 함께 땅속에 바위나 파쇄대(단층을 따라 암석이 부스러진 부분), 수맥이 없고 공극(토양 입자 사이의 틈)이 작기 때문에 지기(地氣)가 충만해 명당의 요건을 갖추게 됐다. 인근 미천면에는 외후손 이준민이 1587년에 건립한 ‘오방재’가 있다. 오방재는 조선 중기에 지은 재실이며 진양하씨의 대표적인 인물로서 태종 이방원 때 영의정을 지낸 하륜을 모시고 있다. 오방재는 주산의 중심 용맥 하단부에 위치하고 있기에 땅심이 뛰어나며 좌청룡과 우백호와 안산(앞산) 또한 품격을 갖추고 있었다.

    게다가 동남향으로 길게 뻗어있는 직선도로인 ‘오방로’를 향(向·재실의 앞쪽 방향)으로 하면 재물이 산지사방으로 흩어지는 흉한 방향이기에 ‘一’자형의 적절한 높이를 갖춘 남서쪽의 안산을 바라보도록 했다. 오방재는 생기를 뿜는 터에 자리를 잡고 있다. 오방재의 뒤쪽 산길을 따라 가면 호정(浩亭) 하륜(1347~1416)의 묘가 있다. 태종 이방원의 킹메이커였던 하륜은 천수를 누리면서 정승에 오르고 태조 때 계룡산 천도를 ‘호순신(중국 송나라 때 풍수가)의 지리신법’을 근거로 반대할 만큼 풍수지리에도 식견이 뛰어났다. 자연히 그의 묘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증폭되면서 풍수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의 필수 답사지가 됐다. 하륜의 묘는 팔각형으로 둘레돌을 쌓고, 무덤 주위에 사각형으로 돌담을 둘렀다. 무덤 앞에는 묘비와 장명등, 문인석이 있으며 무덤 양쪽에는 석인상이 세워져 있다. 주산에서 뻗어 내려온 산줄기는 완경사로 하륜의 묘에서 끝맺음을 하였으니 생기가 왕성한 자리이며 상석 앞 중앙에는 장명등을 세워 봉분으로 부는 바람을 막도록 했다.

    혈은 산기슭(산의 비탈이 끝나는 아랫부분)에 맺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륜의 묘는 산중턱에 있지만 계곡의 물이 혈 앞을 감싸 안고 지나감으로써 기맥을 뭉치게 했다. 이것이 산의 중간 부분에 혈을 맺게 한 원인이며 이를 가리켜 ‘형지기축(形止氣蓄·형이 그치면 氣가 쌓인다)’이라 한다.

    주재민 (화산풍수지리연구소장)

    (사주명리·수맥·작명연구원 055-297-3882)

    (E-mail : ju461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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