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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지구와 우주의 재미있는 숫자- 박영조(한국재료연구원 책임연구원)

  • 기사입력 : 2021-03-07 20:2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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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금부터 나오는 숫자는 정확한 값이 아니라 대충의 값임을 미리 밝힌다. 바다의 평균 수심은 4㎞인데 지구 반경은 6400㎞이므로, 지구를 사과에 비교해보면 그렇게도 넓고 깊어 보이는 바다도 결국 사과 껍질만도 못한 존재에 불과하다. 원의 원주를 구하는 공식에 대입해보면 지구의 둘레는 약 4만㎞인데, 자동차를 1년에 약 1만㎞ 운행한다고 가정하면 대략 4년 정도면 지구 한 바퀴를 돌 수 있다. 지구와 달의 거리는 38만㎞ 정도로, 주행거리를 자랑하는 운전자 중에는 달에 도달한 사람이 있겠고, 아마도 그중에는 왕복주행을 한 사람도 더러 있을 것 같다.

    태양의 반경은 지구보다 약 109배 큰 70만㎞인데 부피는 반경의 3제곱에 비례하므로 태양 속에는 지구를 100만개 정도 넣을 수 있다.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별(항성)인 태양과의 거리(1AU)는 1억5000만㎞로 태양 빛이 지구에 도달하는 데는 8분20초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 태양은 달보다 400배 멀리 떨어져 있는데 하필 400배의 크기 때문에 지구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는 두 곳 모두 비슷한 크기로 보인다.

    동양의 음양사상은 태양과 달의 이 절묘한 크기와 거리 관계가 아니었으면 생겨나지 못했을 수도 있다.

    우리 태양계가 속해 있는 은하에는 태양과 같은 항성이 약 1000억개 있으며 지구와 같은 행성은 당연히 항성의 개수 보다 훨씬 많다. 우리 은하가 속해 있는 우주에는 은하가 1000억 개 존재하고 있으니 태양과 같은 항성이 100해(1000억×1000억)개 있는 것이다. 지구의 사막과 해변의 총 면적 5200만㎢에 모래알의 숫자는 130해 정도로 밤하늘의 별은 정말 모래알만큼 많은 것이다.

    우주의 규모를 고려해보면 태양과 같은 항성도 티끌 먼지와도 같은데 하물며 행성인 지구는 무엇에 비유할 수 있을지 가늠조차 되지 않는다. 여기서 물리적인 숫자로 지구와 인간의 미미함을 알아야 하는데도 자신의 행성을 벗어나 우주로 진출한 최초의 존재인 인간의 위대함을 칭송하는 뻔한 클리셰는 좀 식상해 보이지 않을까.

    1977년 항해를 시작한 보이저호가 태양풍의 영향권을 벗어나 성간우주(인터스텔라)에 진입했는데, 2006년에 지구와 태양 간 거리의 100배를 지나갔다고 한다. 지구를 벗어나 우주로는 상상할 수도 없는 거리를 날아갔는데, 인간이 지구 속으로는 얼마나 깊이 들어갔는지를 살펴보면 그 얕음에 놀라게 된다. 불과 12㎞에 불과하다. 지구 내부의 온도와 압력에 견딜 수 있는 굴착기를 개발하지 못한 것이다. 이 대목에서 흘러간 팝송, 샬린(Charlene)의 ‘I’ve never been to me’가 생각난다.

    생명과 우주의 기원을 탐사하기 위해 머나먼 우주로 날아가고는 있지만, 그 자신의 안으로는 겨우 한 뼘 정도 밖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는 걸 보면, 지구를, 그래서 자신을 얼마나 깊이 이해하는가를 아는 게 우선이 아닌가 싶다.

    박영조(한국재료연구원 책임연구원)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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