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4월 20일 (토)
전체메뉴

[기고] 클럽하우스 현상으로 본 우리 정치- 김지인(창원시의창구선거관리위원회 홍보주무관)

  • 기사입력 : 2021-03-09 19:53:43
  •   

  • 최근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한 사람을 꼽아야 한다면 역시 테슬라의 CEO 일론 머스크일 것이다. 그가 하는 한마디에 주식시장이 요동치고 세계 경제가 움직인다. 사람들은 그가 무엇을 하는지, 어떤 말을 하는지에 촉각을 세운다. 그런 그가 최근 한 신생 SNS를 통해 미국의 주식거래 플랫폼 로빈후드의 CEO와 게임스톱 사태에 대해 설전을 벌인 일은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모으기에 충분했다.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시작된 ‘클럽하우스’ 열풍이 전 세계적으로 퍼지기 시작한 것이다.

    클럽하우스란 기존의 사진·영상기반의 시스템을 벗어나 음성만으로 소통하는 SNS이다. 가입된 사람이면 누구든 대화하고 싶은 주제의 방을 만들 수 있다. 단체 통화와 다른 점이라면 대화에 참여하지 않는 사람도 얼마든지 대화를 들을 수 있고, 하고 싶은 말이 생기면 손을 들어(손모양의 아이콘을 눌러서) 발화자로 참가할 수 있는 점이다. 외에도 초대장 시스템 등 기존의 SNS와 차별을 두는 점이 다양하게 있지만, 가장 중요한 차이점은 ‘보여주는’ SNS에서 ‘이야기하는’ SNS로의 변화이다.

    그동안 우리사회는 보여지는 것들에 집중하였다. 한국에서 유행했던 SNS의 변천사를 보더라도 싸이월드,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틱톡 순으로 글보다는 사진이나 짧은 영상에 더욱 비중을 두는 쪽으로 발전했다. 물론, 보여지는 것에 가치를 두는 것이 항상 나쁜 것은 아니다. 때로는 길고 장황한 설명 보다 간결하고 강렬한 한방이 의미 있는 때가 있는 법이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주객이 전도되어 실질적인 것이 아닌 겉으로 드러나는 것에만 관심을 두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있어빌리티(무언가를 있어 보이게 하는 능력, 있어 보인다+ability)가 하나의 능력으로 인정받는 세상이니 말이다.

    클럽하우스 현상은 이러한 기존문화에 대한 반발이라고 할 수 있다. 간단한 프로필 외에는 어떤 보여지는 것으로도 자신을 표현할 수 없다.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생각하는지 사진이나 영상으로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오직 대화를 통해서만 공유한다. ‘있어’보이기 위한 시도들은 5분안에 밑천을 드러내고 만다. 있어빌리티가 통하지 않는 영역인 것이다. 바로 이 점이 클럽하우스 열풍의 원인이다.

    대중이 변하고 있다. 눈에만 보이는 화려한 것이 아닌 ‘진짜’를 찾고 있다. 단순히 SNS의 주도권을 누가 갖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 사회에 고하는 시대적인 요구인 것이다. 그리고 정치는 그 요구를 마땅히 받아들여야 할 의무가 있다. 이제 더 이상 대중은 ‘있어 보이는’ 후보에 표를 던지지 않는다. ‘진짜’를 가진 후보만이 표를 받을 수 있다. 즉, 지금의 대중은 ‘매니페스토’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지금 우리는 또다시 변화의 물결 앞에 서있다. 그리고 그 거대한 변화의 물결은 우리를 완전히 새로운 곳으로 데려다 줄 것이다. 있어빌리티의 세상이 아닌 ‘진짜’의 세상으로.

    김지인(창원시의창구선거관리위원회 홍보주무관)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