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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아랑전설 속 목민관의 교훈- 김성수(한국전통민속예술보존회장)

  • 기사입력 : 2021-03-11 20:3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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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밀양에는 보물 제147호로 우리나라 3대 누각에 드는 영남루가 있고 그 아래 남천 강변에 조선 명종 때의 설화로 전해지는 아랑낭자의 전설이 깃든 아랑각이 있다. 아랑에 관한 전설은 해마다 납량특집으로 전설의 고향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소재가 되고 있다.

    아랑전설 속에서 우리는 늘 한 여인의 억울한 죽음으로 순결의 화신이 된 대목만 부각시켰다. 그러나 아랑 전설 속에는 세상살이에 또 다른 많은 교훈이 담겨 있다. 굳이 고전소설의 효시로 장화홍련전과 콩쥐팥쥐를 탄생시킨 문학적 배경을 자랑하지 않아도 아랑전설은 권선징악을 대표하는 작품임에는 부인하지 못한다.

    아랑전설에서 순결을 첫 번째 교훈으로 삼는다면 두 번째로 억울한 한 여인의 사연을 듣고 이를 해결해 주는 간담이 큰 부사의 위민정신이야말로 작금에 가장 큰 가치와 덕목임을 상기해야 한다. 붓장사로 전국을 떠돌던 이상사라는 장돌뱅이는 어차피 한번 태어난 세상 원님이나 한번 되어보자는 마음으로 무시무시한 두려움을 무릅쓰고 밀양부사로 자임했다. 억울한 여인의 한을 풀어준 그의 애민사상이 이 시대 가장 본받아야 할 가치로 아랑전설을 다시 기억할 필요가 절실하다. 모르쇠로 일관하는 높은 양반들의 처신이 상식화되어 버린 세상이다. 고위공직자의 위선과 국민을 생각하지 않는 배부른 위정자들의 탐욕과 욕망 앞에서 서민들이 고통받고 있는 세상이다.

    억울한 고통을 겪는 가난한 서민들의 아픔 따윈 헌신짝처럼 외면 당하고 마는 요즘 세상에서 붓장사 이상사가 왜 지금 더욱 위대해 보이는 것일까?

    서민들의 억울함을 귀담아듣고 이를 해결해 주는 가장 기본적 덕목을 가진 지도자가 절실한 시대에 애써 오래 된 전설 속에서 비람직한 지도자상을 떠올리는 마음이 서글프기만 하다.

    힘없는 한 여인의 한을 풀어준 붓장사 이상사와 같은 목민관이 많아야 약한자들이 고통을 덜 받는 세상이 된다. 우리는 그동안 치적 쌓기에만 전전하는 목민관들을 많이 봐 왔다. 사소한 민원에도 귀를 기울여 서민의 목소리를 소중히 여기는 목민관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김성수(한국전통민속예술보존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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