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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9월 25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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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100대 명산 탐방- 손봉출(창녕 영산초등학교 교감)

  • 기사입력 : 2021-03-14 20: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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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언젠가부터 주말이면 아내와 함께 산행을 하는 취미가 생겼다. 처음엔 주로 집에서 가까운 산을 골라 다녔다.

    그러다가 점차 지역을 넓혀 산림청에서 선정한 100대 명산을 탐방하기 시작했다. 산행의 1차 목표는 산꼭대기까지 오르는 것이었다. 정상까지 오르지 않아도 괜찮다는 말은 정상을 밟아본 사람들의 이야기인 경우가 많았다. 산꼭대기에서 발아래 펼쳐진 세상을 바라보는 눈맛은 정상을 오른 사람에게만 주어지는 특권처럼 짜릿했다.

    산에 가는 또 다른 재미 중의 하나는 야생화를 찾아보는 것이었다. 급기야 야생화가 피는 시기에 맞춰 산을 선택하기에 이르렀다. 이젠 소백산하면 모데미풀이, 태백산하면 한계령풀이 먼저 떠오른다.

    이처럼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기분으로 산행을 즐길 즈음에 복병 같은 산을 만났다. 강원도의 동해시와 삼척시 사이에 걸쳐 있는 두타산(頭陀山)이다. 두타산은 높고도 깊은 산이라 오르는데 무척 힘이 들었다. 두타산이라는 이름의 유래는 비가 많이 내려 산꼭대기만 섬처럼 남아서 붙은 이름이라는데 나에겐 ‘골 때리는 산’처럼 느껴졌다. 하필 정상에서 우박을 동반한 소나기를 만나 더 그랬다.

    우리는 갑자기 쏟아진 비를 피하려다 길을 잃고 반대편인 ‘댓재’로 하산하고 말았다. 다행히 소낙비는 그쳤지만 돌아갈 방법이 막막했다. 버스는 몇 시간을 기다려야 했고 택시도 오질 않았다. 할 수 없이 지나가는 차를 향해 손을 들었더니 중년의 부부가 선뜻 타라고 한다. 산에서 비를 맞아 옷이 젖었다며 민망해하니 짐이 많아 차 안이 좁다고 오히려 미안해한다. 목적지가 달라 택시라도 잡을 만한 곳에 내려달라 했더니 고맙게도 우리 차가 있는 곳까지 흔쾌히 태워준다. 두 분은 삼척의 시내에 산다는데 두타산의 입구까지 태워주고 돌아가려면 1시간도 더 걸릴 거리였다.

    그동안 삼척하면 시멘트나 석탄처럼 무거운 느낌의 단어가 먼저 떠올랐는데 이젠 고마운 분들이 사는 곳으로 기억된다. 덕분에 웅장한 산세의 두타산은 100대 명산 중 가장 감동적인 산으로 남았다. 집으로 돌아와 추억하니 머리를 때린 우박마저 고맙다.

    손봉출(창녕 영산초등학교 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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