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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6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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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지역 내 하도급에 인색한 외지 종합건설사

  • 기사입력 : 2021-03-21 20: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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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내서 공사를 수주하거나 대규모 사업을 시행하는 외지 종합건설업체들이 도내 전문업체에게 공사를 하도급하는 데 인색하다는 사실이 관련 자료에서 확인됐다. 대한전문건설협회경남도회가 경남지역 전문건설업체 3409개사의 2020년도 기성실적신고내역을 분석한 결과, 도내서 공사를 수주한 타 시도 종합건설업체가 2조1202억원에 달하는 공종을 하도급하는 과정에서 85%를 도내 업체가 아닌 타 지역 업체에 맡긴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하도급 물량의 15% 정도만 ‘생색내듯’ 도내 업체에 맡겼다는 얘기다. 이는 도내 종합건설업체가 지난해 수주한 8850억원 중 71.55%에 달하는 공종을 도내 전문건설업체에게 하도급한 것과 대비되는 일이다.

    외지 종합건설사들이 전문 공사를 인력이나 장비 조달이 상대적으로 용이한 도내 업체에게 대신 외지 업체들에게 하도급하는 것은 그들만의 오랜 공생 네트워크가 여전히 가동되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사실상 하나의 카르텔로 공생하는 구조를 지역에서도 이어가고 있다는 추측을 낳게 한다. 이런 행태가 지속된다면 지역에서 아무리 큰 사업이 벌어져 봐야 지역 경제에는 거의 도움이 되지 않고, 지역 업체들의 경쟁력은 갈수록 떨어지는 악순환만 되풀이된다. 도내 전문건설업체의 81%가 손익분기점에 미달하는 초라한 경영 성적표를 받은 것도 이런 문제와 인과관계가 있다고 본다.

    지역에서 사업을 벌여 막대한 이익을 취하거나 지역의 예산이 수반되는 사업을 수주한 대형 건설사들이 이익의 일부를 해당 지역에 환원하는 것은 지극히 상식적인 일이다. 그런 상식선의 기대가 공염불이 되는 상황이라면 뭔가 해결책이 필요하다. 가장 효과적인 처방은 대규모 사업 인·허가권을 갖고 있는 지자체가 나서는 것이다. 일부 시장 군수 등이 관내 건설공사현장을 방문해 가급적 관내 기업에게 하도급하고 필요 자재도 현지서 구매토록 건의하고 있지만 현재 드러난 자료로 보면 그런 노력이 크게 빛을 발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그래도 지역경제 활성화와 지역 기업 보호·육성의 책임을 지고 있는 것이 지자체라면 지금보다 더 적극적인 자세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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