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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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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경쟁은 외부용- 최원주(경남ICT협회 거제·통영지회장)

  • 기사입력 : 2021-03-23 20:2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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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다장어가 많이 나는 통영엔 장어 가공업체들이 즐비하다. 가공업체라곤 하지만 바다장어를 손질해 포장하는 것이 대부분이어서 경쟁은 치열하고, 그만큼 신규 업체의 시장진입은 힘들다. 이미 탄탄하게 자리 잡은 기존 업체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설 틈은 좀체 찾기 어렵다.

    얼마 전 바다장어의 스태미너 영양소를 ‘환’으로 만들어 중국에 수출하려는 스타트업 업체 얘기를 들었다. 무릎을 쳤다. 같은 바다장어 가공업이지만 ‘환’이라면 기존 업체와 중복을 피하면서도 기술적으로 진보한 아이템이라고 생각했다. 아니나 다를까 기존 업체들로부터 많은 조언을 받아 아이템을 구체화했다고 한다. 그 덕인지 이 스타트업 업체는 제법 튼튼하게 자리를 잡아 가는 중이다.

    콘텐츠 업계 역시 비슷한 구석이 많다. 각 지역마다 이미 자리 잡은 업체들이 탄탄하게 버티고 있고, 지금 막 사업을 시작하려는 업체도 있다. 물론 시작도 못하고 기획 단계인 예비창업자들도 있을 것이다. 이들 대부분은 콘텐츠가 빈약한 지역 내에서 중복되는 아이템을 두고 불필요한 경쟁을 하곤 한다. 이제 갓 시작한 도전 업체가 똑같은 아이템으로 기존 업체와 경쟁하기 위해서는 무리를 할 수밖에 없다. 기존 업체 입장에서도 도전 업체를 상대하느라 예상에 없던 에너지를 소모하길 원치 않는다. 결국엔 서로가 손해를 보는 경쟁으로 치닫곤 한다. 그래서 그런지 기존 업체와 도전 업체는 대개 서로를 반목하는 경향이 짙다.

    경쟁은 피할 수 있다면 피하는 것이 상책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소통이 중요하다. 기존 업체는 선배의 마음으로 끌어 주고 도전 업체는 도전 업체대로 선배 업체의 길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많은 청년들이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들고 지역으로 내려오지만 기존 업체의 벽을 넘지 못하고 다시 짐을 싸는 사례를 수없이 봐 왔다. 이들 청년들에게 반목 대신 약간의 조언 한 방울만 떨어뜨려 줬더라면 어땠을까? ‘지역에서는 소통과 협업으로, 경쟁은 외부와….’

    지역일수록 스타트업 청년들의 아이디어에 용기를 북돋아 주는 선배 업체들의 아량이 더욱더 절실하다.

    최원주(경남ICT협회 거제·통영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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