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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6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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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보수와 진보 그리고 상식- 박무진(창원시 의창구 주민)

  • 기사입력 : 2021-03-28 20: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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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며칠 전 우리나라의 존경받고 있는 101세의 어느 철학자는 “정의를 상실하면 그 사회는 유지할 수 없다는 게 상식이다”고 하셨다. 상식이 정의였던가? 정의라면 법을 떠올리게 된다. 법과 정의는 불과분의 관계처럼 따라다니기도 하고 일부러 함께 쓰기도 하는 단어이다. 법이란 고귀하며 어느 특별한 때에 특별하게 쓰임을 받거나 일부러 지키거나 하는 게 법인 것처럼 인식되어져 오고 있다는 생각은 나만의 생각일까? 그런데 101년을 살아온 어느 철학자의 생각은 정의가 상식이라 한다. 그렇다면 법이 상식이란 말인가? 이 당연한 사실이 새삼 오늘 많은 의미로 나에게 다가온다. 상식이 무너지면 정의가 무너지고 정의가 인정받지 못하면 무법전치가 된다는 당연한 논리를 붙잡고 나는 오늘 고뇌한다.

    오랫동안 외국생활을 하다가 한국에 돌아온, 법을 전공하는 나에게 요즘 한국사회는 매우 다이내믹하고 나의 호기심을 자극하기도 한다. 마침 서울시장의 재선거라든지, 1년 뒤쯤의 대선 등이 그렇다. 그 한가운데에 요즘 회자되고 있는 말 중, 법과 정의보다 상식이라는 말이 더 무게 있게 다가온다. 나에게 혹자는 질문한다. 보수냐 진보냐 라고…. 난 보수인가 진보인가 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본다. 어느 한쪽이라고 답을 하기에는 마음이 불편하다. 나의 정치적 정체성은 뭐길래 정확하게 어느 한쪽이라고 말을 못하는 걸까 라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어떨 때는 이게 맞기도 하고 어떨 때는 저게 옳기도 하여 주관이 없는 사람처럼 비칠까봐 때로는 마음을 숨기기도 한다. 며칠 전 “상식이 무너지면 사회가 유지될 수 없다”는 노 철학자의 말에서 섬광처럼 뭔가 스쳐 지나간다. 나는 보수도 진보도 아닌 지극히 상식적인 사람인 걸까?

    성인이 되어 돌아온 나의 나라는 여전히 따뜻하고 포근하며 정겹다. 매스컴에서는 정치적 논리로 하루가 멀다 하고 다이내믹한 상황의 연속이지만 주변은 평화롭다. 101세의 노 철학자는 주변의 평화를 걱정한다. 오래 지켜지기를 희망하며 그렇지 못할까봐 염려하는 듯하다. 법을 전공하고 법학자가 되기를 희망하는 나는 노 철학자가 말하는 상식을 습관적으로 법의 논리로 바라본다. 법은 누가 만들었으며 누구를 위하여 존재하는가, 그리고 무엇을 위해 존재하여야 하는가? 법은 상식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믿는 것이 우리의 상식이다. 그래서 법은 정의여야 하며 상식을 위해 존재하여야 한다. 정의가 무너지면 법도 없으며 상식이 무시당하는 순간이 된다.

    누구를 위하여 보수와 진보가 필요한가. 나는 보수이며 진보이고, 진보이며 보수이고자 한다. 상식은 그 둘을 다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필요에 의해 때로는 보수를, 때로는 진보를 가져다 쓰고자 한다. 그 경계란 때로는 있기도 하고 때로는 스스로 허물어 버리기도 할 것이다. 상식 위에서 법이 존재하며 법이 존재할 때 정의가 있다. 정의가 살아있을 때 우리사회는 상식적으로 돌아가게 된다. 그 속에서 나는 오랫동안 그리던 고국의 평화로움을 맘껏 즐길 것이다. 나는 오늘도 우리나라 대한민국에서 행복한 하루를 시작한다.

    박무진(창원시 의창구 주민)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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