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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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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간이역] ‘우리’라는 말- 우영옥

  • 기사입력 : 2021-04-08 08:2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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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향기가 느껴지는 말 한 마디 나눈다

    오랜 통증 굳은 마디 어혈이 풀리고

    훈풍이 슬몃 이는 곳 ‘우리’라는 말 속에는

    철저한 이방인도 풀어지는 온화함

    외길 걷다 지쳐도 돌아보면 더불어

    낯선 듯 익숙해지는 ‘우리’라는 말 앞에서

    참을 인(忍) 새겼어도 아픈 자리 넓어질 때

    약침 한 방 맞으면 다시 서는 오뚝이로

    반가운 믿음의 말이 ‘우리’라는 그 말이다


    ☞ 라일락 향기가 하루의 결을 따라 마블링 하는 4월입니다. 라일락 향기가 품은 하루의 마블링 속에는 벚꽃이 하르르 지고 있구요. 팬지가 바람결에 나비처럼 날아다니고요. 색색의 튤립은 연인들을 유혹하고요. 연분홍 진달래가 떠난 자리에는 진분홍 철쭉들의 수다들로 가득하고요. 민들레, 제비꽃은 어린아이처럼 자리를 펴고 앉아 있어요. 이렇듯 절정의 봄은, 온갖 향기를 우리에게 아낌없이 나눠주면서 안부를 묻듯 말 한 마디씩 걸어주고 있습니다. 꽃향기와 사람 향기가 모여서 ‘우리’라는 그룹을 형성하여 ‘천지’를 ‘창조’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진한 향기 속에 훈훈하게 전해지는 ‘말’, 우영옥 시인의 〈‘우리’라는 말〉을 감상합니다. ‘우리’라는 말은 ‘오랜 통증’과 ‘굳은 마디’에서 서서히 ‘어혈이 풀리’는 듯 참 따뜻하고 포근한 말이어서 ‘훈풍이 슬몃’입니다. ‘우리’라는 다정다감함 속에는 보약 같은 믿음이 자랍니다. 믿음만 있으면 세상사 어떠한 역경도 못 이룰 일 없습니다. 참을 인(忍)자 가슴에 깊이 새겨 시기와 질투와 폭력이란 말도 깨끗이 지우고, 세상에서 제일 포근한 ‘우리’라는 이름으로 따뜻하게 살아가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함께 손잡고 걷는 이 봄날의 꽃길에선 세상이 정말로 건강해질 것이라 확신해봅니다. 임성구(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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