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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4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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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귀촌귀농 성패, 원주민과 동화 여부에 달렸다

  • 기사입력 : 2021-04-08 21: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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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의 그림책 작가들이 하동에 정착하면서 만든 사회적 기업인 ‘구름마’는 고령화와 탈 농·어촌이 가속되고 있는 작금의 현실을 타개할 수 있는, 작지만 눈에 띄는 귀촌 사례로 평가된다. 구름마는 서울 등지에서 활동하던 예술가들이 하동 악양면에 터를 잡고 협동조합을 거쳐 사회적 기업으로 성장한 곳이다. 평사리와 섬진강, 지리산을 바탕으로 문화 콘텐츠 제작·출판, 다양한 여행 상품을 개발하고 있는 구름마는 지역민을 위한 예술 교육과 여행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원주민들과 함께 예술을 공유하는 장도 만들어가고 있는 귀촌 커뮤니티라 할 수 있다. 이들의 귀촌기(歸村記)는 노령화와 탈 농어촌으로 마을 소멸까지 걱정하는 지자체들이 귀촌마을의 그림을 어떻게 그려나가야 할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사실 각 지역마다 귀촌귀어단지를 조성하고 외지인들의 전입을 유도하기 위한 시책을 다양하게 펼치고 있지만 귀촌인들이 원주민과 갈등을 빚거나 충분한 소득원을 마련하지 못해 도시로 되돌아가는 사례도 적지 않다. 남해에 정착했다가 지난해 다시 부산으로 되돌아간 한 부부도 선주민과의 갈등으로 회귀할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지자체들마다 귀촌·귀어시책을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지만 정작 귀촌주민들에 대한 관심과 지원은 상대적으로 적어 시책이 앞으로 더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구름마의 하동 정착 과정 중 마을 공방 조성에 주민들이 직접 참여함으로써 선주민과 이주민이 자연스레 동화하는 모습이 가장 눈에 띈다. 사회적 기업을 통해 정착 소득을 창출하려는 시도는 매우 바람직해 보인다. 문제는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이 외지 청년들을 지역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는 지자체들이 실제 귀촌인의 피부에 와닿는 관심을 보여주고 있느냐는 점이다. 귀촌을 꿈꾸는 청년들이 정녕 무엇을 원하는지, 어떤 게 필요한지 귀를 열라는 귀촌 예술가의 고언을 새길 필요가 있다. 지역 소멸을 걱정하기 앞서 지역을 찾은 손님이자 주민이 된 이들이 원주민들의 공동체에 어떻게 자연스레 스며들게 할 수 있을지를 구름마의 사례를 참고해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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