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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6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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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토박이말의 날’을 아시나요?- 박옥순(경남도의원)

  • 기사입력 : 2021-04-11 20: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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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월 13일은 ‘토박이말 날’이다. 한글날을 모르는 사람 숫자와 토박이말 날을 아는 사람이 숫자가 같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토박이말 날은 대부분 모른다. 나 또한 ‘토박이말바라기’ 상임이사 이창수 선생을 만나서야 알았다. ‘우리말 바르게 쓰기 조례’를 만들면서 맺은 인연이다.

    토박이말 날은 1914년 주시경 선생이 한글과 토박이말을 이어가자고 〈말의 소리〉라는 책을 펴낸 것을 기념하는 날이다. 토박이말은 사전에 ‘본디부터 그 나라나 고장에서 써온 말’인데, 어찌된 일인지 토박이말은 한글과 경쟁 아닌 경쟁을 하는 사이가 됐다.

    한글이 만들어지기 전부터 겨레가 써온 말이니 토박이말은 한글의 어머니인 셈인데, 한글 즉 글자의 우수성만 강조하다 보니 토박이말은 사전 속에나 나오는 말로 저만치 멀어지게 됐다. 혹자는 영어도 한글로 쓰면 한글 아니냐고 묻는다고 한다.

    우리 얼이 들어가지 않은 말은 우리말이라 할 수 없다. 그리고 우리 몸과 마음에 면면히 흐르는 우리 얼은 핏줄처럼 토박이말을 잡아당긴다.

    이 선생이 예를 하나 들어주었다. 아이에게 자음(子音)과 모음(母音)을 어떻게 설명하는지? 한자를 번역해 아들 소리, 어미 소리라고 설명할 건가?

    토박이말로 자음은 닿소리, 모음은 홀소리다. 자음은 혀가 어디든 닿아서 나는 소리, 모음은 어디든 닿지 않고 홀로 나는 소리인 것이다.

    이렇게 설명해주면 아이들이 바로 고개를 주억거린단다. 그 이야기를 듣고 나는 토박이말 뜻을 내 나름으로 다시 만들었다. ‘아이들이 알아차리기 쉬운 말’.

    아이들이 들어서 바로 알 수 있는 말은 연령과 장애를 넘어서 도민 모두가 이해하기 쉬운 말이다. 차별과 배제가 없는 말글살이가 바로 ‘민주주의’이며, 실천해야 할 제1주체는 경남도를 비롯한 공공기관이다.

    내가 몸담고 있는 도의회도 마찬가지다. 의회에 견학 온 아이들에게 “여기는 조례를 만드는 곳이란다”라고 말한들 조례가 뭔지 느낌이 올까?

    이렇게 바꿔보면 좋겠다. “얘들아, 여기는 우리 고장에서 쓰는 법, ‘고장 법’을 만드는 곳이란다.”

    박옥순(경남도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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