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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7월 30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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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포럼] 미꾸라지 한 마리를 잡아야 하는 이유- 양영석(논설위원·부국장)

  • 기사입력 : 2021-04-12 20:0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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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기업 직원·공직자들이 부동산 개발 정보를 빼내 투기를 한 정황이 고구마 줄기 캐듯 곳곳에서 쏟아져 나오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서 비롯된 부동산 투기 의혹을 수사 중인 합동특별수사본부는 적지 않은 숫자의 국가·지방공무원, 지방자치단체장, 국회의원 등을 수사 중이다. 한국 사회의 곪은 단면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

    공직자들의 부동산 투기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과거 대규모 신도시 개발 때마다 수면 위로 떠올랐다. 당시엔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한 이슈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사람들 기억 속에서 잊혀졌다. 그렇게 세월이 흘렀어도 부동산 투기로 인한 사회 혼란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그리고 이번에 LH 사태가 터졌다.

    공직자들의 부동산 투기가 만연하게 된 원인은 투기를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지금껏 만들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본인·가족 명의로 신도시 지구 지정 전 토지를 매입한 이들은 그것이 엄연한 범법 행위인지 알지 못했거나 적발되더라도 처벌받지 않는다고 여겼을 개연성이 있다.

    투기를 하지 않으면 생존 경쟁에서 낙오될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공직자로서의 본분과 책무를 잊게 한 것 일지도 모른다. 월급만 모으고 재테크를 하지 않으면 나만 뒤처진 것 같다는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되는 ‘벼락거지’처럼 말이다.

    욕심은 인간의 본성이 사물을 접하면서 드러나는 자연적인 감정인 칠정(七情) 중 하나다. 즉 물건을 보고 탐하는 마음이 생기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그만큼 제어하기가 어렵다. 요즘 공공 기관에서 의례적으로 하고 있는 청렴 실천 서약서에서 직원들이 다짐하는 ‘나는 직무 수행 상 알게 된 정보를 이용하여 부당한 이익을 도모하지 않겠다’는 청렴 서약으로 부동산 투기를 막기는 역부족이다.

    인간이 윤리를 저버리고 자신의 것이 아니거나 분수를 넘어서는 욕심을 취하려고 할 경우 사회적 규범으로 이를 저지하게 된다. 아담 스미스는 “정의를 강제적으로 지키기 위해서 자연은 인간의 뇌 속에 정의를 침범했을 때 동반되는 처벌에 상당하는 의식, 상응하는 처벌에 대한 공포를 인류 결합의 위대한 보증으로서 심어둔 것이며, 이것이 약자를 보호하고 폭력을 누르고 죄를 응징하게 하는 것이다”고 했다.

    당정은 모든 공직자들의 재산 등록을 의무화해 부동산 투기를 원천 차단하는 것은 물론 부동산 관련 업무 공직자의 업무 관리 지역 내 부동산 신규 취득을 원칙적으로 제한하기로 하는 등 재발 방지를 위한 입법을 서두르고 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이지만 반드시 해야 할 일이다.

    그런데 하위직 공무원·교원들이 재산 등록에 대해 반발하고 있다고 한다. 건축·토목 등 업무와 무관해 실효성이 없고, 부동산 투기의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받기 싫다는 것이다.

    당연히 제기할 수 있는 불만이고 항변이다. 불법 행위로 부동산 투기를 한 공직자들은 극소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몇 명이 문제다. ‘미꾸라지 한 마리가 온 웅덩이를 흐려 놓는다’는 속담이 있듯이 한 사람의 잘못된 행동이 그 집단 전체나 여러 사람에게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인간이기에 견물생심이 생길지 모르니 그럴 여지를 아예 차단하자는 것이다.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어려운 여건에서도 묵묵히 일하고 있는 대다수의 선량한 공직자들이 불필요한 오해를 사지 않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공기업 직원이나 공직자가 관련 정보를 부당하게 이용해 부동산 투기를 한다는 것은 우리 사회의 공정과 신뢰를 무너뜨리는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이번 기회에 무슨 수를 쓰더라도 이런 망국병만은 고쳐보자.

    양영석(논설위원·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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