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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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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교원성과급 폐지해 교육 살리자- 박순걸(밀주초등학교 교감)

  • 기사입력 : 2021-04-13 20:3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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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학교의 예산 중 학급운영비라는 것이 있다. 학교의 규모와 학급수에 따라 지원되는 금액이 다르게 지급된다. 학교장이 다음과 같은 조건을 달고 모든 담임교사에게 똑같이 100만원씩 준다고 가정해보자.

    “이 학급운영비는 학생들을 1년 동안 잘 지켜보고 평가하셨다가 학생들을 성과에 따라 차등하여 배분하세요. 학급을 경영하는데 경쟁을 적절히 잘 활용하면 학생들을 통솔하기 수월해질 겁니다. 평가항목을 정할 때 주의할 게 몇 가지 있습니다. △반장이나 임원을 맡는 학생에게는 가산점을 주고 △시험을 잘 치거나 각종 대회에 입상한 학생들은 가산점을 많이 주고 △컴퓨터로 과제수행 못하면 S는 못 받고 △누가 무슨 등급을 받았는지 비밀로 하고 △학생들이 성과급으로 받은 돈을 서로 균등 분배하는 일이 없도록 감시하고 △만일 비밀이 누설되거나 균등분배한 낌새가 보이는 학급이 하나라도 발견되면 내년부터는 학급운영비를 아예 주지 않겠습니다.” 위의 예시는 교원성과급 제도를 적절히 이용하여 학교를 통제하고 있는 정책의 실체를 패러디한 코미디다.

    2001년 교원성과급이 도입된 이후 수많은 보수와 진보교육단체, 학교의 교장, 교감, 교사들이 유일하게 한목소리를 내며 폐지를 주장했지만 20년이 흐른 지금까지 몇 번의 정권이 바뀌고 교육부 장관이 교체되어도 교육부는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교원성과급은 두 가지의 큰 모순을 가지고 있다. 첫째, 교원성과급은 학교 교육의 효과와 질을 담보하지 않는다. 교육은 백년지대계라 했다. 당장 교육의 효과가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교원성과급의 평가대상은 행정업무의 처리나 정책의 구현이 아니라 교실수업이어야 한다. 수업을 잘하는 교사, 학생을 포용하고 잘 가르치는 교사에게 좋은 등급을 부여하자고 해도 그 결과는 수십 년 후에 학생의 올바른 성장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그러니 당해에 교육과 교실수업의 효과를 어떻게 평가하고 등급을 매길 수 있을까?

    둘째, 교원성과급은 업무성과를 정확하게 평가해내지 못한다. 교원성과급은 근무평정 점수 100% 중 교장이 부여하는 40%와 교감이 주는 20%를 뺀 교사 다면평가자들이 부여한 40%에서 성과급 등급이 결정된다. 근무평정을 잘 받는 교사가 현재 교사업적평가 시스템에서 좋은 성과급 등급을 받을 확률은 상당히 높다. 문제는 근무평정을 최고등급으로 받는 사람이 일반 기업에서 말하는 탁월한 성과와 차이가 있다. 온정주의가 만연한 학교의 문화로 볼 때 대부분의 학교에서 근무평정의 최고등급은 승진을 앞두고 있는 교사들이 받게 된다. 결국 교원성과급은 교육의 효과와 질, 업무성과마저 담보해내지 못함은 물론 교사간의 위화감을 조성하고 교육력을 떨어뜨리는 폐습을 반복시킬 뿐이다. 교원성과급제도를 하루빨리 폐지해야 교육이 살아난다.

    박순걸(밀주초등학교 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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