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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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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선견지명(先見之明)과 우립(雨笠)- 한옥문(경남도의원)

  • 기사입력 : 2021-04-20 20: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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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섯 명의 조난자들이 로빈슨보다 훨씬 더 열악한 상황에서 무인도 생활을 시작한다. 배가 아닌 ‘하늘의 조난자’인 그들은 기구를 조금이라도 가볍게 하려고 소지품을 모두 버렸기 때문이다. 가진 것이라고는 몸에 걸친 옷밖에 없었다. 아무것도 없었을 무인도의 풍부한 천연자원을 최대한 활용하며 생활하다 에너지 고갈에 관한 대화를 나눈다. 석탄이 없으면 기계를 돌릴 수 없다는 걱정에 ‘물’을 태울 것을 제안한다. 석탄이 고갈될지라도 물로부터 빛과 열을 얻을 수 있고 물이 미래의 석탄이라고 한다. 쥘 베른의 ‘신비의 섬’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수소가 에너지로 부상하기 훨씬 이전에 쓰인 이 소설은 미국의 남북전쟁(1861년~65년)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수소는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정부의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 발표 이후 수소가 논란이 되고 있다. 수소충전소도 없는데 차가 팔리겠느냐, 수소폭탄을 집 옆에 두고 불안에 떨며 살아야 하는가, 수소 낭만주의자라 불리는 예찬론자는 사기꾼 취급을 받기도 한다.

    특정 지역에만 매장돼 있는 석유와 달리 수소는 전 세계 어디에서든 물만 있으면 만들 수 있는 에너지원이다. 석유가 생산되는 지역의 패권을 노리기 위한 치열한 전투가 필요 없는 평화의 의미도 담고 있다. 또한 꿈의 에너지이자 어디서나 구할 수 있는 무한 에너지이며, 오염물질을 배출하지 않는 청정에너지이다.

    지난달 24일 경남도에서는 2040 수소 산업 중장기계획 보고회를 했다. 필자는 도의원으로, 도민을 대표해서 수소산업위원회 위원으로 참석했다. 중장기계획에는 주민의 수소에 대해 막연한 불안감을 가지지 않도록 생활 속 수소 보급과 경남의 수소 산업 현황을 분석하고 강점인 산업을 육성하는 수소 산업 육성 2개를 담은 청사진을 제시했다. 수소연료전지로 만든 에너지 사용이 일상화되고 석탄화력발전은 수소 터빈발전으로 바뀐다. 수소 굴착기와 수소 지게차도 건설 현장을 누비게 될 것이라고 한다. 스마트팜과 에너지자립 섬 등 생활과 산업 분야 전반에 걸쳐 수소에너지가 화석 에너지를 대신하게 된다.

    필자는 2020년 초 경남도의회 경제환경위원회 시절 ‘경상남도 수소 산업의 육성 및 지원 조례’를 대표 발의했다. 경남은 자동차, 조선, 기계 산업이 주력산업이고 미래 성장동력산업으로 수소 산업의 육성의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중장기계획이 계획을 토대로 주민수용성과 공감대를 확산하고 수소 산업을 발전시켜 수소 가격을 내려 수소 사회를 실현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실천이 없는, 계획만으로 끝나 “우립(雨笠, 갈삿갓) 만드는 동안에 날이 개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 2040년 기름보일러 대신 수소로 만든 열과 전기로 샤워를 하고 음식을 조리할 수 있기를 바란다.

    한옥문(경남도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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