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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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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메가시티는 새로운 국가발전 전략이다- 홍재우(경남연구원 원장)

  • 기사입력 : 2021-04-20 20: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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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 친구들과의 대화 속에서 발견하는 지방의 모습은 당황스러울 때가 많다. 부산도 시골이라는 식의 인식은 사라졌지만 창원에는 공장만 있고 김해는 평야만 있는 줄 안다. 그렇게 많은 지방 출신이 서울에 진출했음에도 불구하고 지방에 대한 수도권의 이해는 이 수준과 크게 다르지 않다. 지방에 대한 깊은 편견과 무지는 국가 정책 분야의 밑바닥에도 깔려 있다. 중앙의 수많은 정책결정자, 언론인, 오피니언 리더들은 지방의 발전에 대해 두 가지 잘못된 생각에 빠져있다. 첫째는 이 좁은 나라에 수도권 이외 지역에 힘을 분산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다. 수도권이 잘되면 낙수 효과로 지방도 혜택을 받는다고 믿는다. 그러다 보니 지역의 새로운 시도 앞에는 늘 “너희가 그게 왜 필요해?”라는 질문이 따른다. 지방이 건설토목의 SOC사업에만 몰두한다는 편견은 중앙에 광범위하게 퍼져있다. 세금 낭비와 부패를 의심하는 눈길을 거두지 않는다. 수도권은 국가 그 자체지만 지방은 낭비의 본거지로만 본다. 둘째는 지방은 중앙이 정해준 역할에 맞게 ‘특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오랫동안 산업·국토계획은 지역별 기능을 설정했고 지역은 딴생각을 할 수 없었다. 수도권은 금융, 산업, 문화, 행정의 토털 패키지 기능을 갖추어야 하지만 지방의 배를 만들고, 자동차를 조립하고, 화학공장이 있던 곳은 앞으로도 그에 맞는 길을 걸어야 한다. 소위 잘하는 것에 집중하라는 특성화 전략 발전이었다. 이러니 주력산업 하나가 휘청하면 그 지방 전체가 망가진다. 그 고통과 비용은 지방이 감당해야 할 몫이었다. 탈출구를 찾아 첨단 신 산업에 각 지역이 도전을 하면 ‘난립’이라고 개탄이 따랐다.

    이런 20세기 식의 낡은 전략이 오늘날 지방을 황폐화시키고, 수도권마저 망치고, 국가의 성장점을 불구로 만들고 있다. 이제 어디든 더 좋은 일자리, 교육, 문화, 복지 중 어느 하나만 빠져도 매력적인 삶의 공간이 될 수 없다. 이 모두를 수도권이 독점하니 선택은 수도권으로 몰려가는 것뿐이다. 문제는 지나친 수도권 과밀화가 더 이상 감당할 수준을 넘었다는 것이다. ‘소멸’이라는 끔찍한 단어로 경고되는 지방의 수많은 위기와 수도권과 또 그 수도권의 무게 때문에 국가가 직면하고 있는 모든 사회·경제적 문제중 수도권 집중화와 관계가 없는 것이 있을까? 중앙 기득권층의 지역균형발전에 대한 편견과 부족한 상상력은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이제 지방이 스스로를 그리고 수도권을 포함한 국가 전체를 구제할 때이다. 국가의 장기적 발전 동력과 경쟁력의 고갈도 이제 지방이 풀어야 한다. 부울경 메가시티 전략은 지역의 국가 전체에 내놓은 대안이다. 지역이 스스로 전략을 세우고, 궁극적으로 다극화 된 국가 발전 동력을 마련하자는 제안이다. 이 전략은 국가적으로는 분산을, 지역적으로는 거점 도시를 연계한 집중을 기반으로 독자적 경제·사회 생태계를 갖춘 인구 1000만명의 동북아 8대 메가시티를 목표로 한다. 지역에 독특한 비교 우위를 살리면서도 동시에 수도권처럼 각 분야에 걸친 토털 패키지를 가진 국제적 지역 공동체를 건설하는 것이다.

    해야 할 일은 많지만 우선 세 가지가 중요하다. 첫째 메가시티 같은 초광역협력과 거점화 전략이 국가 정책이 되어야 한다. 유럽의 중앙집중형 국가들도 중앙정부의 강력한 지원을 통해 광역형 분권화를 이루었다. 지방의 도전이 수도권과 국가 전체를 살리는 길이라는 중앙정부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둘째, 당장의 이익보다는 미래를 보고 협력해야 한다. 경남, 부산, 울산을 나누고 또 그 내부의 시, 군, 구를 나누는 소지역주의를 극복하는 정치적 지혜와 협력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수도권과 차별성 있는 밑으로부터 살기 좋은 공동체를 건설하기 위해 시민참여 거버넌스를 확대해야 한다. 메가시티는 단순한 거대도시 만들기 사업이 아니다. 부울경이 앞서고 수도권과 다른 지역이 함께하는, 21세기의 남은 80년을 좌우할 최고의 국가 전략이다.

    홍재우(경남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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