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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3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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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BB노인세대’의 서막- 김태문(김해시 시민복지국장)

  • 기사입력 : 2021-04-20 20: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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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떤 나라에서 노인문제로 재정적자가 늘어난다는 것을 알자 자녀의 동의를 받아 노인들을 수용소에 가두고 비밀리에 안락사시킨다. 이를 알고 탈출한 노인들은 무기를 들고 싸우지만 정부가 독감 바이러스를 살포하자 거의 다 죽고 만다. 2002년 베르베르가 쓴 ‘황혼의 반란’이라는 소설 얘기다. 초고령 사회의 불편한 진실에 대해 소설을 빌어 말하고자 한 건 아닐까?

    현재 65세 이상 노인은 대략 850만명. 그들은 유년시절 식민지와 전쟁이라는 고난을 온몸으로 받아들인 세대다. 어린 동생을 업고 피란길에서 울부짖었고, 밀가루 배급을 받기 위해 길게 줄을 선 희미한 흑백사진 속의 사람들이다. 과거 국가로부터 최소한의 보호도 받아 본 적이 없었던 그들에게 정부는 2015년부터 기초연금을 지급했다. 살아온 고달픈 삶과 희생에 대한 보상이라고 봐도 괜찮겠다. 5년이 지난 지금 그들은 조금씩 뒤안길로 사라지고, 새로운 노인세대가 등장하고 있다. 베이비부머들의 노인세대(이하 BB노인세대) 진입이다. 이들 BB노인세대들은 생활 경제력이나 신체나이에 있어 현재 노인들보다 제법 낫다. 내년부터 BB노인세대는 연 평균 83만명씩 늘어나고 출생아수는 25만명을 밑돈다. 기초연금예산은 현재 21조원에서 해마다 2조원씩 늘어 15년 후엔 연간 52조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된다. 30년 후엔 노인인구가 경제활동인구보다 두 배가 넘을 전망이다. 실업률을 감안하면 청년 한명이 부담해야 할 기초연금 비용만 매월 60만원이 훨씬 넘는다는 계산이다. 이렇게 되면 청년들의 소비와 저축여력은 줄어들고 기업도 투자를 줄이게 돼 어려워진 실물경제로 인한 세대 간 갈등의 심각성도 충분히 예견된다.

    BB노인세대에 적용할 기초연금은 현재와 다른 기준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 연금 수령 나이를 해마다 2년씩 늘려 최종적으로는 75세부터 받도록 하고 수급 대상은 노인인구의 50% 이하로 줄이는 것도 한 방법이다. 생활권별로는 복지관과 경로당 중간 형태의 여가와 담소를 즐길 수 있는 실버복합공간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BB노인세대들은 우리 경제발전의 주역이었다는 자부심으로 경로우대 혜택 반납에서 황혼의 의미를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싶다. 현 시점 고양이 목에 방울 다는 정치가 필요해 보인다.

    김태문(김해시 시민복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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