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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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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가을에는 잘 영글어지길- 허만복(전 경남교육삼락회장)

  • 기사입력 : 2021-04-22 19: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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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년 전인 2018년 4월 27일 판문점은 전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킨 곳이다. 65년 만에 남한의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의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가 손을 맞잡고 남북분계선(높이 5㎝ 폭 30㎝)을 넘는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이날 세계 3000여명의 보도진들이 65년 만에 빅이벤트를 생중계하는 것을 보고 가슴 뭉클한 감회와 사뭇 착잡한 심정을 맛보았다. 빅이벤트 며칠 전 평양의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는 ‘봄이 온다’라는 주제로 남북의 연예인들이 서로 손을 맞잡고 가수 이선희의 ‘J에게’를 열창할 때, 전율을 느낄 정도로 주민들이 기립 박수를 보내 주는 모습을 보고 만감이 오갔다.

    65년 동안 굳게 닫혀있던 휴전선이 사라지고 통일이 눈앞에 온 것 같았고, 성급한 학생들은 수학여행은 금강산으로 가고, 여유 있는 사람들은 서울에서 아침밥을 먹고, 점심은 평양에서 냉면을 먹는 시대가 온 것 같다고 허황한 꿈을 꾼 사람도 있었다. 특히 구름 한 점 없는 좋은 계절에 ‘가을이 온다’는 주제로 남쪽에서 행사하자고 찰떡같은 약속을 해놓고 저네들은 감감무소식이다.

    그동안 우리의 수많은 문제 제기에도 일언반구도 없더니, 올 정초에 제8차 북한 최고인민회의에서 북한의 당국자가 갑자기 우리의 관심 두기에 따라서, ‘봄’이 올 수 있다는 취지의 유화정책을 쓰는 것을 옛말에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뼘도 안되는 사람 마음속을 알 수 없다’고 했듯이 정말 저들의 속내를 알다가도 모를 것 같다. 그런데 지난 3월 16일 북한 김여정은 갑자기 미국 바이든 정부와 한미 연합훈련을 두고 3년 전의 봄날은 다시 오기 힘들고 밤잠도 설칠 것이라고 뜬금없는 으름장을 놓는 것을 보고 갈수록 태산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개성의 남북연락사무소 폭파, 미 본토까지 날아갈 수 있는 핵무기의 확장, 핵잠수함의 공개, 며칠 전에는 장·단거리 미사일을 도둑고양이처럼 쏘는가 하면 우리 대통령에게 몰상식한 발언 등 온갖 만행에 대해서는 한마디 언급 않고 철면피같이 ‘봄’ 이야기는 무슨 꿍꿍이 수작인지 이해가 안 간다 .

    지금 우리는 코로나19 감염병과 백신에 모든 국민이 전력을 쏟고 있다. 그리고 정치계는 보궐선거 후유증과 LH 토지투기 사건 등 정권 말기라 나라가 시끌벅적하고 국민의 살림살이도 몹시 어려운데 난데없는 북한의 봄 타령에 혼을 빼앗겨서는 안 될 것이다. 3년 전 평양에서 ‘봄이 온다’라는 주제로행사를 하기까지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그래도 혹시나 우리는 저네들이 약속한 구름 한 점 없는 가을에는 잘 영글어져 만남을 기대했는데, 천방지축 같은 김여정의 한마디에 도루묵이 된 것 같다. 정치와 외교는 생물이라 미래를 예측 못 한다는 말에 또 다른 변화가 있기를 은근히 기대를 해본다.

    허만복(전 경남교육삼락회장)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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