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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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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사회적 거리두기에서 자발적 거리두기로 - 김대군 (경상국립대학교 교수)

  • 기사입력 : 2021-04-25 21: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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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회적 거리두기란 말이 코로나 19 시국이 길어지면서 생활 지침으로 자리잡고 있다. 지난해에 사회적 거리두기는 접촉을 줄여서 바이러스 전파를 막아 보려는 공중 보건 쪽의 감염병 통제 전략으로 시작되었다. 코로나 19 바이러스는 기생체라서 자신의 생존을 위해 인간들의 만남을 이용하고 있고, 인간은 생존을 위해서 사회적 거리두기로 전략적으로 맞서게 된 것이다. 그런데 이제는 감염병 통제 전략을 넘어서서 사회적 거리두기가 하나의 덕목이 되어 사회적 규범을 바꾸어 가고 있다. 과학적 사실에서 규범적 가치로 사회적 거리두기는 의미 확장을 하고 있는 중이다.

    개인주의 사회에서는 이전부터 사회적 거리두기, 개인적 거리두기가 에티켓의 바탕을 이루고 있었다. 미국의 인류학자 에드워드 홀(Edward T. Hall)은 개인적 거리는 46~122㎝(18?48 inches), 사회적 거리는 122~366㎝(48 inches ?12 feet)로 제시했다. ‘사회적’ 거리는 서로 팔을 뻗어도 닿지 않을 2m 정도의 신체 간 간격으로 받아들였고, ‘거리두기’는 그 정도의 물리적 간격을 확보하자고 규범적 권고로 생활화 한 것이다. 아는 사이라 하더라도 1m 정도는 떨어지는 것이 에티켓이고, 낯선 관계라면 당연히 2m 내외로 떨어져야 된다는 규범이 생활화된 것이다.

    이에 비해 우리 사회에서 사회적 거리두기는 코로나 19로 인해 생소하게 다가온 말이다. 거리두기보다는 경계 허물기 또는 거리 좁히기가 미덕인 사회에서 거리를 둔다는 것은 이물감이 있었다. 서로 부대끼며 사는 것이 사람다운 삶이라 생각하는 공동체 문화에 익숙하게 지내다 보니 부모, 친지, 친구 관계조차 거리두기에 매몰된다는 데 대해 불편하고, 우울하고, 죄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추석, 연말, 설을 보내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어느덧 사회적 거리두기는 생활화 되었다. 결혼식, 장례식, 동창회 등 ‘우리 함께’라는 것을 확인하고 삶의 안정감을 찾던 만남이 바이러스로 인해 기력을 잃게 되고, 사회적 거리두기가 우선적인 규범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바이러스 19와 함께 정책적 사회적 거리두기는 빨리 끝내기를 모두가 염원하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론 생활 규범이 되어가는 거리두기가 이참에 필요하다는 주장들도 접하게 된다.

    그동안 공동체 문화의 굴레에 매여 있던 사람들은 거리두기가 해방구처럼 여겨진 것이다. 공동체 문화에 굶주려 있는 개인주의 문화권의 사람들이 공동체 정신을 선망하듯이, 공동체에 엮여서 지칠대로 지쳐본 공동체 문화 속의 개인들은 홀로 있을 권리와 자유를 선망할 수 있다. 한국사회에서 공동체의 인연은 차마 버릴 수 없는 애증에 묶이게 하는 측면도 있었다. 2년차 사회적 거리 두기는 공동체로부터 개인이 독립하게 하는 생활 규범으로 굳히기를 하는 단계에 접어들고 있는 것 같다. 혈연, 학연, 지연을 내세우며 모이자고 제안하기는 조심스러워졌고, 명절도 휴가도 각자 보내는 것이 자연스러워졌다. 공동체 속의 개인 못지않게 공동체와 거리를 둔 개인의 삶도 편안할 수 있다는 점을 공감하게 된 것이다.

    코로나 19 바이러스와의 전쟁에서 승리하더라도 공동체 사회의 만남의 미덕을 예전으로 되돌려 놓지는 못할 것이다. 우리 사회도 서구 문화의 토대를 이루고 있는 개인주의 사회로 좀더 빠르게 이동하리라 본다. 이번 사회적 거리 두기를 계기로 자발적 거리두기에 익숙해져서 개인주의 사회에서 살아가는 법을 익혀 나가는 것도 하나의 길이 될 것이다.

    자발적 거리두기는 공동체에 짓눌려 굴러가던 형식적 모임은 줄이고, 사회적 거리두기로 위축되어 있는 내실 있는 모임은 살려 나가는 것에서 실천 가능하다. 개인주의 문화의 물리적 거리와 공동체 문화의 심리적 거리를 때와 경우에 맞게 유지하는 것이 자발적 거리두기의 기준이 되면 될 것이다.

    김대군 경상국립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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