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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세탁기 제자리 놓기가 마산만을 살린다- 이현근(창원자치부 부장)

  • 기사입력 : 2021-05-10 20:0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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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탁기를 제자리에 놓으세요”

    세탁기를 제자리에 놓으라니? 층간 소음 때문인가….

    다름 아니라 마산과 진해만에 유입되는 세탁하수를 줄이기 위해 시민들과 창원시가 함께 추진하고 있는 ‘맑은 마산만 부활프로젝트’ 캠페인이다. 창원시는 지난 4월 23일 시청 시민홀에서 공동주택 입주자와 환경관련 단체와 함께 ‘세탁기 제자리 놓기’ 범시민운동 선포식을 했다. 세탁기를 사용하고 나면 세제가 섞인 세탁하수가 흘러 나오고, 이는 오수관을 통해 유입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아파트 입주민들은 옥상 빗물이 흘러내리도록 설치된 우수관에 세탁기 호스를 잘못 연결해 그대로 하천을 통해 바다로 흘려보내면서 마산과 진해만을 오염시키고 있다. 하수도법에 따라 세탁하수를 우수관을 통해 버리면 5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돼 있지만 이를 아는 시민들은 드물다. 창원의 환경단체들은 수년 전부터 이 같은 문제해결을 위해 ‘창원시 수생태계회복을 위한 세탁기 제자리 놓기 사업’을 진행해 왔다. 창원시도 뜻에 동조하며 시민, 환경단체 등과 함께 마산만 부활 프로젝트로 세탁기 제자리 놓기 범시민 운동을 시작한 것이다. 시는 마산합포구 해운동 두산 2차·3차 아파트를 시작으로 2026년까지 관내 500가구 이상 오래된 아파트 44곳에 세탁기 제자리 놓기를 마무리하기로 했다. 세탁기 옮기기가 쉽지 않은 가구를 위해 자원봉사자들로 구성된 ‘세탁기 무료 이동 지원팀’도 운영한다.

    잘 살펴보면 오수관과 우수관 구분은 쉽다. 아파트 베란다에는 옥상 빗물이 흘러내리도록 연결한 원통형 관인 우수관이 있고, 오수관은 세탁하수 등 가정에서 발생하는 더러워진 물이 흘러내리도록 베란다 바닥에 설치돼 이후 정화과정을 거쳐 바다로 방류하도록 돼 있다. 얼마나 많은 가구가 세탁기 호스를 우수관에 잘못 연결했는지는 정확하게 파악되지 않고 있지만 생활 속 작은 실수가 자신도 모르게 매일 모두의 자산인 바다를 오염시키고 있는 셈이다.

    이미 지구의 환경오염은 걷잡을 수 없을 만큼 진행돼 각종 이상 기후로 인한 자연재난과 생태계 파괴로 인한 각종 질병으로 이어지면서 인류에 대한 역습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대로는 지구와 후손들의 미래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생존의 위협 속에 깨끗한 지구로 되돌리기 위한 노력들도 가시화되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을 ‘0’으로 만들기 위한 탄소중립 실천이 정부, 기업으로 이어지면서 경유버스는 수소와 전기버스로 대체되고 있고, 석탄화력발전소를 대체할 태양광과 풍력 등 친환경 에너지 연구와 사업에도 막대한 투자를 하는 등 사실상 ‘환경 보호’가 최우선 과제가 됐다. 세탁기 제자리 놓기 캠페인처럼 생활 속 작은 환경보호 실천도 확산되고 있다. 쓰레기 분리배출과 사용하지 않는 플러그 뽑기로 불필요한 에너지 사용을 줄이기, 대중교통 이용하기, 일회용품 안 쓰기, 장바구니 사용하기 등 거창하지 않은 환경보호 실천이 일상 속으로 들어왔다. 그러나 갈 길은 멀다. 전기가 없으면 순식간에 원시 시대로 돌아가야 할 만큼 의존도가 절대적이고, 코로나19로 집콕생활이 많아지면서 음식과 택배 배달로 인한 일회용품 쓰레기가 급증하고 있다. 여전히 안락한 편의를 담보로 미래를 갉아먹고 있다. 오늘 당장 집으로 돌아가거든 세탁기호스가 오수관에 제대로 연결되었는지부터 알아보면 좋겠다. 환경보호는 후손들의 생존을 위한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이현근(창원자치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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