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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6월 21일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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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생이 매일 등교해요… 신나는 야외학습도 하고요”

[코로나 시대 ‘섬마을 학교’는 지금] 통영 욕지도 원량초교에 가다

  • 기사입력 : 2021-05-16 21:3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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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뱃길로 1시간, 통영에서 32km 떨어진 섬 욕지도에는 원량초등학교가 유일하다. 1924년 원량공립보통학교로 개교한 원량초등학교는 근 10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그동안 7400여명의 졸업생을 배출했지만 지금은 전교생 28명이 전부다. 올해 4명의 학생이 졸업하고 2명의 병아리 신입생이 입학했다.

    지난 12일 찾아간 원량초등학교 운동장 잔디밭에 푸르름이 가득했다.

    교사 10명 학생 28명 가족처럼 지내
    예전처럼 섬밖 체험학습 못가지만
    고구마 캐기·치즈 제조·숲길 산책 등
    육지 학교에선 상상 못할 이색수업
    이웃섬 연화분교 찾아 함께 공부도

    욕지도 특산물인 고구마 수확 체험을 마친 원량초등학교 전교생들이 직접 호미로 캔 고구마를 들어보이고 있다./원량초/
    욕지도 특산물인 고구마 수확 체험을 마친 원량초등학교 전교생들이 직접 호미로 캔 고구마를 들어보이고 있다./원량초/

    1학년 2명과 2학년 3명이 함께 수업하는 교실에서는 이따금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창문 너머로 흘러나왔다. 3학년 6명, 4학년 2명, 5학년 8명, 6학년 7명이 각각의 교실에서 진지한 표정으로 수업을 듣고 있다.

    원량초등에는 교장과 교감을 포함해 모두 10명의 교사가 근무하고 있다. 공무직과 일반직까지 포함하면 19명이 28명의 아이들과 함께 공부하고 있는 학교다. 덕분에 학년별 1대 1 수업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원량초등학교는 코로나19 사태 이후에도 휴업 없이 정상적인 교육과정을 진행해 왔다. 청정 섬마을이라는 특성상 집보다 학교가 코로나19에 오히려 더 안전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정봉모 교감은 “코로나19가 처음 유행하던 지난해 초에 잠깐 휴업했을 뿐 그 이후로는 정상적인 교과과정을 꾸준히 진행했다”며 “아이들이 집에 있으면 오히려 외지인과의 접촉이 더 많을 수 있어 방역에 신경을 쓰는 학교에서 정상적으로 수업하는 것이 코로나19에 오히려 더 안전하리라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계절별로 진행하던 체험학습 프로그램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는 점은 원량초 교사들의 고민이다.

    이웃 연화도 연화사로 사찰 체험학습을 간 전교생들.
    이웃 연화도 연화사로 사찰 체험학습을 간 전교생들.
    치즈만들기 체험을 하고 있는 학생들.
    치즈만들기 체험을 하고 있는 학생들.

    원량초등학교는 계절별 일주일씩 아이들과 체험을 떠나는 사계절 학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섬이 전부인 아이들에게 육지 아이들 못지않은 체험의 기회를 주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이 기간 동안 육지의 학교를 방문하기도 하고 섬에서 접하지 못하는 시설을 다녀오기도 한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육지 나들이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원량초등학교 교사들은 육지 나들이를 줄이는 대신 야외 학습을 늘리는 방법으로 체험활동의 질을 높이기로 했다. 욕지 특산물인 고구마밭을 가보기도 하고 학교 계단에 학생들이 직접 도안을 디자인해 색칠하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지난달 진행한 ‘봄 도전학교’ 프로그램의 주제도 ‘욕지 알기’로 정하고 전교생들과 욕지모노레일을 타보고 욕지도 숲길을 산책하며 봄에 자라는 생물들을 살펴보는 시간을 가졌다. 또, 욕지도 인근의 연화도로 건너가 원량초등학교 분교인 연화분교 1학년 1명, 3학년 2명, 5학년 1명 등 4명의 친구와 함께 수업하는 시간도 가졌다.

    전교생이 누나 언니 오빠 동생으로 지내는 원량초등학교에는 때때로 육지 학교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이색 수업이 펼쳐지기도 한다.

    지난 5일엔 6학년 언니 오빠들이 동생들을 위한 어린이날 행사를 직접 준비했다. 6학년들은 자체 회의를 거쳐 동생들에게 선물할 과자 꾸러미를 준비했고, 커다란 공 굴리기와 물 흘리지 않고 나르기, 가위바위보 게임 등 어린이날 프로그램을 직접 기획하고 진행했다. 교실에선 동생들의 손등과 볼에 페이스 페인팅을 그려주는 시간도 마련됐다.

    6학년생들이 어린이날 선물 꾸러미를 만들고 있다.
    6학년생들이 어린이날 선물 꾸러미를 만들고 있다.

    이연욱 교사는 “섬마을 소규모 학교라는 특성상 교사가 학생 개개인의 특성을 파악하고 있기에 학습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고 수업의 만족도도 오히려 높다”며 “자연에서 직접 경험해보는 과정을 통해 자기 주도적 학습 능력을 향상하고, 정기적인 야외 수업을 통해 창의력과 사회적 능력도 향상된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학생 수가 점차 줄어드는 것은 원량초등학교의 또 다른 고민이다.

    정봉모 교감은 “욕지도에서 양식 등 생활을 하면서도 아이를 통영의 육지 학교에 보내려는 사례도 다수 있다”며 “다음 해에 입학할 아이들을 파악해 학부모에게 원량초등의 장점을 설명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기도 한다”고 말했다.

    김성호 기자 ksh@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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