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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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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권수의 한자로 보는 세상 (880) 수기치인(修己治人)

- 자신을 수양하여 다른 사람을 다스린다

  • 기사입력 : 2021-05-18 08:0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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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교(儒敎) 경전 가운데 대학(大學)이란 책은, ‘대인(大人)의 학문’에 관한 내용을 담은 것이다. 대인이란 ‘큰 사람’인데, 곧 지도자란 뜻이다. 대학이란 곧 지도자의 학문이다.

    대학의 내용은 크게 자신을 수양하는 영역인 수신(修身)과 다른 사람을 다스리는 치인(治人)의 영역으로 나뉜다. 치인이라 해서 다른 사람에게 군림해서 통제하는 것이 아니고, 자신이 모범을 보여 다른 사람을 감화시켜 따르게 하는 것이다.

    수신에는 다섯 단계가 있다. 그 첫 단계가 만물의 이치를 궁구하는 격물(格物), 그 다음이 이치를 궁구해서 얻은 지식을 확실히 자기 것으로 만드는 치지(致知), 그다음이 마음에서 나간 뜻을 정성스럽게 하는 성의(誠意), 그다음이 뜻의 바탕인 마음을 바로잡는 정심(正心), 그다음이 자기 몸을 닦는 수신(修身)이다.

    “수신만 하면 되지 복잡하게 앞 단계는 왜 필요합니까?”라고 질문할 수도 있는데, 앞 단계를 모르면 수신이 될 수가 없다. 예를 들면 누가 “바르게 살겠다”라고 다짐을 하고 실천하려고 해도, 어떻게 사는 것이 바르게 사는 것인지를 알아야 실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신의 바탕 위에서 치인(治人)의 단계에 들어가는데, 치인의 단계는 삼단계이다. 먼저 집안을 가지런히 하는 제가(齊家)이다. 수신된 자기 몸으로 가족들에게 모범을 보여 감화시키는 것이다. 그다음 단계는 집안을 잘 다스리면, 추대되어 나라 일을 맡아 다스리는 치국(治國)을 한다. 더 나아가서는 훌륭한 임금을 도와 세상을 평화롭게 하는 평천하(平天下)이다. 유교의 이상적 목표는 천하를 평화롭게 하는 것이다. 요즈음 말로 하면, 이 세상을 사람이 살기에 가장 좋도록 만드는 것이다.

    선비라면 수기만 해서는 안 되고 치인의 경지에까지 가야만, 선비로서의 역할을 다 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수신이 안 된 자들이 단계를 뛰어넘어 치인을 하려서 설치대는 경우가 많았다. 옛날에는 그런 사람이 적었는데, 요즈음은 거의 대부분의 사람이 그런 사람이다.

    요즈음 학교 교육은 수기를 전혀 가르치지 않는다. 가정에서도 가정교육이 없다. 옛날에는 마을에서는 마을 교육이 있었고, 문중에서도 문중교육이 있었다.

    오늘날 각급학교에서는 오로지 지식교육으로 출세하는 길만 가르치고 있다. 진짜 공부는 사람 되는 공부다. 대통령의 지명을 받아 장관, 대법관 되겠다고 청문회에 나온 후보들의 저지른 행위는 거의 범법행위다. 그들은 수기는 안 하고 치인만 하겠다고 하는 사람들이다. 교육의 내용을 개선하고 사회적 분위기를 바꾸지 않으면, 경제가 아무리 발달한다 해도 사람이 살 수 없는 나라가 되고 말 것이다. 사람이 사람을 서로 해치는 시대가 될 것이니까.

    * 修 : 닦을 수. * 己 : 자기 기.

    * 治 : 다스릴 치. * 人 : 사람 인.

    동방한학연구소장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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