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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9월 18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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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너의 이름은- 백현희(진해동부도서관 사서)

  • 기사입력 : 2021-05-23 20:5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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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선생님’. 사서들이 서로를 부르는 호칭이다. 공무원으로서의 호칭은 예전에는 ‘주사님’ 지금은 ‘주무관님’이니, ‘선생님’이라는 호칭은 아마도 교육청 소속 도서관에서 유래한 문화가 아닌가 짐작한다. 도서관의 독특한 문화로 도서관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서로를 ‘OO 선생님, O쌤’으로 부른다. 존중의 의미가 내포된 좋은 문화라 생각한다.

    사서는 고대로부터 다양한 이름으로 존재했다. 왕의 서고를 관리하던 고위 관리이기도 했고, 수도사이기도 했으며, 때로는 학자나 사관이기도 했다. 미래에는 사서가 AI(인공지능)의 모습으로 존재할지도 모른다.

    대학에 입학했을 때나 20년이 훌쩍 지난 지금이나 종이책의 종말과 사서의 소멸에 관한 담론은 지겹도록 계속된다. TV가 나왔다고 라디오가 소멸했느냐, 정보 접근의 사유화와 정보 약자를 위한 배려 등등. 그에 관련된 논의도 여전하다. 앞으로 20년이 더 흐르더라도, 확신할 수 있는 것은 사서는 어떤 이름과 형태로든 존재하리라는 것이다. 먼 옛날부터 그랬듯이. 인간이 정보와 지식을 갈구하는 한, 그것을 관리하고 제공해 줄 어떤 직업은 존재할 것이다. 그것이 꼭 지금과 같은 사서가 아니라도 괜찮다. 도서관이 공익을 위해 존재하고 대가 없는 무상 서비스의 원칙을 지켜낼 수 있다면.

    정세랑의 소설 〈피프티 피플〉에 계약직 사서로 전전하던 주인공이 전공과 전혀 상관없는 일을 하면서도 사람들을 위해 책을 비치하는 내용이 나온다. ‘아무도 한나가 사서인 걸 모르지만 한나는 사서로 살 것이다. 앞으로 또 어떤 직업을 갖게 될지 몰라도 비밀리에는 사서일 것이다.’(p.214-215) 모든 사서의 마음이 그와 같지 않을까. 어떤 곳에서 어떤 이름으로 불리든, 우리의 영혼은 ‘사서’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 누가 알아주지 않더라도.

    사실 도서관에서 가장 많이 불리는 사서의 호칭은 ‘저기요’다. 어린이 이용자들에게는 영원히 ‘아줌마’, ‘아저씨’로 불릴 것이다. 가장 보편적이고 부담 없이, 나를 필요로 해서 불러주는 이름이다. 이름은 누군가가 불러줬을 때 비로소 의미를 가지니까. 다만 ‘이모’만큼은 사양하고 싶다.

    백현희(진해동부도서관 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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