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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5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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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이건희 미술관 수도권 입지, 타당한 일인가

  • 기사입력 : 2021-05-25 20:2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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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내 지자체들이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이 기증한 미술품을 전시할 ‘이건희 미술관’유치를 위해 분투 중이다. 3년 전부터 국립현대미술관을 유치하기 위해 뛰고 있는 창원시가 이건희 컬렉션 1400여점을 이곳으로 가져온다는 포부를 밝힌 가운데 진주시와 의령군이 이 회장 선대 회장과의 연고를 들어 적극적인 유치 활동을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이건희 미술관 수도권 유치 유력’을 시사한 것은 이들 지자체의 노력에 그야말로 찬물을 끼얹는 일이다.

    황 장관은 24일 문화일보와 인터뷰에서 “수도권은 많이 볼 수 있는 접근성이 있는데, 미술관을 지방에 둘 경우 빌바오 효과는 나타나지 않고 유치 경쟁 과열 등으로 엄청난 국고 손실로 이어질 수 있어 매우 신중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발언에는 많은 문제점이 있다. 우선 접근성이라는 단순 접근법으로 이 문제를 판단하는 것은 그야말로 중앙 중심적 사고다. 인구가 많은 수도권을 축으로 두고 많은 이들이 편리하게 미술품을 볼 수 있는 적지를 평가한다면 답은 이미 정해진 것이나 다름없다. 지방은 아예 염두에 두지 않았다는 것으로 이해하면 과한 것인가. 주무 장관이 이런 개념에 매몰돼 있다면 이는 지역민의 문화 향유권을 무시하는 것이다.

    ‘빌바오 효과’도 그렇다. 빌바오 효과는 스러져가던 지방의 한 공업 도시가 문화시설(미술관)을 유치해 극적으로 재생된 사례를 일컫는다. 나날이 팽창하는 수도권이 아니라 쇠퇴 일로를 걷는 지역을 살린 것이 빌바오 효과라면 그 효과를 시험할 대상이 왜 스러지는 지역이 아닌 팽창하는 수도권이어야 하는가. 이런 효과를 노리고 지자체들이 유치 경쟁을 하는 것은 어차피 예견된 일이고 그게 나쁜 것도 아니다. 건전한 경쟁 구도 속에서 적지를 찾으면 될 일이지, 아예 배제할 일은 아니다. 현 정부를 비롯해 역대 정부들이 추구했던 지역균형발전 전략과도 맞지 않는 발상이다. ‘빨대 효과’로 모든 게 수도권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는 현실에서 주무 장관이 이런 발상에 기초해 이 문제를 판단한다면 지역은 더욱더 소외받는 존재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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