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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7월 31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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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군대도 아닌 민간 회사에서 복종 서약이라니

  • 기사입력 : 2021-06-20 20:3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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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함안의 한 기계공구 제조업체에서 있었다는 ‘복종 서약’이 사실이라면 현대판 ‘노예 계약’이라 하겠다. 전국금속노조 경남지부가 18일 주장한 바에 따르면 함안의 A업체는 생산직 노동자를 상대로 ‘서약서’와 ‘비밀유지 서약서’를 작성토록 했다. 그 기간은 2016, 2017년부터 노동조합이 설립된 올해 초까지로 알려지고 있다. 내용을 보면 ‘본인이 금번 귀사에 채용돼 근무함에 있어 하기 사항을 무위준수 할 것을 서약합니다’라는 문구 아래 9개 사항에 대해 복종, 순종, 즉시 사직 등이 적혀 있다. ‘절대 불평함이 없이 순종’, ‘무조건 순응’ 이라는 내용 등은 실소를 자아내게 한다.

    이게 사실이라면 분노하지 않을 국민은 없다. 모두 불법으로, 우리나라 민주화 역사를 감안하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만약 이 서약대로 강요되고 실행됐다면 이 회사는 노동자들의 인권은 물론 자유권, 노동권 등 우리나라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기본적인 인간 존엄과 권리를 짓밟은 것이다. 근로기준법 등의 위반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취재내용을 보면 이 일이 실제로 있은 모양이다. 회사 관계자는 “우리 회사가 지난 2007년 창립했는데, 창립 당시 모기업에서 차용해 온 서류(서약서)가 관례처럼 이어진 것 같다. 최근 채용 과정 전반을 담당하게 된 새 직원이 서류의 불합리성을 확인하고 이미 없앤 상태”라고 했으니 서약서 존재 자체는 일단 시인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이제 공은 국가인권위원회와 노동부, 경찰로 넘어갔다. 이런 인권 유린 및 불법 노동을 엄중히 인식하고 조사와 수사를 통해 그 실행 여부를 밝혀야 한다. 그리고 불법사항에 대해 합당한 처벌함으로써 이런 ‘노예계약’이 노동 현장에서 완전히 사라지도록 해야 한다. 과거의 일이라고 절대 넘어가서는 안 될 것이다. 조사할 대상은 이 회사뿐 아니다. 이런 복종 서약이 관례처럼 이어지도록 한 이 회사 모기업의 상황도 살펴보아야 한다. 처벌이야 시효까지만 가능하겠지만 불법의 실체는 과거부터 밝혀 세상에 알려야 한다. 불법의 원인과 원조를 살피는 것도 처벌과 같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야 앞으로 이런 불법의 씨앗이 이 땅에 다시 뿌려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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