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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8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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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망막병증] 방치했다간 눈앞이 깜깜해진다

망막 미세혈관 당뇨로 인해 손상
초기에 증상 없어 시력 저하 초래
실명 위험도 커 주기적 검진 필요

  • 기사입력 : 2021-06-21 08:0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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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잦은 야근에 시달리던 직장인 A(43세·남)씨는 몇 달 전부터 눈이 침침했다. 단순 노안이라 생각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긴 A씨는 눈에 좋다는 영양제만 챙겨 먹었다. 그러던 어느 날 운전을 하던 중 갑자기 오른쪽 눈이 보이지 않자 급히 인근 대학병원을 찾았다. 검사 결과 A씨는 당뇨병 합병증인 당뇨망막병증을 진단받았다. 작년 건강검진에서 당뇨 의심 진단을 받은 A씨는 아무런 증상이 없어 그동안 따로 혈당 조절을 하지 않았는데, 의사로부터 자칫 실명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깜짝 놀랐다.

    평균 수명이 증가함에 따라 노인 인구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당뇨와 같은 만성질환의 유병률이 높아지고 있다. 게다가 최근에는 현대인들의 서구화된 식습관과 운동 부족으로 인해 비만 환자가 증가하면서, 젊은 나이에도 당뇨를 진단받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25세 이상 성인의 시력 손상을 초래하는 원인 1위이자 당뇨환자의 실명 위험을 높이는 ‘당뇨망막병증’에 대해 알아보자.

    성균관대 삼성창원병원 안과 노현철 교수가 눈 검사를 하고 있다./삼성창원병원/
    성균관대 삼성창원병원 안과 노현철 교수가 눈 검사를 하고 있다./삼성창원병원/

    ◇ 당뇨망막병증, 망막의 미세혈관이 당뇨로 인해 손상…진행 시 실명 가능성 커

    망막은 눈의 가장 안쪽에 있는 얇은 신경 막이다. 시력을 담당하는 가장 중요한 조직으로, 카메라에 비유하면 필름 역할을 한다. 이렇게 중요한 역할을 하는 망막의 미세혈관이 당뇨로 인해 손상되는 질환을 당뇨망막병증이라 부른다. 제1형 또는 제2형 당뇨병을 앓는 환자 모두에서 당뇨망막병증이 발생할 위험이 있다.

    특히, 당뇨를 오래 앓은 환자일수록 당뇨망막병증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며, 혈당 조절이 잘 이뤄지지 않을 때 더욱 잘 발생한다.

    당뇨망막병증은 망막 혈관의 손상으로 인해 국소적으로 망막출혈, 삼출물 등이 나타나는 ‘비증식성’ 단계부터 시작된다. 혈관이 손상돼 망막에 허혈(해당 조직에 공급되는 혈액의 양이 감소한 상태)이 발생하면 산소를 새롭게 공급받기 위해 망막 곳곳에 비정상적인 신생혈관이 만들어진다. 이를 ‘증식성’ 단계라고 한다. 이때 만들어진 신생혈관은 혈관 벽이 약해 쉽게 터진다. 따라서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으면 유리체출혈, 망막앞출혈뿐만 아니라 섬유화증식 및 견인망막박리 등이 발생할 수 있어 실명 위험이 커진다.

    당뇨망막병증에서 시력 저하가 발생하는 원인으로는 위와 같은 신생혈관으로 인한 합병증과 당뇨황반부종을 들 수 있다. 비증식성 또는 증식성 어느 단계에서나 발생할 수 있는 당뇨황반부종은 혈관 손상으로 인해 체액이 혈관 밖으로 누출돼 시력 중심부인 황반에 물이 차는 것을 말한다. 이때 시야가 뿌옇게 되면서 시력이 떨어지고 물체가 구부러져 보이는 변형시가 나타날 수 있다.

    ◇ 범망막광응고술, 안내주사, 수술적 치료 등…적절한 시기에 치료해야 실명 예방

    정확한 안저검사를 위해 동공이 확대된 상태에서 검사를 진행한다. 상태에 따라 빛 간섭 단층촬영 및 형광안저촬영이라는 특수한 검사를 통해 망막 상태와 신생혈관 발생 여부를 파악한다.

    신생혈관이 발생한 ‘증식성’ 단계에서는 범망막광응고술 치료가 필요하다. 범망막광응고술은 레이저를 통해 허혈된 주변부 망막을 파괴하는 치료이다. 이미 형성된 신생혈관을 퇴행시키고 새로운 신생혈관 형성을 억제함으로써, 유리체출혈, 견인망막박리 등 실명을 일으키는 여러 합병증을 예방할 수 있다.

    미국 국립 안과 연구소의 대규모 임상 연구인 DRS(Diabetic Retinopathy Study)는 범망막광응고술이 증식성 당뇨망막병증으로 인한 심각한 시력상실을 50% 이상 감소시키는 것으로 보고했다. 치료는 레이저실에서 점안마취만을 이용해 시행하게 되며, 보통 한눈을 2주 간격으로 2~3회에 나누어 치료한다.

    당뇨황반부종이 동반된 경우에는 최근 들어 안내주사를 이용해 치료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항-혈관내피성장인자 또는 스테로이드 약물을 안구의 내부인 유리체강 내에 직접 주사한다. 한 번의 주사로 치료가 끝나는 경우는 드물며, 대부분 여러 번 반복적인 주사가 필요하다. 외래 처치실 또는 수술실에서 점안마취 및 소독을 시행한 후에 무균적으로 시술한다. 레이저, 안내주사 치료에도 불구하고 당뇨망막병증이 악화될 때는 수술적 치료가 필요하다.

    ◇증상 없더라도 정기검진으로 조기 발견해야… 혈당 조절, 금연 등도 필요

    문제는 당뇨망막병증이 많이 진행됐다 하더라도 시력 중심부인 황반을 침범하지 않으면 환자가 증상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당뇨환자라면 불편한 증상이 없더라도 정기적인 안과 진료가 꼭 필요하다.

    제1형 당뇨병의 경우 당뇨 진단 후 5년 이내, 제2형 당뇨병의 경우 진단 즉시 첫 안과 검진을 받아야 하며, 이후에는 최소 1년에 한 번씩 안과 검진을 받아야 한다.

    당뇨망막병증의 발생을 예방하고 진행을 늦추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엄격한 혈당 조절이다. 혈당 조절이 잘 이뤄지지 않으면 당뇨망막병증이 짧은 시간 내 악화될 수 있다. ‘당뇨 조절 및 합병증 연구(Diabetes Control and Complication Trial)’에 따르면 당화혈색소를 현재 상태에서 10% 낮추면 망막병증의 진행을 40~50% 늦출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고혈압이 동반된 환자의 경우 철저한 혈압조절을 통해 당뇨망막병증의 진행을 늦출 수 있다. 또한 고지혈증, 신장질환 등과 같은 전신질환을 잘 관리하고 일상생활에서 금연하면 당뇨망막병증의 악화를 예방할 수 있다.

    성균관대학교 삼성창원병원 안과 노현철 교수는 “당뇨망막병증은 25세 이상 성인의 시력 손상을 초래하는 가장 큰 원인으로, 정기검진을 통해 조기에 발견하고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합병증으로 인한 시력 손상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다”며 “엄격한 혈당 관리, 운동, 금연, 생활 습관 개선도 당뇨망막병증 예방에 필수요소”라고 말했다.

    정민주 기자 joo@knnews.co.kr

    <도움말=성균관대학교 삼성창원병원 안과 노현철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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