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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7월 30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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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년간 한곳서 장사했건만…” 乙의 한숨

창원 회원동 반도양화점 내달 폐점
임대인, 재건축 이유로 퇴거 요구
법 위반 없어 ‘300만원 보상금’ 전부

  • 기사입력 : 2021-06-21 21: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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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9년간 여기서 양화를 제작하고 판매했다. 최근 재개발 사업으로 상권이 활성화되자 3년 전 재건축 목적으로 건물을 매입한 임대인(마산 동부새마을금고)이 퇴거를 요구해 이달을 끝으로 장사를 접게 됐다. 나름대로 항의도 했지만 소용없었다. 세입자는 언제나 ‘을’인 점을 39년 만에 느낀다.”

    창원시 회원동 반도양화점이 10일 뒤인 내달 1일 문을 닫는다. 1년 전 임대인이 재건축을 위해 세입자에게 퇴거를 요구하며 소송을 진행했고, 지난달 법원으로부터 ‘300만원을 받고 퇴거하라’는 화해권고결정이 내려졌기 때문이다.

    21일 창원시 마산회원구 회원동에서 39년째 반도양화점을 운영중인 하영태씨가 내달 퇴거를 앞두고 구두를 정리하고 있다./김승권 기자/
    21일 창원시 마산회원구 회원동에서 39년째 반도양화점을 운영중인 하영태씨가 내달 퇴거를 앞두고 구두를 정리하고 있다./김승권 기자/

    21일 오전 11시 반도양화점. 이 점포에서의 생활이 10일밖에 남지 않은 하영태(76)씨는 평소와 다름 없이 전시된 양화를 아무말 없이 닦고 있다. 변함없는 하씨와는 달리 상가 풍경은 많이 달라졌다. 불과 3개월 전만 하더라도 영업을 하던 노래방, 안경점은 문을 닫았고 유리창 곳곳에는 빨간색으로 ‘철거’, ‘X’ 등 문구가 적혀 있다. 인접한 다른 상가의 떡집과 식당도 마찬가지다. 현재 해당 상가에는 휴대폰 대리점과 하씨의 양화점이 유일하게 영업 중이다.

    이는 3년 전 이곳 건물들을 매입한 임대인이 재건축을 위해 임대차 계약 만료 시기에 맞춰 1년 전부터 세입자들에게 퇴거를 요구하면서 벌어진 상황이다. 상가건물 임대차 보호법 제10조 1항에 따르면, 임대인이 건물의 전부 또는 대부분을 철거하거나 재건축하기 위해 건물 점유를 회복할 필요가 있을 경우 임대인은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를 거절할 수 있다.

    하씨 등 일부 세입자들이 반발했지만, 임대인은 명도소송을 제기하며 퇴거를 추진해 나갔다. 이에 3개월 전 안경점을 시작으로 이달 초 식당까지 줄줄이 문을 닫고 상가를 떠났다. 하씨는 3개월 전 안경점이 문을 닫자 ‘철거’ 문구가 크게 적힌 유리창 위에 ‘새마을금고는 임차인에게 생존권을 보장하라’라는 현수막을 내걸고 장사를 계속하기 위한 투쟁을 벌였다.

    “임대인은 작년 10월 ‘12월까지 퇴거하면 이사비 300만원을 주겠다’고 했다. 세입자들은 남은 계약 기간 등을 이유로 반발했지만 올해 4~6월 임대차 계약이 만료되자 결국 짐을 비워야만 했다. 나도 마지막을 준비 중이다. 20~30년 된 단골들은 어디로 옮기냐고 묻는다. 이 나이에 새로운 곳에서 장사를 계속할지 고민이라 답을 회피하고 있다.”

    지난달 21일 법원은 하씨에게 ‘300만원을 받고 퇴거하라’는 내용의 화해 권고 결정을 내렸다. 임대인의 명도소송에 대응해 하씨가 화해를 요청한 결과다. 그는 법적 다툼을 오래 할 여력이 없다. 현재 반도양화점 입구에는 ‘점포 정리 왕창 세일’이라 적힌 현수막이 내걸려 있다.

    하씨는 재개발 사업 지역과 접한 상업지구 내 발생하는 재건축으로 인한 세입자들의 퇴거 피해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도양화점이 자리 잡은 회원동은 재개발 사업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하씨는 “이달 초 떠난 식당 주인은 6년 전 1억4000만원을 들여 가게를 열었다. 인근에 재개발 사업이 활발해 상업지구 활성화를 기대한 것이다. 하지만 재건축을 목표로 한 새 임대인이 들어왔고, 가게조차 팔 수 없게 되면서 권리금 회수도 못 한 채 떠났다”고 설명했다.

    해당 식당 주인 A씨는 “코로나19 상황 속에 장사가 안돼도 재개발 사업 완료 후 상권 활성화를 기대하며 버텼지만, 몇 번 밀린 월세가 명도소송의 빌미가 됐다”며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권 행사기간을 기존 5년에서 10년으로 연장하는 상가임대차보호법이 2018년 개정됐지만 그 전에 계약을 진행해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한 채 점포를 비워야만 했다”고 호소했다.

    마산 동부새마을금고 측은 해당 건물 세입자 퇴거 과정은 적법한 절차에 의해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새마을금고 측은 “세입자들에게 보상금을 줘야 한다는 의무도 없지만 초기부터 300만원을 지급하겠다고 제안한 상황에서 하씨가 요구한 금액을 들어줄 수 없다”며 “하씨가 먼저 화해를 요청해 응했고 300만원 지급이 결정된 상황에서 하씨가 이를 문제 삼는 건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용락 기자 rock@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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