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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예찬] (1) 페트라싱어즈

“노래 계속하고 싶어 새로운 콘텐츠로 꿈 이루는 중”

  • 기사입력 : 2021-07-05 21:2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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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남은 김춘수, 이원수, 윤이상, 유치환, 전혁림 등 다양한 예술분야에서 걸출한 인재를 두루 배출했다. 이들이 대표작을 내놓은 나이는 20~30대로, ‘청춘’이었다.

    그러나 한동안 도내 예술계에서 눈에 띄는 젊은 예술인 찾기란 쉽지 않았다. 기성예술인 가운데 일부는 권력화, 관성화돼 혈혈단신 활동하는 신인에게 공정한 기회가 많이 주어지지 않는 문제가 발생했다.

    새로운 시도의 낯섦을 불편하게 여기는 분위기도 한몫했다. 최근 젊은 예술인들이 목소리를 내고 있다. 가진 것 없이 기백만 살아있는 청춘들이 아니다. 이들은 직업으로의 열정과 재능을 바탕으로 꿈을 키우고 있다.

    청춘예찬 시리즈는 예술인의 길에 용기 있게 첫걸음을 내디딘 새 얼굴을 소개한다.


    창원대서 성악 전공한 조은별·여수현·주선언씨
    신인 성악가 현실의 벽 부딪히며 2019년 창단
    솔로부터 합창곡까지 다양한 레퍼토리 선보여

    ‘학교 찾아가는 공연’ 호평에 올해 군부대 공연 시작
    유튜브서 창작곡 챌린지·커버곡 등으로 인기도
    “우리가 모범사례 돼 청년예술인 관심 이어지길”

    학교에서 공연을 하고 있는 페트라싱어즈. 왼쪽부터 주선언, 조은별, 여수현씨./페트라싱어즈/
    학교에서 공연을 하고 있는 페트라싱어즈. 왼쪽부터 주선언, 조은별, 여수현씨./페트라싱어즈/
    페트라싱어즈 활동사진
    공연을 하고 있는 페트라싱어즈.

    창원대 출신의 세 명의 디바가 성악그룹을 만들었다. 이들은 코로나19로 침체된 공연시장에 새로운 시도와 참신하고 독특한 소재로 돌파구를 마련하고 있다.

    ◇장르엔 귀천이 없다= 페트라싱어즈는 창원대학교 예술대 음악과에서 성악을 전공한 조은별(25), 여수현(27), 주선언(27)씨로 꾸려진 그룹이다. 공연 땐 피아노 반주를 해주는 한예란(31)씨와 최예찬(32)씨가 함께 무대에 오른다. 조은별씨는 제3회 비르트오조 인터내셔널 콩쿠르 전체 부문 2위를 하고 오페라 ‘코지판투테’, ‘정열공 최윤덕’ 등에 출연했다. 여수현씨는 오페라 ‘리골레토’와 뮤지컬 ‘당신이 좋아’에 출연했으며, 경남프리마앙상블 단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주선언씨도 제44회 한국음악협회 부산지회 전국학생음악경연대회에서 1위를 했으며, 오페라 ‘청라언덕’에 출연했다. 또 창원문화재단 2018 라이징아티스트 콘서트에 출연할 기회가 있었다. 개개인으로 열심히 활동하는 이들이 왜 의기투합했을까. ‘좋아하는 노래를 계속하고 싶어서’라는 답이 돌아왔다.

    멤버들은 학교에서 같이 수업을 들으며 꿈을 키워 왔다. 지역에서 성악을 전공하면 대개 프리랜서보다는 합창단 단원을 희망한다. 안정적으로 무대에 설 수 있어서다. 이들 역시 그랬다. 그러나 현실의 벽은 높았다. 지역에서 신인 성악가가 참여할 수 있는 공연이 한정적인 데다 경력이 적다 보니 공모사업 따내기도 쉽지 않았다고 한다.

    주선언씨는 “젊으니까 실패해도 시간이 충분하고 또 도전할 수 있잖아요. 함께하면 더 좋은 결과물이 있지 않을까 했어요. 그래서 여기저기 서류를 냈는데, 예상 외로 좋은 성과가 나오더라고요.” 막내지만 팀의 리더를 맡고 있는 조은별씨는 “성악을 전공했는데 왜 가요를 부르냐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어요. 음악 장르에 귀천이 있나요? 무대에서 다양한 음악을 들려드리는 게 저희의 목표예요.”

    페트라싱어즈 활동사진
    공연을 하고 있는 페트라싱어즈.
    페트라싱어즈 활동사진
    공연을 하고 있는 페트라싱어즈.

    ◇‘블루오션’ 개척= 2019년 창단한 페트라싱어즈는 여성합창의 새로운 콘텐츠를 개발해 관련 예술분야의 방향성을 제시하고자 한다. 그래서 솔로부터 합창곡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레퍼토리를 꾸리고 기존의 공연과 다른 콘셉트를 선보이려 고심한다. 지난해엔 학교에 찾아가는 공연을 했는데 초·중·고 차별을 두고 프로그램을 기획해 호응이 컸다.

    올해는 ‘전국구’ 무대를 누빌 예정이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시행하는 ‘신나는 예술여행’ 주관 단체로 선정돼 군부대를 찾는다. 이들은 경기 가평 공군 제8386 부대를 시작으로 진해 청해진함 등 10개 군부대에서 ‘오페라 속 그녀들의 수다’를 주제로 공연에 나선다. 오페라 아리아부터 한국 가곡, 뮤지컬, 가요 등을 솔로와 중창을 선보인다. 이 밖에도 기존 오페라의 여주인공들로만 구성해 현대적으로 스토리텔링한 공연과 어린이와 ‘어른이’를 위한 ‘디즈니가 그린 세상’ 등도 준비 중이다.

    유튜브 채널도 개설했다. 연초에 공연이 별로 없어 소통하는 방법을 찾다 시작했다. 경남의 작곡가들과 함께하는 창작곡 챌린지, 성악가가 부르는 가요, ‘목풀다가 커버까지’ 등 다양한 영상을 올리고 있다. 영상마다 반응이 좋아 ‘조회수 깡패’로 불린다는 수현씨는 “우리가 하는 노래들을 좋아해주고 노력을 알아주는 것 같아 격려받는 기분이예요”라고 했다.

    페트라싱어즈 활동사진
    공연을 하고 있는 페트라싱어즈.
    페트라싱어즈 활동사진
    공연연습을 하고 있는 페트라싱어즈.

    ◇청년 예술인 많아지길= 페트라싱어즈는 참신한 아이디어를 내놓지만 현실의 벽에 부딪히곤 한다. 멤버들은 주변에서 너무 앞서가지 말라는 우려를 듣는다고 했다. 은별씨는 “새롭다는 건 정통성과 반대되잖아요. 기성세대와 혼합되지 않는 무언가가 있어요. 청년들에게 예술 관련 공모사업에 많이 지원하라지만 심사는 청년이 아닌 분들이 해요. 경험과 경력을 중요시하는 기존의 심사로 ‘VR공연’, ‘메타버스를 활용한 가상공간 공연’들이 얼마나 인정을 받을까요?”라고 했다.

    그래도 이들은 청년예술인에 대한 관심이 계속 이어지길 희망했다. 페트라싱어즈가 모범사례가 돼 또래들을 계속 경남에 머물게 하고 나아가 타지의 청년들이 경남을 부러워하게 만드는 게 꿈이다. 도전하면 기회가 온다는 것을 결과로 보여주는 게 청년에게 주는 관심의 보답이라고 했다.

    아직 마땅한 연습실이 없어 창원NC파크 내 실내체육관 1층 경남영상위원회 사무실에 더부살이 중이다. 그래도 세 친구들은 연습할 공간이 있다는 게 어디냐고 웃었다. 선언씨는 “사무실로 쓰셔서 주로 밤에 연습하거든요. 하루는 경비 아저씨가 오시기에 혼날 줄 알았는데, 듣기 좋다고 말씀해주시더라고요”고 말했다.

    페트라싱어즈는 아직 이룬 것보다 이룰 게 많아 행복하다. 은별씨는 “성악을 전공했지만 요즘 트로트나 힙합이 대세잖아요. 대중적으로 약한 장르이기도 하고, 공연장에도 사실 몇 천명이 오진 않거든요. 앞으로도 유튜브나 개성 있는 공연으로 재밌는 경험을 많이 하고 싶어요”라고 포부를 밝혔다.

    정민주 기자 joo@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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