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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씨름 성지’로 부활한다] 이만기·강호동 훈련했던 ‘무학산 서원곡 씨름장’ 성역화

  • 기사입력 : 2021-07-06 20:3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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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원은 대한민국 씨름을 대표하는 김성률-이승삼-이만기-강호동이라는 걸출한 장사를 배출한 고장이다. 내년 특례시 출범을 앞둔 창원시는 옛 마산지역의 대표 스포츠 문화자산인 씨름을 부흥시켜 씨름 도시로의 명성을 되찾기 위해 지난 2020년 2월 ‘씨름의 고장 마산 부흥을 통한 씨름의 성지 창원 조성계획’을 발표했다. 창원시의 씨름 성지 조성계획을 토대로 창원씨름의 과거와 새롭게 부흥할 창원씨름의 미래에 대해 알아본다.


    왜 씨름의 성지인가

    일제때도 명맥, 광복후엔 전국 제패

    김성률, 1967년부터 10여년 황제 군림

    뒤이어 이승삼·이만기·강호동 출현

    ‘모래판 스타’ 연거푸 배출하며 명성


    마산씨름은 일제 강점기에도 명맥을 유지했지만 광복 직후 마산씨름협회가 결성되면서 각종 대회 개최와 전국 대회 우승으로 씨름 명문 도시의 틀을 다졌다.

    마산이 확실한 씨름의 고장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것은 1970년대 씨름계를 장악한 김성률 장사의 등장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1967년 전국 장사씨름대회 우승을 시작으로 10년간 독보적인 전설을 써 내려갔다. 1974년 제3회 전국장사씨름대회에서 15전 전승, 1970년 제7회 대통령기 전국 장사 씨름 대회 때부터 1977년 제14회 대회 때까지 8년 연속 장사부 1위, KBS배 전국 장사 씨름 대회 4연패, 전국 씨름 선수권 대회 장사급 4회 우승, 회장기 전국 장사 씨름 대회 장사부 2회 우승 등 적수 없이 씨름계를 장악했다. 김 장사는 이후 경남대 체육교육학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이만기와 이승삼 등을 길러내며 마산씨름의 명성을 잇게 했다.

    이후 출현한 이만기와 이승삼, 강호동은 우리나라 씨름 역사의 중흥기를 이끌었다.

    마산씨름의 전설’ 학산 김성률 장사.
    마산씨름의 전설’ 학산 김성률 장사.
    ‘뒤집기의 명수’ 이승삼 장사.
    ‘뒤집기의 명수’ 이승삼 장사.
    ‘기술씨름의 황제’ 이만기 장사.
    ‘기술씨름의 황제’ 이만기 장사.
    ‘최연소 천하장사’ 강호동 장사.
    ‘최연소 천하장사’ 강호동 장사.

    마산상고(현 마산용마고)를 졸업하고 경남대에 다니던 무명의 이만기는 1983년 서울에서 열린 제1회 천하장사 대회 준결승에서 당대 씨름판의 거목 이준희를, 결승에서 진주 출신‘모래판의 여우’ 최욱진을 누르고 초대 천하장사에 등극한다. 5개월 뒤 열린 제2회 천하장사대회에서도 홍현욱을 누르고 2연패를 달성하면서 그의 시대를 열었다. 힘에 의존했던 씨름판에 기술씨름을 접목하며 프로씨름 중흥에 절대적인 공헌을 했다.

    이만기는 1990년 은퇴할 때까지 천하장사 10회, 백두장사 18회, 한라장사 7회 등 모두 35개의 타이틀을 휩쓸었다. 통산전적 333전 287승46패(승률 86.2%)로 신화를 써 내려가며 씨름판의 황제가 됐다.

    마산상고와 경남대를 졸업한 ‘뒤집기의 명수’ 털보 이승삼 장사 역시 프로씨름 중흥에 큰 기여를 했다. 아쉽게 천하장사 타이틀은 놓쳤지만 특유의 파이팅 넘치는 모습과 유연하고 강한 허릿심으로 화려한 뒤집기 기술을 선보이며 씨름판을 열기로 몰아넣었다. 그는 은퇴 후 경남대와 마산·창원시청 감독을 역임하고 대한씨름협회 사무처장까지 지내며 창원과 국내 씨름발전에 기여했다.

    또 한 명의 마산 출신 씨름 스타는 강호동이다.

    마산 산호초와 마산중을 거쳐 마산상고에서 씨름을 배운 그는 졸업과 동시에 민속씨름에 뛰어들었다.1989년 제44회 체급별 전국장사대회에서 그의 롤모델이자 당대 최강인 이만기를 누르고 백두장사에 오르면서 강호동 시대를 열었다. 강호동은 이듬해인 1990년 제18회 천하장사씨름대회 백두급에서 또다시 이만기를 눌렀고, 만 19세의 최연소 천하장사타이틀도 챙긴다. 1993년 돌연 은퇴를 선언하기까지 프로 데뷔 불과 3년 만에 5차례 천하장사에 오르는 괴력을 발휘했다.

    마산이 씨름의 성지로 불릴 수 있었던 것은 김성률-이승삼-이만기-강호동으로 이어지는 걸출한 스타 씨름인들의 배출은 물론 초-중-고-대-일반부로 이어지는 연대 훈련시스템도 한몫했다. 서원곡 씨름판을 중심으로 선후배 씨름인들이 함께 훈련하며 기량을 발전시켰고, 씨름의 고장으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어떻게 부흥시킬 것인가

    서원곡 성역화, 338억원 투입 계획

    무학산 2.8㎞ 전지훈련 코스도 개발

    ‘씨름의 희열’ 시즌2 다시 창원 유치

    인프라·저변 확대→경제활력 도모


    창원시가 추진하고 있는 씨름의 성지 창원 조성계획은 크게 △씨름 인프라 확충 △씨름진흥기반조성 △씨름 저변 확대 △씨름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 4가지 분야다.

    시는 씨름 인프라 확충을 위해 338억원을 투입한다. 먼저 서원곡 씨름장을 오는 2023년까지 리빌딩해 연습장과 씨름장, 숙소동 등을 지어 전국 최고의 씨름선수 전지훈련 메카로 조성할 예정이다. 지상 2층 규모에 1000석 규모의 씨름 전용 경기장은 향후 문화체육관광부 공모사업으로 진행할 계획이고, 이만기, 강호동 등 천하장사들이 훈련한 무학산 등산로 2.8km 구간을 개발해 전지훈련팀 맞춤형 체력단련코스로 개발할 예정이다. 서원곡 씨름장 리빌딩사업이 완료된 이후에는 매년 40개 팀 이상의 동계전지훈련팀 유치와 5만명 정도의 관광객 유치를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초등(20개), 중등(15개), 고등(10개), 일반(5개) 등 총 50개의 씨름 스포츠클럽도 육성 계획으로 잡았다.


    씨름 진흥 기반 조성을 위해서 지난 2020년 10월 전국 최초로 씨름 진흥에 관한 조례를 제정해 근거를 마련했다. 조례에 따라 지난 6월22일에는 씨름 성지 창원 조성의 싱크탱크 역할을 할 씨름진흥협의회를 구성해 위촉식을 하고 본격 활동에 들어갔다. 마산 씨름 역사와 발자취를 웹툰 형식으로 제작해 올해 초 7회에 걸쳐 웹툰 플랫폼과 창원 블로그 등에 연재도 했다. 매년 음력 5월5일 ‘씨름의 날’을 즈음해 창원씨름왕 선발대회, 유명 씨름인 특강, 어린이 씨름캠프 등을 추진한다.

    씨름 저변 확산에도 힘을 기울인다. 창원시청 직장운동부인 씨름부의 전력 강화를 위해 우수선수와 지역선수를 우선 영입하고, 장기적으로는 여성씨름단도 창단할 계획이다. 지난 2020년 인기를 끌었던 KBS 예능 ‘씨름의 희열’ 시즌2를 다시 창원에 유치하고, 학교나 동호회 활성화와 씨름교실 운영, 각종 씨름대회 개최를 통해 생활씨름 활성화를 도모할 예정이다. 서원곡 씨름장 주변에는 거리풍경을 시각화한 씨름 특화 거리를 조성하고, 시청소속 선수와 씨름 한판 체험, 전지훈련팀간 스토브리그 개최를 통해 씨름을 더욱 활성화할 계획이다. 씨름 세계화를 위해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외국인씨름대회와 북한씨름선수단 초청 경기로 남북교류도 추진할 계획이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선 역시 예산이 큰 과제다. 시는 2020년 씨름 성지 조성계획을 발표할 당시 500억원을 들이겠다고 공언했지만 현실적 장벽에 부딪히며 씨름박물관 건립은 포기하게 됐다. 이로 인해 총사업비도 338억원으로 줄어들었다.

    시는 씨름 전용 경기장 등을 공모사업으로 추진하고 완공도 최대 2026년까지 단계적으로 추진하는 등 예산부담도 최소화하고 있다.

    씨름의 성지 조성계획 첫 사업도 착수에 들어갔다. 시는 서원곡 씨름장 리빌딩 첫 사업으로 씨름연습장 설계를 마무리하는 중이어서 오는 8월 착공해 연말 완공을 목표로 하는 등 당초 계획대로 조성사업에 들어갔다.

    박무진 창원시 체육진흥과장은 “씨름 성지 조성계획 프로젝트는 대규모 사업이고 예산확보의 어려움도 있지만 씨름이 우리 시의 대표 스포츠 문화자산이라는데 모두 공감하고 있어 명성을 되찾기 위해 차질 없이 진행할 것이다”면서 “최근 씽크탱크격인 창원시씨름진흥협의회도 구성돼 활동에 들어가면서 씨름 성지 추진에 탄력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현근 기자 san@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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