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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5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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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이건희 미술관’ 서울 입지, 역시 수도권 만능인가

  • 기사입력 : 2021-07-07 20:2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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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희 문체부 장관의 ‘이건희 미술관’ 후보지 발표는 ‘서울공화국’을 다시 확인해줬다. 황 장관은 어제 ‘이건희 미술관’ 후보지를 서울의 용산과 송현동 2곳으로 예정했다고 밝혔다. 균형발전과 수도권 외 국민의 문화 향유 등을 주장하며 ‘이건희 미술관’ 유치에 매달렸던 창원을 비롯해 수도권에서 먼 전국의 30여개 지자체는 허탈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날 발표는 지역이 탈락해서가 아니라 다시 한 번 서울은 사람과 돈과 정보와 문화를 게걸스럽게 먹어치우는 곳임을 확인해주었기 때문이다. 황 장관의 발표에는 또 문재인정부가 노무현정부를 계승하지 않았다는 중요한 사실도 드러나 충격을 주었다.

    지역의 요구에는 문재인정부의 지방 분권 역설 기대도 포함돼 있었다. 노무현정부의 공로 중 하나는 지방분권이었고 문재인정부의 출범은 노무현정부 계승을 의미했다. 국민은 그렇게 믿었다. 그러나 황 장관의 발표는 문재인정부는 결코 그런 정부가 아니고 그럴 수도 없는 정부임을 증명했다. 그것을 다시 증명하는 길은 노무현정부라면 이번에 어떤 결정을 했을까를 따져보면 된다. 문체부는 이건희 미술관 부지 선정 원칙으로 4가지를 들었다. 문화향유 기회 확대, 창의성 구현, 협력 확장성, 문화적·산업적 가치 창출 등이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이들 원칙은 서울을 선정해놓고 반발하면 변명을 하기 좋은 색깔이 없는 내용이다.

    그래서 지역을 선정해도 누가 시비 걸 때 변명하기가 쉬워 보인다. 그렇게 말할 수 있는 이유는 노무현정부가 이를 기준으로 이건희 미술관의 위치를 선정했다면 서울이 아니라 지역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기 때문이다. 문재인정부의 이번 선택으로 암울한 지역이 더 암울해지고 있다. 그런데 황 장관은 이번 발표에 덧붙여 지역을 의식했는지 국립문화시설 확충 및 지역별 특화된 문화시설에 대한 지원방안 검토 등 지역문화 활성화를 위한 지원 운운했다. 이 말을 누가 믿겠는가. 황 장관의 이 말은 정치인이나 당국자들이 입장 난처할 때 덧붙이는 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이번 발표는 중앙과 지방의 양극화에 아무 대책 없는 정부를 그대로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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