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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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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권수의 한자로 보는 세상 (888) 연화정개(蓮花靜開)

- 연꽃이 고요히 피었다.

  • 기사입력 : 2021-07-13 08: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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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름에 피는 대표적인 꽃이 연꽃이다. 약 두 달 동안 지속적으로 피고, 또 연못에서 집중적으로 피기 때문에 연꽃이 피면 장관을 이룬다.

    연꽃은 더운 여름에 말없이 점잖게 피고, 향기도 은은하다. 햇볕이 쨍쨍 내리쬐는 낮에 보아도 좋지만, 비가 오는 날에도 좋다. 비가 오면 연잎이 떨어지는 빗소리와 연잎에서 연방 굴러내리는 구슬 같은 물방울도 다른 꽃에서는 볼 수 없는 광경이다. 달밤에 보아도 또 다른 맛이 있다. 달빛 속에 연꽃 향기를 맡으면 누구나 시 한 수 지을 수 있을 것이다.

    전국적으로 연꽃으로 이름난 곳이 수없이 많다. 경주 안압지, 부여 궁남지 등이 유명하지만, 전국 각지에 많이 있다.

    그러나 가장 특색이 있는 곳이 함안(咸安)의 연꽃테마공원일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700년이 넘은 아라연꽃이 있기 때문이다. 아라연꽃은 2009년 함안 성산공원 발굴현장에서 연꽃씨가 발견되어 연대측정 결과 700년이 넘은 것으로 판정되었다. 2019년에 또 1200년 된 연꽃씨가 같은 장소에서 발견되어 발아에 성공하여 번식 중에 있다. 최근 경복궁 경회루 연못에 연꽃을 심었는데, 바로 아라연꽃이다.

    아라연꽃이 발견되기 전에는, 세종대왕 때 사숙재(私淑齋) 강희맹(姜希孟)이 중국 사신 갔다가 가져와 심은 것이 최초의 연꽃으로 소개되고 있었다. 그러나 아라연꽃씨가 발견되어 역사를 새롭게 쓰게 되었는데, 또 1200년 된 연꽃씨가 발견되었으니, 역사를 한 번 더 바꿀 것이다.

    11만평이 넘는 함안의 연꽃테마공원에는, 아라연꽃뿐만 아니라, 중생대 식물이 살고 있는 함안 법수면의 법수홍련(法守紅蓮), 국문학자이자 시조시인인 가람 이병기(李秉岐) 선생이 사랑했던 가람백련, 수련, 가시연 등도 함께 심어져 있다.

    연꽃을 효과적으로 감상하도록 연못 사이로 산책로가 가로 세로로 만들어져 있고, 선왕정(先王亭)이라는 정자를 지어, 올라가 사방을 바라보면서 연꽃을 감상할 수 있다.

    정자에 이름이 없으면 생명력이 없다는 견해를 가진 조근제(趙根濟) 함안군수의 발의로 군청에서 이름을 공모하여 당선된 것이 선왕정이다. 연꽃공원의 서쪽을 선왕골이라고 민간에서 불려져 왔는데, 거기서 최근에 아라가야의 왕궁터가 발견되었다. 백성들 사이에서 ‘선왕(先王·앞 시대의 왕들)이 살던 골짜기’라고 한 말이 우연히 붙여진 것이 아니었다.

    선왕정 이름은 붙였지만, 역사를 기록하지 않으면 후세에 어떤 연유로 지었는지 알 수 없다고 군수가 정자의 역사와 의의를 기록해 달라고 요청하기에, 필자가 정자와 연꽃테마공원이 생기게 된 전후 사실을 적어 기문(記文)을 지었다. 연꽃을 감상하는 여가에 선왕정에 올라 기문을 한번 읽어보면, 육가야를 주도했던 아라가야의 역사와 연꽃테마공원의 기원을 알 수 있을 것이다.

    * 蓮 : 연꽃 연. * 花 : 꽃 화.

    * 靜 : 고요할 정. * 開 : 열 개.

    동방한학연구소장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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