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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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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임대차 3법의 1주년을 맞아- 정성헌(경남대 법학과 교수)

  • 기사입력 : 2021-07-18 21: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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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위 ‘임대차 3법’이 시행된 지 근 1년이 되어가고 있다. 임대차 3법은, 지면 관계 상 자세한 설명을 생략하지만, 핵심은 주택임대차보호법상의 갱신 요구권제의 도입에 있으며, 이를 통해 그 동안 최소 2년 간의 기간을 보장 받던 임차인에게 1회에 한해 추가로 2년을 연장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게 된다. 임차인은 최소 4년의 기간을 보장 받게 된 것이다. 나아가 법 시행 당시 존속 중인 임대차에도 적용된다.

    사람 사이의 관계를 규율하는 법의 속성 상 누군가를 보호한다는 것은 또 다른 누군가의 희생을 필요로 한다. 이 경우 임차인의 주거 기간을 보호하면서 임대인이 희생하게 되는 것은 바로 자신의 소유권이다. 즉 자기의 소유 재산을 자기 마음대로 사용하거나 처분하지 못하게 된다.

    주택임대차보호법에서는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예외적으로 임대인이 임차인의 갱신 요구를 거절할 수 있는 사유를 법 제6조의3 제1항에 규정해 두고 있고, 특히 ‘임대인이 목적 주택에 실제 거주하려는 경우(8호)’를 포함시키고 있다.

    법의 위와 같은 태도에 찬성하는 지와 별론으로, 문제의 두 당사자의 이해를 고려하여 법을 규정하는 태도가 타당함은 긴 설명을 필요로 하지 않지만, 일견 보아도 복잡한 법의 태도는 당사자들에게 예측 가능한 기준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동일한 사안에 대한 유권해석이 어긋나는 경우도 있고, 전문가들도 무엇이 옳은 지에 대해서 선뜻 단언하지 못한다.

    실제로 임대차 3법 시행 후 거의 동일한 사안에 대해서, 지난 3월과 4월, 각 지방법원에서는 서로 다른 판결을 하게 된다.

    이 사건들은 모두 갱신 요구를 둘러싸고 해당 주택의 매매가 있었고, 실제로 거주할 목적으로 주택을 구입한 새로운 소유자가 갱신 요구한 임차인에 대해 주택을 인도하라고 청구한 사건이라는 점에서 공통된다. 그러나 3월의 판결에서는 임차인의 손을 들어준 반면, 4월의 판결에서는 새 집주인의 승소로 마무리되었다.

    물론 두 사건에 있어 분명한 차이점은 존재한다. 3월의 판결에서는 임대차 3법 시행 후에 매매 계약이 이루어졌는데, 계약만 이루어지고 임차인의 갱신 요구가 있을 때는 소유권이 아직 넘어가지 않은 상황이었기에, 법원은 임대인이 목적 주택에 실제 거주하려는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았다(법원은 갱신 요구 당시의 임대인만이 이에 해당한다고 보았는데 새로운 매수인까지 이에 포함시킨다면 임차인의 갱신요구권이 무의미해짐을 이유로 들었다). 이에 반해 4월의 판결에서는, 기본적으로 사건의 흐름은 동일하지만, 계약이 법 시행 전에 이루어졌다.

    현재 진행 중인 임대차에 대해 소급 적용이 인정되는 한 이 경우도 마찬가지의 법리가 적용될 상황이었지만, 법원은 이 경우를 임차인의 갱신 요구를 거절할 수 있는 ‘그밖에 임대차를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는 경우(9호)’에 해당한다고 보아 반대되는 결론을 내린다.

    유사한 사례에서 존재하는 하나의 차이점을 토대로, 서로 다른 판결을 하면서 법 규정을 위와 같이 적용한 것은, 그러한 결론에 찬성하는 지를 논외로 하고서라도, 법 운용의 묘미를 보여준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이에 동원된 9호의 문언은 도대체 뭐가 기준인 지를 알 수 없게 하지만, 법은 어느 정도는 추상적일 수밖에 없다는 점도 고려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와 같은 법 적용의 모습을 보면, 법 자체가 예측할 수 있는 기준을 제시하고 있었다고는 할 수 없을 것 같다.

    사회를 구성하고, 그 기준을 제시하는 것이 법의 역할이다.

    그 법의 내용이 옳고 그름은 섣불리 판단할 수 있는 것이 아니겠지만, 규범의 적용을 받는 당사자들이 무엇이 기준인 지를 모르게 해서는 안 될 일이다. 물론 시간이 지나 사법부의 보충을 통해 그 기준이 보다 구체화되기는 한다. 그러나 입법에 있어 당사자들이 그 대략적인 기준은 파악하여 예측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것이, 법을 정비함에 있어, 특히나 새로운 기준으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할 때, 더 신중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정성헌(경남대 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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