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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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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은퇴 후 50년 어떻게 살 것인가- 이상규(여론독자부장)

  • 기사입력 : 2021-07-26 20:3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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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변의 50~60대 지인들과 은퇴 후 삶에 대해 얘기를 나눠보면 주요 관심사는 세 가지로 모아진다. 첫째는 노후를 대비해 재산은 얼마나 모아야 하나, 둘째 적당한 은퇴 시점은 언제인가, 셋째 은퇴 후 무엇을 할 것인가이다. 그런데 이 세 가지는 모두 제2의 인생을 대하는 태도에 달려 있다고 본다.

    제 2의 인생, 또는 인생 2막 설계도는 은퇴자의 수만큼이나 다양하겠지만 남은 삶을 대하는 태도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뉘는 것 같다.

    먼저 이제부터는 자유롭게 살고 싶다는 쪽이다.

    “100세 시대라고 하지만 건강하게 살 수 있는 시간은 앞으로 20년 안팎이다. 언제 죽을지 누구도 알 수 없다. 내가 죽고 나면 세상이 천지개벽한들 무슨 의미가 있나. 일만 하다 가기에는 인생이 너무 허무하다. 적게 먹더라도 이젠 내 식대로 살고 싶다.”

    30여년간 가족을 위해 일한 이들은 이제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오롯이 ‘나’로 살고 싶다고 말한다. 내일을 위해 더 이상 ‘오늘’을 저당 잡히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더이상 한 회사의 직원, 누구의 아들·딸, 누구의 아버지·어머니, 삼촌·조카가 아닌 개인 아무개로 살고 싶다.

    하지만 그 반대편에 있는 이들은 말한다.

    “노후가 잘 준비된 사람이 얼마나 되나. 경제활동은 할 수 있는 한 하는 게 좋다. 은퇴 이후에도 소일거리가 있어야 한다. 매일이 일요일인데 어떻게 먹고 놀고만 살 수 있나. 일이 있어야 휴식의 의미가 있고, 적당히 일이 있어야 건강도 잘 유지할 수 있다.”

    은퇴자라고 해서 당장 ‘밥벌이의 지겨움’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이들은 말한다. 경제적 자유가 없는 시간부자의 삶은 건조하고 공허하다는 주장이다. TV 프로에 나오는 ‘나는 자연인이다’는 아무나 할 수 없다. 나이 들어 외로움을 자초하는 건 정신 건강에도 해롭다고 조언한다.

    그럼 현실은 어떤가. 동년배 중에는 이미 정리해고나 명퇴, 자발적 퇴사 등으로 다니던 직장을 그만둔 이들이 많다. 하지만 마냥 백수로 사는 사람은 드물고 대개는 어떤 형태로든 경제 활동을 한다. 각종 통계를 봐도 60~70대까지 일하는 이들이 여전히 많다.

    최근 인구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인구 중 50대의 비중이 가장 높다. 50대 인구는 859만314명(16.6%)으로 전 연령 중 가장 많다. 다음으로 40대(15.9%), 60대(13.5%) 순이다. 필자도 50대 중반을 넘어섰다. 만약 60살에 퇴직한다고 가정할 때 국민연금을 받기까지 소득 공백이 몇 년 있지만, 생활의 눈높이를 낮춘다면 어찌어찌 살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10년 뒤에는 50대 인구가 대한민국 전 인구의 절반을 넘게 된다. 그땐 인구 절반 이상이 은퇴 후 50년을 어떻게 살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은퇴 후 50년 어떻게 사는 게 잘 사는 것일까.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은퇴 이후에도 이상과 현실, 명분과 실리 사이 어느 지점에서 또다른 삶의 형태를 선택해야 할까. 인생 반환점을 돌고 나서야 ‘사는 게 별 게 없다’는 걸 깨달은 베이비붐 세대들. 지나온 삶을 되돌아 보면서 인생의 교훈을 얻으려 하지만 여전히 정답을 알 수 없다.

    다만, 파릇파릇했던 청춘은 지났으되 세상을 위해 가치 있는 일을 하고자 했던 옛 꿈들이 남아 있다면 어떻게 살든 제2의 인생은 말랑말랑하지 않을까.

    이상규(여론독자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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