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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9월 25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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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죽음과 책- 임창연(시인·마산문인협회 사무국장)

  • 기사입력 : 2021-07-29 19:4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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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 모든 일은 연습이 필요하고 연습을 하는 만큼 그 결과는 빛을 발하기도 한다. 하지만 죽음은 대부분 연습할 시간도 없이 다가온다. 물론 시한부의 중병을 선언받은 사람에겐 이 세상을 정리할 시간도 가지게 된다. 이를 제외한다면 나이가 많이 들어서 죽는 사람도 기약이 없기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문득 갑자기 죽게 된다면 나의 흔적은 어떻게 남을까를 생각해 본 적이 있었다. 누군가는 그런 일을 대비해서 속옷을 늘 깨끗하게 갈아입는다고 했다. 수의(壽衣)를 갈아입힐 때 죽은 후이지만 추하게 보일까 걱정이 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어떤 작가는 문득 그런 생각을 하고 자신의 책상 서랍을 열어보니 쓸데없는 쓰레기가 가득 들었다는 생각에 그런 것들을 몽땅 내다 버렸다고 했다.

    살아가고 있다는 말이 달리 말하면 태어나는 순간부터 죽음을 향하여 가고 있다는 말도 된다. 다만 그 시간을 알 수 없기에 죽음을 준비한다는 게 쉽지가 않을 것이다. 이 세상을 떠난다는 입장에서 보면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간다는 말이 맞기도 하다. 무엇인가를 남긴다는 말도 남아 있는 사람들의 관점이지 떠나는 사람에게 아무 의미가 없는 것이다. 슬픔이라는 입장도 남아 있는 사람들이 가지는 감정이지 죽은 사람에게 슬픔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글을 쓰는 사람들에게 책은 가장 유용한 물건 중의 하나이지만 커다란 짐이기도 하다. 한 달에도 몇 권씩 지인이나 단체에서 우편물로 오는 책들이 늘어만 간다. 또 필요에 의해서 구입하게 되는 책들을 합하면 책장이 모자라 책상이나 바닥에 늘 쌓아놓게 된다. 이사라도 하게 되면 가장 많이 차지하게 되는 것이 책이다. 그래서 수시로 버리기도 하지만 계속 늘어만 가는 게 책이다.

    아무리 죽음에 대비해 미리 정리를 하여도 마지막까지 못하게 되는 것이 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일반 사람들은 죽은 뒤에 옷을 정리하겠지만 글 쓰는 작가는 책 정리가 제일 클 것이라는 생각이다. 그것마저도 살아있는 사람의 몫이니 죽을 사람이 걱정할 일은 아니다. 그렇다고 살아가면서 늘 죽을 것을 걱정하는 것도 삶에 대한 오지랖이 아닐까 싶다.

    임창연(시인·마산문인협회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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