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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코로나19 시대, 우리가 쓰는 말도 아프다- 허기도(전 경남도의회 의장)

  • 기사입력 : 2021-08-18 20:3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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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재 인류가 힘들게 싸우고 있는 코로나19는 중세 유럽에 있었던 끔찍한 흑사병을 생각하게 한다. 지금은 그때와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과학기술이나 의술이 발달했지만 코로나19의 기세가 잦아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 것은 참으로 무섭고도 안타까운 일이다. 새로운 전염병이 극성을 부리자 우리 사회에서는 종전에 별로 쓰지 않았던 말들이 유행어처럼 쓰이고 있다. 그런데 그런 말들이 사전적 의미와 동떨어지게 사용되고 있거나 어려운 외래어들을 그대로 쓰고 있는 경우가 많아 인체의 질병을 퇴치하는 것과 함께 말도 바른 길로 흘러가게 이끌어 주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코로나19가 유행하고 난 이후부터 우리는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알리는 방역지침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고, 특히 자영업자들은 그들의 생존과 직결되는 이 말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사람과 사람이 직접 만나는 것을 규정하는 국가적 방역지침이라는 것을 누구나 잘 알고 있다. 그런데 지금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이 말은 정말 바르게 사용되고 있는 것일까.

    오래 전에 발행된 ‘금성판 국어대사전(1993)’에서는 ‘사회적 거리’를 ‘개인과 개인, 개인과 집단, 집단과 집단 상호 간의 친근·소원(疎遠)의 관계와 공감(共感)의 정도. 이것이 작을수록 친근감이 강하고, 호의적인 태도가 됨’이라고 밝혀놓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자’라는 말을 사전에 실려 있는 풀이를 근거로 그 뜻을 잡아보면 사회 속에서 맺어진 인간관계를 멀리하자는 것이다. 코로나19의 확산을 막기 위해서 주위 사람들에게 친근감이나 호의적인 태도를 갖지 말자고 하는 것이 과연 온당한 지침일까. 요즈음 같은 시기에는 대화 상대를 만날 수 없어서 하루 종일 집안에서 고립된 생활하고 있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이런 때일수록 전화나 문자메시지, 카카오톡 등으로 서로 마음을 나누며 사회적 거리를 가까이하면서 살아가야 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국가에서는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말을 본래의 의미와 다르게 사용하면서 우리말을 쓰고 있는 사람들을 매우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이 말을 현재의 상황을 고려하여 바로잡아 본다면 ‘안전거리 두기’나 ‘개인 간 거리두기’ 등으로 바꾸는 것이 적절할 것 같다.

    또한 ‘팬데믹’, ‘드라이브스루’, ‘코호트 격리’, ‘백신 스와프’와 같은 외래어들도 여과 없이 그대로 쓰이고 있다. 외래어에 익숙하지 않은 세대들은 너무나도 생소하고 어려운 말들이다. 이런 말들도 몇몇 사람들이 조금만 노력하면 얼마든지 쉬운 우리말로 바꾸어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말은 그 의미가 정확하게 전달되도록 사용해야 한다. 어둡고 힘든 사회도 밝고 명쾌하고 바른 말을 사용하면 언젠가는 희망의 빛이 피어날 것이다. 말은 인생을 바꾸고, 사회를 바꾸고, 세상을 바꾸는 힘이 있다.

    허기도(전 경남도의회 의장)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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