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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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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간이역] 붉은머리오목눈이- 최영효

  • 기사입력 : 2021-08-26 08:3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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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외딴집 단칸방에 정붙이들 살고 있네

    미혼모 오목눈이가 뻐꾸기를 기르고 사네

    소문이 꼬리를 물고

    사미니 새끼라 하네


    피붙이가 버린 것을 살붙이가 알을 품어

    제 새끼 내친 놈을 모성으로 거두고 있네

    철새도 텃새가 되어

    다둥이와 함께 사네


    생면목 부리로 캐는 치사랑 내리사랑을

    자연은 어머니라서 생명의 둥지라 하네

    사랑엔 모반이 없네

    사람의 땅 말고는


    ☞뻐꾸기는 남의 둥지에 알을 낳아 제 새끼를 기르는 새로 잘 알려져 있다. 붉은머리오목눈이가 둥지를 비운 사이에 뻐꾸기가 알을 낳고는 오목눈이 알은 빼돌려 치워버린단다. 이런 얌체가 있나. 그러나 오목눈이는 칠월의 장맛비와 초복의 무더위를 온몸으로 견디며 그 알을 애지중지 품어 부화를 시킨다. 애틋한 탁란의 과정을 거치면서. 그리곤 제 덩치보다 더 커져서 스스로 둥지를 떠날 때까지 쉴 새 없이 먹이를 거둬 먹인다. 이렇듯 오목눈이의 모성을 모든 생명의 근원인 자연과 그 이치에 순응하는 모성으로 치환해 낸 최영효 시인의 「붉은머리오목눈이」를 깊이 새겨 읽는다.

    “피붙이가 버린 것을 살붙이가 알을 품어” 내는 저 작고 여린 어미들. “철새도 텃새가 되어 다둥이와 함께” 살아가는 둥지 속이 애틋하고 경이롭다. 거듭 읽어보면, “생면목 부리로 캐는 치사랑 내리사랑을/자연은 어머니라서 생명의 둥지라 하”는데, 요사이 매스컴에 오르내리는 “사람의 땅”은 어떠한가. 기꺼이 어버이가 되겠노라며 입양한 자식은 물론 제 새끼마저 굶기고 폭행하고 가두어 결국 목숨까지 잃게 하는 한낱 동물만도 못한 비정한 부모들이 떠오른다. 죽비의 교훈이라고 할까. 끝내는 그 인간들이 저지른 범죄에 터지는 분노를 참지 못하고, 시인은 사랑이라는 허울을 쓴 모반謀反의 둥지를 이 땅에서 밀어내고자한다.

    “사람의 땅” 지금, 우리는 뻐꾸기로 살고 있는가, 오목눈이로 살고 있는가.(시조시인 이남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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