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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기자의 판읽기] (2) 미성년자 강간·성착취물 배포 1·2심 판결

‘국민 법 감정’과 판결의 간극… “전자발찌 부착은 기각”

  • 기사입력 : 2021-09-11 09:3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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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근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가 뉴스에 많이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전자발찌를 끊기 전후 연쇄 살인을 저지른 강윤성(56)과 전자발찌를 끊고 달아나 16일 만에 검거된 성범죄 전과자 마창진(50)에 대한 소식 등 일탈행위가 잇따랐기 때문이었습니다. 경남에서는 성폭력 범죄로 출소 후 10년간 전자발찌 부착 명령이 내려진 30대 남성이 외출제한 명령을 어긴 채 집 근처 편의점에서 술을 마시다가 귀가 지도에 나선 보호관찰관을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출소자 등 전자발찌를 찬 이들의 범죄가 이렇게 많이 나오고 있는데요. 우선 전자발찌가 무엇인지부터 알아볼까요?

    위치추적 전자장치라 불리는 전자발찌는 지난 2007년에 만들어지고 이듬해부터 시행된 '특정 범죄자에 대한 보호관찰 및 전자장치 부착 등에 관한 법률'(전자장치부착법)에 따라 '특정범죄자'의 신체에 채우는 장치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특정범죄자는 성폭력범죄, 미성년자 대상 유괴범죄, 살인범죄 및 강도범죄가 포함되는데요, 여기서 공통점이 발견되시나요?

    바로 강력범죄인데다 다시 범죄를 저지를 확률, '재범률'이 높은 범죄란 것입니다.

    성폭력범죄로 한해서 한번 볼까요?

    법무부 범죄예방정책국이 지난 2009년부터 2018년까지 조사한 성범죄자 신상등록 현황을 한번 보겠습니다. 10년간 성범죄로 7만4956명이 성범죄자의 신상이 등록됐고요. 이 중에서 신상 재등록자는 2901명으로 전체의 3.9%하고 합니다. 이렇게만 보면 '얼마 안 되네'라고 생각하실 수 있겠지만, 2901명의 재등록 성범죄자 가운데 62.4%에 해당하는 1811명이 3년 이내 성범죄를 다시 저질렀다고 하네요. 재등록 성범죄자 10명 중에 6명은 3년 안에 또 성범죄를 저지른다는 거죠.

    특히나 아동·청소년 성범죄자의 대다수는 피해자와 가까운 곳에 살고 있던 지역 주민이었다는 통계도 있는데요, 지난해 아동 성범죄자 조두순이 출소 후 본래 거주지인 경기 안산으로 돌아간다는 소식이 들렸을 때 지역 주민이 불안에 떨기도 했고, 청와대 국민청원으로 출소를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던 것도 이때문이겠지요.

    자, 그래서 "재범위험성이 높은 특정 범죄자의 신체에 전자장치를 부착해 24시간 대상자의 위치, 이동경로를 파악하고 보호관찰관의 밀착 지도·감독을 통해 재범을 효과적으로 방지하자"는 차원에서 전자발찌를 채울 수 있는 법이 만들어진 것이고요. 전자발찌는 전자장치를 부착하도록 하는 명령을 검사가 법원에 청구하고 법원이 심리를 거쳐 부착명령을 선고한 뒤 부착할 수 있습니다.

    법무부는 홈페이지를 통해 "제도 시행 전과 비교 시 성폭력사범 동종재범률은 약 1/7, 강도사범은 1/75, 살인사범은 1/49 수준으로 감소하는 등 전자감독제도가 재범 억제에 상당한 효과가 있음을 입증"했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서두가 길었는데요.

    도 기자의 2번째 판읽기, 예상하시다시피 전자발찌와 관련한 판결을 갖고 독자 여러분들과 함께 고민하려 합니다. 제가 여러분들과 함께 읽고 싶은 판결, 우선 피고인이 적용받고 있는 죄목부터 함께 보겠습니다.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13세미만미성년자강간), 아동·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위반(성착취물제작·배포등), 아동·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위반(성착취물소지),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13세미만미성년자강제추행),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촬영물등이용협박),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카메라등이용촬영·반포등), 아동복지법위반(아동에대한음행강요·매개·성희롱등)

    읽다가 숨이 턱턱 막히는 건 물론 분노도 함께 치밀어 오릅니다.

    부산고등법원 창원제1형사부(재판장 민정석 반병동 이수연 부장판사)는 지난달 18일 위의 7개 법 위반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0년을 선고받은 A(29)씨에게 1심과 같은 징역 10년을 선고했습니다. 또 8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를 명령하고, 아동·청소년 관련기관 등과 장애인복지시설에 각 10년간 취업제한도 명령했습니다.


    1심 판결에서 나타난 A씨의 범죄사실부터 한번 보겠습니다.

    그는 지난해 여름 휴대전화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알게 된 만13세 미만 피해자 B양을 모바일 메신저 오픈채팅방으로 초대했습니다. A씨는 B양의 나체사진을 전송받은 것을 시작으로 악용하고 범죄는 더 악랄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사진을 소지한 것을 비롯해 그 때부터 다음 달까지 총 188회에 걸쳐서 B양의 신체를 촬영하도록 하는 한편 피해자를 위협해 신체 사진과 동영상을 94회에 걸쳐 전송받았습니다.

    여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B양의 촬영물을 이용해 B양을 협박하고, 급기야 유포할 것처럼 위협해 모텔로 유인한 다음 강간하고 이 자리에서 또 21차례에 걸쳐 B양의 신체를 의사에 반하여 촬영했습니다. 판결문에 담긴 범죄사실을 차마 옮겨적지 못하겠습니다.

    1심 재판부는 양형기준에 따른 권고형의 범위인 징역 10년 이상인 점을 참작해 징역 10년을 선고했는데요. A씨와 검사는 1심 선고 뒤에 항소했습니다. A씨는 14살, 그러니까 중학생인 줄 알았다는 이유와 형이 너무 무겁다는 점을 항소이유로 들었습니다. 검사는 형이 너무 낮다는 이유에서요. 항소심 재판부도 1심과 같은 형을 내렸습니다. 양 재판부 모두 죄질이 매우 나쁘고, B양이 신체적·정신적으로 극심한 고통을 겪은 점 등을 A씨에게 불리한 정상으로, A씨가 초범인 점을 유리한 정상으로 삼았습니다.


    독자 여러분들이 보시기에 A씨에게 내려진 형량, 무겁게 느껴지시나요? 그렇지 않다고 여겨지실 것 같다는 생각이 우선 드는데, 그건 여러분들의 판단에 맡기겠습니다. 제가 다른 '결'로 주목했던 것은 검찰이 청구한 위치추적 전자장치의 부착 명령을 1·2심 법원이 기각한 부분입니다. 검사와 피해자측으로선 힘이 빠질 수밖에 없는 대목이기도 하거니와 어쩌면 '법 감정'과 판결 사이 괴리가 있는 건 아닌가 씁쓸해지기도 하는 지점입니다.


    검사는 형이 너무 낮아 부당하다는 이유 말고도 "A씨가 성폭력범죄를 다시 범할 위험성이 높음에도, 원심이 부착명령청구를 기각한 것은 부당하다"고 밝히기도 습니다. 1심 재판부가 전자발찌 부착청구명령을 기각한 것을 납득하지 못한 것이지요.

    검사의 논리를 좀 더 파고들어가볼까요?

    1심에서 검사는 "A씨는 19세 미만의 피해자를 상대로 성폭력범죄를 저질렀고, 변태적인 성행위나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 제작을 반복한 이 사건 범행내용을 고려할 때 A씨에게는 성폭력범죄의 습벽 및 성폭력범죄를 다시 범할 위험성이 인정"된다고 이유를 밝혔습니다.


    법원은 "NO"였습니다. 1심에 이어 2심 재판부도 부착을 명령할 만큼 중하지는 않다고 봤는데요, 왜 그렇게 판단했을까요?

    1심 판결문에 기각 이유가 크게 4가지로 요목조목 나타나 있는데, 하나하나 살펴보겠습니다.

    <①A씨의 정신병질자 선별도구(PCL-R) 평가결과 정신병질적 성격 특성에 의한 재범성은 '중간' 수준으로 평가된 점

    ②이 사건은 A씨가 불특정 다수의 일반인을 대상으로 성폭력범죄를 저지른 것은 아닌 점

    ③A씨는 현재까지 성범죄를 포함해 아무런 형사처벌 전력이 없는 점

    ④A씨에게 장기간의 실형 선고와 함께 신상정보의 등록 및 성폭력 치료프로그램의 이수를 명하는 것만으로도 재범을 방지하고 왜곡된 성적 충동과 그릇된 성행을 교정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 점>


    요약해보면, 피해자가 불특정 다수가 아닌 1명이고 초범인데다 징역 10년의 실형이면 교화가 될 수 있을 것이라 본 것이지요.

    전자장치 부착명령을 청구한 검사와 이를 기각한 법원 모두 전자장치부착법이란 한 법률에서 '성폭력범죄를 다시 범할 위험성' 부분을 갖고 각각 판단한 것인데 해석은 참 다르게 느껴지시죠?

    어떤 부분을 갖고 해석했는지 같이 한번 볼까요? 이 법률에서의 성폭력·강도 범죄 청구 요건은 ① 형 집행 종료 후 10년 이내 동종재범 ② 전자장치 부착 전력자가 동종 재범 ③ 2회 이상 범행(습벽 인정), ④ 19세 미만자 대상 범죄(성폭력만 해당), ⑤ 장애인 대상 범죄(성폭력만 해당)으로 나타나 있습니다.


    조아라 김앤파트너스 변호사(경남지방변호사회 홍보이사)는 "죄질이 매우 나쁘다는 점에서는 재판부와 검사 모두 동의하는데, 전자발찌를 채워야 하는가를 놓고 보면 판단은 달라질 수 있다"며 "B양이 19세 미만자 대상 범죄에 해당하고, '습벽' 인정이 된다고도 보여지지만, 불특정다수에게 행한 범죄가 아니고 A씨가 초범인 점, 재판 과정에서 '연기'였을지언정 반성하는 모습을 보인 점이 기각 사유가 되지 않았을까 판단된다"고 말했습니다.


    여러분들이 법관이라면 어떻게 판단내리시겠습니까? 마음 속으로 한번 판결을 내려보시죠.

    전자발찌, 채워야 하나 말아야 하나 판단하는 것부터 쉽지가 않죠? 채우고 나서도 과연 범죄로부터 국민들의 불안감을 잠재울 수 있을 만큼 보호관찰 시스템이 잘 작동하고 있나 의구심이 들기도 하는 요즘입니다.

    성폭력사범의 높은 재범률, 성폭력 피해의 심각성과 성폭력범죄에 대한 국민적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만들어진 이 제도, 지난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12번의 개정과 공포가 반복된 이유도 국민적 불안감을 모두 해소하지 못해서이진 않을까요? 도 기자의 두 번째 판읽기였습니다.


    자료사진./픽사베이/

    도영진 기자 dororo@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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