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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한가위, 주방 안전은 K급 소화기로- 주태돈(김해동부소방서장)

  • 기사입력 : 2021-09-12 19:5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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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19로 인해 모두가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는 가운데 무더위와 태풍을 지나 우리의 마음을 달래줄 추석이 어느덧 성큼 다가왔다. 이번 추석 연휴 역시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 기간 동안에는 무엇보다 우리 집 안전에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

    명절이 되면 차례를 준비하기 위해 튀기고 굽는 요리를 하면서 불과 기름을 가까이하기 때문에 평소보다 화재 위험성이 더 높다. 최근 5년간 경남도에서 발생한 화재 통계를 살펴보면 명절 기간 중에는 평소보다 주거시설 화재가 7% 증가했고, 음식물 과열 등 인적 부주의 화재가 3.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주방에서 주로 발생하는 식용유 화재는 일반 화재와는 대처 방법이 달라 평소 미리 준비하고 숙지해두지 않으면 초기 대응이 어려워 큰 피해를 초래한다.

    2019년 9월 소방청 국립소방연구원은 식용유 화재 발생 시 대처방안에 대한 재현실험을 실시한 바 있다. 불이 붙은 식용유를 다양한 방법을 통해 진화하는 실험이었다.

    첫 번째로, 평소 우리가 불을 끌 때 사용하는 물을 불이 붙은 식용유에 뿌려 보았다. 이 경우 물이 수증기로 기화되면서 기름과 함께 튀어 순식간에 불꽃이 약 2m 이상 상부로 확산됐으며, 물 대신 주방세제나 케첩 등을 뿌렸을 때도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식용유에 불이 붙었을 경우에는 무의식적으로 물이나 주변에 있는 액체 등을 뿌리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한 경우 이처럼 순간적으로 화염이 커지거나 주변으로 연소 확대될 수 있기 때문에 매우 위험하다.

    두 번째로, 소화용구를 사용해 진화해보았다.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분말소화기나 간이소화용구를 사용했을 경우 일시적인 소화효과는 볼 수 있었지만, 분사 압력으로 인해 기름이 비산하여 고온의 식용유가 냉각되지 않고 재발화하며 완전히 소화되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배추나 상추 등 잎이 큰 채소류를 다량으로 넣거나 젖은 수건을 펴서 덮어보았다. 이 경우에는 냉각 및 질식 효과로 인해 불길이 줄어드는 모습을 보였으나 불길이 완전히 진화되는 데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었다.

    실험 결과에 나타난 것처럼 식용유 화재에 물을 뿌리는 것은 매우 위험하고, 일반 소화기도 진화 효과가 떨어진다. 채소나 젖은 수건 등을 이용하는 방법은 효과가 있었지만 다급한 상황에서 이러한 방법으로 불을 끄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므로 주방에는 언제든 사용할 수 있도록 K급 소화기를 비치해두는 것이 좋다. 주방(Kitchen)의 앞 글자를 따온 K급 소화기는 동·식물유로 인해 발생하는 화재에 적합한 소화기다. 쉽게 말해 주방에서 기름에 불이 붙었을 경우 효과적인 전용 소화기라고 보면 된다.

    식용유 화재에 이러한 K급 소화기를 사용했을 경우 기름 표면에 순간적으로 유막층을 만들어 화염을 차단하고 온도를 낮춰 재발화를 방지하면서 불을 끌 수 있다.

    주태돈(김해동부소방서장)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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