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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그리운 20대, 힘겨운 20대- 허철호(문화체육뉴미디어영상부장·부국장)

  • 기사입력 : 2021-09-13 20:4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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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페친님들 20대 사진 보며 기분이 되게 좋아졌다. 괜히 내가 막 설레고 가슴 뛰고. 그래서 나도 먼지 앉은 앨범 뒤적거리는데 막 눈물이….”

    “다들 20대 사진 올리시길래 옛날 사진 한번 보려고 거의 10년 만에 앨범들 꺼내보니 내 사진인데 안경 안 쓴 내가 생소하다.”

    지난달 SNS에 20대 사진 올리기가 인기를 끌었다. 20대 사진을 올린 이들 중에는 내 고등학교 친구도 있었다. 그는 20대 후반 안경을 쓴 모습의 사진을 올렸는데, “참 좋은 날이었는데, 풋풋하네, 문학청년 같네, 얼굴은 그대로 시간이 멈춘 듯” 등의 댓글이 달렸다.

    한 여성의 20대 시절 사진에는 “하이틴 스타 같은 느낌이네요, 얇은 갈매기 눈썹에 스모키한 립컬러 이 시절 너무 그립다, 이때는 볼살이 통통하네” 등의 댓글이 이어졌다.

    사진을 올린 이들 중에는 20대 그때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는 사람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그리운 그때로 돌아가고 싶어 했다.

    인생을 살면서 누구나 거쳐온 20대 시절,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젊은 날의 모습이 담긴 사진을 보며 잠시 동안이지만 나도 추억에 잠겼었다.

    20대는 사회생활을 처음 시작하는 때이다. 대학을 다니거나, 군대를 가기도 하고, 취업을 해 직장생활을 시작하기도 한다. 그러면서 앞으로 어떤 인생을 살아갈지 고민도 한다. 그리고 연애도 하고 결혼도 하고.

    SNS에 20~30여년 전 자신의 20대 시절 사진을 올린 사람들 중에는 현재 20대인 자식들을 둔 부모들도 많을 것이다. 이들은 자신들의 20대와 자식들의 20대 시절을 비교해 보진 않았을까. 20대인 두 딸을 둔 나는 SNS에 올라온 20대 사진들을 보며 대학을 졸업한 후 아르바이트를 하며 취업을 위해 공부하고 있는 딸들이 생각났다.

    20대 하면 생각나는 말이 ‘이태백’이다. 이십대 태반이 백수라는 자조적인 조어인 이태백, 삼십대 태반이 백수라는 ‘삼태백’, 십대도 장래 실업을 생각한다는 ‘십장생’까지 예전에는 없었던 심각한 취업난을 상징하는 말들이 생겼다. 여기다 청년층은 ‘이번 생은 망했어’라는 뜻의 ‘이생망’이란 말로 힘겨운 현실을 한탄한다.

    몇 년 전 청년들의 암울한 상황을 반영해 유행했던 ‘N포세대’. 기존 3포세대(연애, 결혼, 출산 포기), 5포세대(3포세대+내 집 마련, 인간관계), 7포세대(5포세대+꿈, 희망)에서 더 나아가 포기해야 할 특정 숫자가 정해지지 않고 여러 가지를 포기해야 하는 세대라는 뜻에서 나온 말이다. N포세대는 김부겸 국무총리가 지난달 말 열린 청년정책조정위원회에서 “대한민국의 미래는 바로 청년이다. ‘N포세대’라는 자조적인 표현이 우리 청년의 수식어가 돼서는 안 된다”며 “청년 앞에 희망과 성공의 단어가 자리 잡도록 지혜를 모아달라”고 했을 만큼 요즘도 청년들이 처한 힘겨운 상황을 의미하는 뜻으로 쓰이고 있다.

    세월이 흘러 지금의 20대가 자신들의 20대 시절 사진을 본다면 어떤 생각이 들까? 그들의 부모 세대처럼 그때로 돌아가고픈 생각이 들까? 그들에게는 취업난과 포기로 암울했던 고통의 시간들로 기억되지 않을까. 오랜 시간이 지나 지금의 20대가 사진 등으로 과거를 회상할 기회가 생긴다면 돌아가고 싶은 시절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들이 20대 시절을 추억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것이 우리 사회의 역할인 듯하다.

    허철호(문화체육뉴미디어영상부장·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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