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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천고마비의 이 계절에- 권영수(전 마산운수(주)관리상무, 경남 참사랑봉사회 회장)

  • 기사입력 : 2021-09-23 20: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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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제 추석 연휴도 끝나고 나니 모두가 일상으로 돌아와 각자 맡은 일에 열중할 것이다.

    지난여름은 폭우와 폭염, 태풍 등 많은 기상 이변이 있었다. 그런데도 갖가지 과일들이 빨갛게 잘 익어 주렁주렁 매달려 자태를 뽐내고 있다. 가을 들판엔 벼가 누렇게 물들어 황금 물결이 출렁이고 있다. 이를 볼 때 농부들의 피땀 흘린 노고와 자연의 위대함에 고개가 절로 숙여진다.

    가을은 그 누군가가 말했듯 오곡백과(五穀百果)가 풍성하게 잘 익어 가는 것을 보고 천고마비(天高馬肥)의 계절이라고 했다. 이를 풀이해 보면 하늘(天)은 높(高)고 말(馬)이 살찐(肥)다는 뜻이다.

    그래서 천고마비는 넉넉한 가을을 긍정의 표현을 하고 있다. 이와 같은 어원에 대해 여러가지 설(說)이 나돌고 있다. 하늘(天)은 높고 말(馬)이 살찌는 동안 한가롭게 쉬는 사이 북방에서 오랑캐들이 쳐들어 온다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또한 흉노의 노략질에 중국 변방의 백성들이 삶의 애환과 고통을 절박한 심정으로 가슴 아픈 사연을 담은 얘기로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많은 세월이 지나면서 오곡백과가 풍성한 가을이면 아무리 가난한 사람도 모두가 마음이 풍요로워진다는 것이다.

    요즘 높아진 구름을 향해 자꾸 눈길이 간다. 한껏 높이 떠서 곱게 열린 청량한 바다 위에 구름의 신세계가 떼를 지어 변화무쌍한 모양으로 그려진다.

    어느 종교에서는 태어나는 것은 한 조각 구름이라 하고 죽는 것은 한 조각 구름이 스러지는 것과 같아 인생은 뜬구름과 같다고 했다.

    자기도취에 빠진 듯 꿈 덩어리처럼 퍼져가는 가을 하늘의 양 떼 같은 구름을 보면 굳어진 마음에 잠재워진 소망을 끌어 주는 것만 같이 느껴진다.

    가을은 비(雨)처럼 그렇게 각자의 가슴속에 스며들고 있다. 특히 청춘남녀들은 가슴속에 담아 둔 누군가를 생각하면 두근거리는 이유들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천고마비는 지난여름 폭염을 몰아내 준 고마운 섭리이며 대자연의 섭리는 진리와 이치를 깨닫게 하고 있다. 이제 얼마 후면 숲의 나무가 자연의 질서에 순응해 주신 그대로 붉음과 노랑으로 오색찬란한 옷으로 갈아입게 될 것이다.

    가을은 사람들의 마음을 흔들리게 하는 ‘갈대의 순정’이라 했던가? 오만가지 생각이 흔들리는 마음의 본질(을 따라 어디론가 발길 닫는데마다 머물게 한다.

    가을은 미완의 그림조차 완성하고 싶은 마음이다. 가을은 우주 만물 속에 대자연이 내려 주는 풍요와 행복이 모든 이의 가슴속에 가득 채워졌으면 좋겠다. 가을은 사랑이 영글어 가는 계절이기도 하다. 가을 들판의 풍성함처럼 선남선녀들의 좋은 결실이 많이 맺어졌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 본다.

    권영수(전 마산운수(주)관리상무, 경남 참사랑봉사회 회장)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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