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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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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반대여론 많은데 ‘수승대’ 이름 굳이 바꿔야 하나

  • 기사입력 : 2021-09-27 20:4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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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거창군이 지역 대표 문화재인 ‘수승대’의 명칭 변경을 예고한 문화재청에 사실상 반대 의견을 제출했다. 거창의 유서 깊은 명소로 잘 알려진 수승대는 오랜 기간 이 이름으로 널리 알려져 왔으나 최근 문화재청이 ‘수송대’로 명칭 변경을 예고하자 지역 여론이 들끓는 모양새다. 문화재청은 과거 삼국시대에 수송대로 불린 곳이니 고유의 이름을 되찾아준다는 취지로 명칭 변경을 추진하는 것이라고 하나 이에 대한 지역 여론은 결코 호의적이지 않다. 그러니 재고의 여지는 없는 것인지, 느닷없는 명칭 변경이 과연 타당한 것인지에 대한 물음표를 던지지 않을 수 없다.

    문화재의 명칭을 변경하는 사안은 매우 신중하고 세심하게 접근해야 할 일이다. 최근 들어 지명이나 문화재의 명칭을 일부 변경한 사례가 있지만 대개의 경우 일제 등 특정 세력이 우리 고유의 명칭을 의도적으로 없애거나 고친 경우다 ‘과거 청산’과 함께 ‘빼앗긴 이름 되찾기’의 관점에서 접근한 것이다. 수승대라는 명칭은 그간 사회적 갈등을 빚은 것도 아니고 특정 세력에 의해 억지로 변경된 것도 더욱 아니다. 수승대는 ‘수송대’와 함께 조선시대부터 혼용돼 불려왔고, 1543년에 퇴계 이황이 ‘수승’으로 명칭을 바꿨다고 퇴계 문집에 기록돼 있을 정도다. 이때부터 거창을 대표하는 상징물인 수승대로 불리게 됐고, 오랜 기간 그렇게 자리 잡은 명칭이다.

    물론 애초 불리던 옛 고유명칭으로 변경해 문화재의 가치를 드높인다는 문화재청의 노력을 무조건적인 반대 시각으로 바라보려는 것은 아니다. 그 논거를 전혀 이해 못 할 것도 아니다. 하지만 이 경우는 다소 무리가 있어 보인다. 그냥 수승대로 불러도 될 것을 굳이 수송대로 변경해 갈등의 씨를 뿌릴 이유가 있느냐는 것이다. 거창군은 문화재청이 명칭변경 추진과정에서 지역민이나 지자체·관리단체 등의 의견을 듣거나 협의하는 절차를 거치지 않은 점 등을 들어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관련 단체에서도 “수승대라는 명칭은 틀린 것이 아니라 널리 사용돼 정착된 고유명사이자 우리의 역사”로 주장하고 있다. 문화재청은 거창군과 지역의 이런 반대 여론도 경청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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