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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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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경남의 가을에서 찾은 존중 - 안소영 (창신대 항공서비스학과 교수)

  • 기사입력 : 2021-10-05 21:3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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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제 가을이다. 아직 이른 감이 있지만 올해 마무리의 마중물로 무엇을 삼을 것인지 고민할 때이다. 그래야 2021년을 열심히 그리고 의미 있게 보낸 자신을 칭찬할 수 있고, 새로운 365일을 맞이할 것이기 때문이다.

    깊어가는 가을, 차(茶) 한 잔과 함께 책을 읽고, 나와 주변에 대한 존중으로 다가올 미래의 마중물을 삼으려 한다.

    차를 마신다는 것은 차, 물, 다구를 준비하는 과정을 거치고, 제대로 우려내고, 정성껏 건네는 과정 끝에 한 잔의 차를 마시는 것을 말한다. 일상의 바쁨과 고단함에서 벗어나 여유를 가지고 마시는 한잔의 차는 차가 가진 효능이나 다양한 이유로 편리하게 마시는 차와는 차이가 있다. 차를 준비하고 마시는 과정이 복잡하고 시간이 많이 소요되더라도 나 자신 그리고 함께 마시는 이에게 진정한 차의 맛과 여유 그리고 느림의 미학을 제공한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복잡한 마음을 내려놓고, 휴식을 취하기 위한 것과 지식을 습득하기 위한 것이 있다. 전자는 재미있어야 하고, 마음을 가볍게 할 수 있어야 한다. 후자는 그 책의 논리와 내용이 내가 지금 필요한 것이라는 판단이 있어야 될 것이다.

    존중한다는 것은 자신을 높이 귀하게 대하는 것과 타인의 가치를 인정하고 소중하게 여기는 것이다. 그래서 누구나 존중받고 싶어 하고 누구나 존중해야 한다.

    하지만 최근의 우리와 주변을 둘러보면 차와 독서, 존중이 참 인색한 듯하다. 예전에 비해 차도 책도, 사람 간의 소통 방법은 더 다양화되고 더 용이해졌다. 스마트폰 속에 여러 권의 책을 넣어 다니며 언제든 읽을 수 있고, 티백에 정수기의 뜨거운 물, 다양한 SNS로 소통할 수 있다.

    책을 책꽂이에서 뽑고, 책장을 넘기고, 줄을 긋고 자신의 흔적을 남기는 메모가 있는 독서의 그 과정들은 마음을 내려놓는 준비 과정이고 휴식을 위한 도구로 읽어내야 하는 책과는 사뭇 다르다.

    “차 한잔 같이 해요”, “차 한잔하실래요?” 평상시 참 많이 사용하는 인사말이다. 말 그대로 차를 같이 마시자는 의미도 있지만 공감과 소통의 기회 포착이며, 세상 지식을 사람과 나누고 사람을 존중하는 싱그러운 가치로 바꾸어주는 시작어라고 할 수 있다. 그 언어적 행위가 결국 자기 존중, 상대 존중으로 사유의 기회를 만든다.

    차는 사람에 의해 인식된다. 차는 혼자 마실 때 신비스럽고 고상한 모습이 되고, 둘이 마실 때 훌륭한 자리를 만든다고 초의선사는 생각했다. 그에게서 자신과 소수부터 세상을 존중하는 태도를 배운다. 한 잔의 차도 티백에 정수기의 뜨거운 물 부어서 마시는 것이 아닌 다관에 정성껏 우린 차의 맛을 알아야 그 느낌으로 사색을 가질 수 있고, 깊이 있는 차를 즐길 수 있다고 말한다. 스쳐 지나가고, 대충 이해하고, 필요할 때 급하게 찾아 쓰는 지식과 깊이 있는 사색의 결과로 나온 지식의 자료가 다르듯이, 차를 우리는 과정을 다 거치고, 정성이 깃든 차 한 잔이 만들어준 맑은 정신은, 깊이 있는 지식과 나와 타인에 대한 존중을 아는 인간을 만들어 낸다.

    다반사, 일상의 일이 결국 밥 먹고, 차 마시는 일이고, 차를 마신 후에야 모든 일을 시작하고, 모든 일의 준비는 책 읽기에서 시작된다. 차와 책을 통해 세상과 함께 존중을 배워 나간다.

    경남, 가을이 시작되었다. 울긋불긋 단풍, 여름 열기 후의 바다, 도심과 시골이 있는 곳, 80~90년대 화려한 창동은 사라졌지만, 차, 책, 존중으로 전통문화예술의 바람은 다시 불 것이다. 40년 전통의 다전에서 신(神)과 승(勝)의 작설차를 한잔해야겠다. 씁쓸한 한잔의 녹차 후에 고려당 단팥빵으로 경남의 여유를 찾아보고, 마음속 깊숙이 담아, 존중의 길을 지나 일상으로 돌아와야겠다. 그것이 자신에게 주는 여유이고 함께하는 경남 존중의 시작이다.

    안소영 (창신대 항공서비스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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