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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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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간이역] 소나기구름- 김용웅

  • 기사입력 : 2021-10-14 08:06:04
  •   

  • 저렇게

    큰 덩치로


    하늘에서

    둥실둥실 떠갈까?


    어쩌나

    땅으로 떨어지면


    땅 위의

    친구들


    모두 모두

    다칠까 봐


    보슬비로

    내리지


    ☞ 하늘을 한번 올려다보는 것만으로 잔잔한 감동이 일어나는 날이 있다.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을 보고 막막했던 가슴이 맑아지고, 피어나는 뭉게구름을 보며 하얀 꿈을 꾸기도 한다. 먹구름이 무거운 엉덩이를 잔뜩 늘어뜨린 날은 빗방울을 따라 흩날리는 꽃잎을 그려본다.

    자연 현상은 모든 것이 경이롭고, 문학을 하는 행위는 인간이 자연의 일부임을 깨닫는 과정의 하나이다. 하늘은 옛날부터 인간이 의지해온 소원의 장이자 세상을 비추는 거울이었다. 하늘을 배경으로 삼는 구름은 늘 모양이 달라 변화무쌍한 인간사에 비유되기도 했다.

    아이의 마음으로 구름을 바라보면, 구름은 매일 다양한 이야기를 하늘에 수놓는다. 먹구름이 고여 있는 것을 본 아이가 구름에게 말을 건다. 구름아, 네 엉덩이가 너무 무거워 힘들겠다. 땅에 내려와 좀 쉬어. 그러자 먹구름이 아이에게 말한다. 내 덩치가 커서 너희들이 다치면 어떡해. 그래서 구름은 커다란 몸을 잘게 부수어 보슬비가 되어 내려온다. 그 빗물을 먹은 땅은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운다. 아이의 우산 위에 미끄러진 빗방울이 발등에 떨어질 때, 빗방울은 기분이 좋아 맑은 소리를 낸다.

    문득 하늘을 보니 먹구름이 산허리에서 잔뜩 몸을 웅크리고 있다. 꽃과 새와 나비와 내가 다칠까 봐 숨을 고르고 있는 구름을 보고 가슴이 평온해진다.

    김문주(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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