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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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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칼럼]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김창남 (성균관대학교 삼성창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 기사입력 : 2021-10-18 08:0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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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 창 남 성균관대학교 삼성창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얼마 전 넷플릭스 드라마 D.P가 인기를 끌었다. “내 군 생활과 너무 비슷하다”, “떠올리고 싶지 않던 군 생활이 내 눈앞에 다시 펼쳐졌다” 등의 후기가 쏟아지면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에도 덩달아 관심이 쏠렸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이하 PTSD)는 말 그대로 심각한 외상에 노출된 후 스트레스와 불안 증상이 지속적으로 나타나는 것을 말한다. 외상 경험은 잔인한 사고나 범죄, 전투나 납치, 자연재해 등과 같이 위협적인 것에 노출됐거나 이를 목격한 경우, 광범위한 신체나 성적 학대를 경험한 경우를 일컫는다. PTSD는 연령에 상관없이 발생할 수 있는데, 특히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 쉽게 노출되는 성인기에 많이 나타난다. 혼자 지내거나 이혼을 한 경우, 사회적으로 위축된 경우 또는 낮은 사회경제적 상태에 있는 경우 더 잘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사실 그 누구도 PTSD에 안전한 사람은 없다.

    2013년에 개정된 진단체계인 DSM-5(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 매뉴얼)에 따르면 PTSD로 진단받기 위해서는 침습, 회피 행동, 기분과 인지의 변화, 과각성 증상이 1달 이상 지속돼야 한다. PTSD의 증상은 3가지 영역에서 나타난다. 첫째, 외상을 겪은 후 나타나는 고통스러운 기억이나 꿈, 플래쉬백과 같은 해리 현상, 강렬한 고통이나 뚜렷한 신체 반응과 같은 침습 증상이 있다. 둘째, 외상과 관련된 자극의 회피이다. 외상과 관련된 생각이나 행동을 피하거나 외상과 관련된 기억이 사라지고 감정이 둔해지면 비현실적인 기분이 든다. 또한, 미래에 대한 감각이 단축되어 앞으로의 삶이 정상적이지 않을 것이라고 여기게 된다. 마지막은 증가된 각성으로 인한 불면, 예민함, 과도한 놀람, 과도 각성이다.

    PTSD는 사고 발생 1주일 뒤 심지어 30년 이상 지난 후에도 나타날 수 있다. 증상은 언제든지 변동할 수 있으며, 스트레스가 있는 동안 악화할 수 있다. 환자의 30%는 증상이 점차 호전되고 40% 정도는 가벼운 증상을 지속해서 경험하며, 이외 20% 정도는 중등도의 증상을 보이고, 10%는 증상 호전 없이 오히려 심해지기도 한다. PTSD 증상이 빨리 시작되었거나 6개월 미만으로 짧은 경우, 외상을 겪기 전 기존 사회적 관계가 좋았던 경우, 물질 관련 장애나 신체질환, 다른 정신과적 질환이 없는 경우에는 예후가 좋다. 단, 외상의 신체적 및 감정적 충격에 대처할 능력이 떨어지는 어린이나 나이가 들면서 고지식하고 고정적인 대처 능력을 지녔거나 다른 질환이 함께 동반된 경우에는 외상 극복에 어려움을 보인다.

    PTSD 치료는 광범위한 약물치료와 함께 다양한 정신치료가 필요하다. 심층 분석적인 정신치료가 도움이 되기도 하며, 이 밖에 행동치료, 인지치료, 최면술 등이 사용된다. 또한, 힘든 상황을 잘 극복할 수 있도록 이완 요법 등의 적응 방법을 교육하는 것도 좋은 치료 방법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치료에서 가장 우선시되어야 하는 것은 충격적인 사건을 당한 환자에게 정서적인 지지와 그 사건에 대해 함께 이야기할 수 있는 용기를 심어주는 것이다.

    김창남 (성균관대학교 삼성창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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