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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4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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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행복은 어디에 있는가?- 이홍식(시인·수필가)

  • 기사입력 : 2021-10-19 20:3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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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늘 감사하며 살았지만, 세월에 내몰리듯 그렇게 떠밀려 살다 보니 내 안에서 부서지는 나의 소리를 잊고 있었다.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 속에서 성실히 살아가고 있다고 자부하면서 일상을 반복하고 있지만 가끔은 의도치 않게 실수하거나 잘못을 저지르게 될 때도 있다. 그때는 무심한 하늘을 원망해 보기도 하지만 작은 실수 정도는 스스로 용서함으로써 마음의 평온을 찾기도 한다.

    세상이 참 어렵고 복잡해졌다고들 말한다. 나도 늘 같은 생각이었는데 어느 날 지인들과의 소주 자리에서 누가 말했다. “세상이 복잡한가, 머릿속이 복잡한가.” 그렇구나! 세상을 탓하는 게 훨씬 쉬웠기 때문에 내 머릿속이 복잡할 것이란 생각을 미처 못했다. 인생이 힘에 부칠 때는 자신을 살피기가 참으로 쉽지 않다. 하지만 자신이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세상은 분명 다르게 보인다. 지금 자신의 처지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도 그 속에서 희망의 요소들을 찾아보자. 자신의 행복을 책임질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자신뿐이니 스스로 행복을 찾을 수 있어야 한다. 가끔은 바쁜 걸음을 멈추고 자신을 둘러싼 세상을 바라보자. 봄에 피는 꽃을 보고 가을에 지는 달을 음미해 보는 여유가 곧 행복이 아닌가 싶다. 풀이 자라는 모습을 봐도 좋고 떨어지는 낙엽을 봐도 좋다. 이 모든 것이 우리에게 베푸는 최고의 축복이다.

    살다 보면 자기 뜻과 상관없이 곤경에 빠지기도 하고 남을 비판하거나 비판받기도 하며 선택하거나 선택받기도 한다. 순수한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 일한다고 해도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기란 불가능하다. 똑같은 일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은 천차만별일 것이며 그야말로 각양각색의 반응이 어떤 것은 부드럽게, 어떤 것은 날카로운 화살처럼 날아오게 된다. 그러한 과정을 거치다 보면 처음에는 자신감이 충만했던 사람도 끝없는 의구심과 자기부정 속에 점차 의기소침해지게 마련이다. 그러니 다른 사람의 말 한마디에 휘둘리지 말고 자신만의 길을 가는 법을 배워야 한다. 남이 자신을 어떻게 볼 것이지 고민하며 전전긍긍하는 것만큼 어리석고 무의미한 일도 없다. 우리가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수 없는 까닭은 사람마다 기준과 관점이 다르고 우리가 모든 사람은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 자신만의 독특함과 다른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가치를 인정하고 내면의 열정에 기대면 된다. 인생은 작은 불꽃만 있어도 얼마든지 환하고 생기 있게 빛날 수 있으며 그곳에서 더 많은 행복을 찾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아무런 문제 없이 흘러가는 인생이란 없다. 가끔 손해 보는 것도 불공평한 대우를 받거나 문제가 닥치는 것도 모두 인생의 한 부분이며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어차피 피할 수 없는 일이라면 차라리 겸허히 받아들이는 편이 정신적으로 훨씬 건강하고 유익한 일이다. 안 좋은 일이 생겼다고 온종일 고개만 숙인 채 원망만 널어놓는 사람은 자기 자신도 힘들지만, 남들도 힘들게 하므로 결국은 모두에게 외면받고 자신을 고립으로 몰고 간다. 행복은 누리고 원망은 버려라. 남을 원망하면서 동시에 행복해질 수는 없다. 남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기 자신을 위해 원망하는 마음은 버려야 한다.

    행복은 단순하다. 아무런 조건도 이유도 없이 우리 곁에서 언제나 어디서나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늦은 오후 손을 잡고 공원을 산책하는 노부부의 어깨 위에, 지친 일상을 활기차게 만들어 주는 친구와의 다정한 대화 속에, 작게 코를 골며 곤히 잠든 아이의 머리맡에는 작지만 분명한 행복이 존재한다. 조금만 시선을 돌리면, 조금만 생각을 바꾸고 미소를 지으면 행복은 쉽게 발견할 수 있다. 행복은 늘 조용히 우리를 기다리고 있음을 기억하면서 ‘만족할 줄 알면 항상 즐겁다’는 옛말처럼 지나친 욕심만 버린다면 행복을 얻기란 그리 어렵지 않을 것 같다.

    이홍식(시인·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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