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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주기철 목사 일대기 오페라 일사각오를 보고- 이광수(소설가)

  • 기사입력 : 2021-10-19 20:3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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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2일 창원 성산아트홀에서 창원 진해 출신 항일 독립운동가이자 기독교 순교자 주기철 목사 일대기 ‘일사각오’ 오페라가 공연됐다. 주기철 목사 순교기념사업회와 창원시 기독교장로총연합회가 주관한 오페라 일사각오는 창원을 비롯한 경남지역 개신교 교회들이 연합하고 경남도와 창원시가 특별 협찬하여 지역의 대학교수들과 전공자들 교회성가단 등의 지방 인재들이 모여 의욕적으로 총연합하여 무대에 올린 이색적인 오페라 공연이었다. 이날 공연장에는 대부분 교회 신자들이 자리를 메웠지만 비 크리스찬들도 많이 관람하여 성황의 공연장이 되었다. 우선 지방의 인재들로 구성되어 꾸며진 오페라 무대였지만 내용과 구성 모든 데서 오늘 이 시대 큰 울림이 되었던 문화행사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애국지사이자 순교자인 주기철 목사는 창원시 진해구(구 창원군 웅천면 북부리)에서 주현성 장로와 조재선의 넷째 아들로 태어났다. 고향 웅천에서 신식 교육을 받은 주 목사는 민족의 현실에 일찍 눈을 떴다. 그는 일제 강점기 수많은 국가 지도자와 목사들이 배교와 신사 참배로 민족에 반역했지만 끝까지 참 신앙인으로서의 신념을 지켰다. 그는 일제의 신사 참배 강요가 절정에 이르자 ‘일사각오’의 결심으로 주일설교를 통해 반일운동에 앞장섰다. 1938년 장로교 27차 총회 평양노회에서 일제의 신사 참배를 가결하자 “평양아, 평양아, 하나님의 신이 네게서 떠나는 도다”를 외치며 통곡했다. 그리고 신사참배를 거역한 죄목으로 투옥되었다. 1년 6개월의 옥고를 치르고 난 후 석방되자, 평양 산정현교회 신자들에게 5종목의 ‘나의 기도’라는 제목의 설교를 했다. 이미 죽음을 각오한 비장한 각오가 섰음을 기도문을 통해 알 수 있다. 이 설교를 들은 산정현교회 2000여 신자들의 통곡으로 교회는 눈물 바다를 이루었다고 한다. 그 후 주 목사는 다시 수감돼 총 5년 4개월 동안 온갖 고문을 당했다. 결국 모진 고문과 학대에 시달린 주기철 목사는 고문 후유증과 영양실조로 해방 16개월을 남긴 채 숨을 거두었다. 그 때 주기철 목사의 나이는 불혹을 겨우 넘긴 47세였다. 민족의 해방을 불과 1년 4개월 앞두고 가슴에 맺힌 민족 해방의 통한을 풀지도 못한 채 저 세상으로 갔으니 그 죽음이 너무나 안타깝다.

    도내 및 창원시 관내 많은 교회 신자들이 참석해 공연을 관람하며 성황을 이룬 오페라 공연이었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큰 메시지를 던지는 의미가 있었다. 항일운동과 기독교 순교정신을 살려 스토리텔링으로 깊은 울림이 되는 오페라가 되도록 최선을 다했다는 평가를 하고도 충분했다. 이번 주기철 목사 일대기를 그린 창작오페라 공연을 계기로 이 지역에 기독교 신앙과 애국정신이 더욱 고양될 것으로 확신한다. 믿음과 신념이 사라진 세상, 권력과 물질에 찌든 사회 지도층 인사들의 부정과 비리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 ‘일사각오’의 굳은 신념과 신앙심으로 나라와 민족을 지키려고 몸부림치다 순교한 주기철 목사. 그의 거룩한 애국순교정신이 더욱 그리운 것은 필자만의 생각이 아닐 것이다. “참된 믿음이 참된 애국의 길” 이라는 애국 순교자 주기철 목사님의 말씀을 깊이 되새겨봐야 할 때인 것 같다.

    이광수(소설가)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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