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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간이역] 해금강 동백- 이처기

  • 기사입력 : 2021-10-21 08: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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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금강 동백꽃은 왜 그리 붉었던가

    조선소 돌던 연기는 하늘 어룽 남기더니

    포로병 남긴 제복은 피멍 되어 흐르구나


    ☞ 거제는 우리나라 조선업의 일등공신이다. 한동안 호황 중에 중국 등의 거센 도전으로 황금알을 낳던 조선업이 잠시 휘청거렸다. 망치 소리가 사라진 항구에는 쓸쓸한 적막만이 감돌았다. 일감이 끊긴 조선소의 일꾼들의 발걸음은 어땠을까, 어스름의 길목이 한층 더 어두웠을 것이다. 한때 우리의 자부심으로 조선소를 움직여온 거대한 골리앗, 크레인의 한숨 소리도 불황의 바닷바람에 쓸리곤 했다. ‘조선소 돌던 연기는 하늘 어룽’ 남았다며 시인은 희망을 포기하지 못하는 노동자들의 마음을 아련한 연기로 그려내고 있다.

    포로병의 ‘피멍’과 조선소의 눈물이 해금강 ‘동백’처럼 그리도 붉었던가? 한국전쟁 당시 사로잡은 인민군과 중공군 포로들을 수용한 포로수용소가 거제도에 있었으니 시인은 포로병의 피멍든 제복과 눈빛을 동백으로 환기시키고 있다. 수용소 내에서의 이념갈등과 폭동 등의 과거사를 통해 노동자들의 생사여탈을 단시조에 담았다. 말은 짧으나 뜻은 긴 “해금강 동백”은 옴니버스 영화처럼 거제의 지난날과 오늘의 슬프고 막막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젠 신기술 개발과 고부가가치 선박의 수주로 조선업이 다시 활황기를 맞고 있으니 거제의 일상사가 즐거운 상상으로 이어지리라.

    이남순(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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