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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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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폭력 막던 경찰관을 폭행해도 무죄라니”

경부울 경찰·여성단체 회견
울산서 아동학대 신고 출동
40대 가장, 경찰관 폭행·폭언

  • 기사입력 : 2021-10-26 20:4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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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 사회가 가장 소중하게 지켜야 할 아동을 위해 나서 가정폭력을 행사한 가해자를 붙잡았을 뿐인데 무죄 판결을 받다니요…. 이렇게 옭아매면 가정폭력에 노출된 아동이 위험해집니다.”

    26일 오전 경남경찰청 현관 앞에서 마이크를 쥔 경남·울산·부산경찰청 직장협의회 소속 경찰관들은 “참담하고 비통한 마음으로 기자회견에 나섰다”며 말문을 열었다. 이들 뒤에는 경남지역 여성단체 36곳의 회원 30여명이 손팻말을 들고 서서 경찰관들의 기자회견에 힘을 보탰다.

    26일 오전 경남경찰청 현관 앞에서 경남·울산·부산경찰청 직장협의회 소속 경찰관들(오른쪽)이 울산지법의 아동학대 분리현장 공무집행방해 무죄 판결을 규탄하고 있다. 경남지역 여성단체 36곳의 회원들도 재판부 판결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준비하고 있다./김승권 기자/
    26일 오전 경남경찰청 현관 앞에서 경남·울산·부산경찰청 직장협의회 소속 경찰관들(오른쪽)이 울산지법의 아동학대 분리현장 공무집행방해 무죄 판결을 규탄하고 있다. 경남지역 여성단체 36곳의 회원들도 재판부 판결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준비하고 있다./김승권 기자/

    경찰과 여성단체, 그리고 판결문에 따르면 지난해 4월 울산의 한 주택에서 발생한 가정폭력으로 정서적 아동학대에 놓인 7세 아동에 대한 신고를 받고 경찰이 출동했다. 아내는 남편과 분리돼 있었지만 아동은 남편과 함께 있었고, 즉각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경찰은 폭력을 행사한 남편과 아이들을 분리시키기 위해 집에 들어가려 하자 남편이 경찰관의 낭심을 가격하는 등 전치 3주의 치료를 요하는 폭행과 폭언을 쏟아부었다. 이에 경찰은 공무집행방해와 상해 혐의를 적용해 남편 A(46)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하고 입건했다.

    1심 재판부는 A씨의 폭행이 정당방위에 해당한다며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울산지법 형사9단독 정제민 판사는 재판에 넘겨진 A씨에게 지난달 30일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A씨가 도망하거나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었다고 볼 수 없고, 경찰관들이 A씨를 체포한 행위는 현행범인 체포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판시했다. 검찰은 1심 판결 이후 항소했다.

    지역을 떠나 현장 경찰관들이라면 모두가 겪는 일이라는데 공감한 경·부·울 경찰 직장협의회는 공동으로 기자회견을 자처했다.

    경남·울산경찰청 직협은 이날 “범죄 피해가 발생했을 때 시민을 가장 먼저 지켜주는 사람은 바로 현장 경찰관들이다”며 “현장경찰관이 아동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가 분명해 보이는데 과연 무엇이 잘못됐는지, 무엇이 문제가 됐는지 재판부에 되묻고 싶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이어 여성단체도 “가정폭력 현장에 노출된 자녀들은 극심한 불안과 두려움을 느낀다”며 “가정폭력 신고에 강력한 조치를 요구하는 시대적 상황에서 경찰에 대한 폭력행위를 정당방위로 인정한 판결은 경찰의 적극적인 보호조치를 위축시키고 가해자의 행동을 더욱 강화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경남경찰청에 따르면 경찰관들의 정당한 직무집행을 방해하거나 폭행하는 일이 경남에서만 하루 평균 2건 가량 발생하고 있지만, 대부분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고 있다. 경남 경찰은 지난해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모두 751명을 입건했지만 실제 구속인원은 20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도영진 기자 dororo@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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