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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기자가 간다] 청년들의 심각한 문해력 저하

당신의 문해력, 독서에 달렸다

  • 기사입력 : 2021-10-26 20:5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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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흘과 나흘.’ 이달 초 개천절과 한글날에 대한 대체 공휴일이 생기면서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ocial Network Services·SNS)에는 다소 터무니없는 논란이 불거졌다. ‘대체공휴일이 확정되면서 사흘 연휴를 가지게 됐다’는 소식에서 사흘이 3일인지 4일인지 헷갈려하는 게시글이 수차례 올라왔기 때문이다. ‘사(4)흘 연휴는 4일 쉬는 걸 의미하는 줄 알았다’, ‘3일 쉬는 게 사흘이면, 4일은 무엇이라 하는지 잘 모르겠다’, ‘나흘은 처음 듣는다’ 등 사흘과 나흘을 구분하지 못한다는 고백 아닌 고백도 이어졌다. 청년들의 저조한 문해력의 민낯이 벗겨지는 순간이었다.

    경남대 학생이 대학 도서관에서 책을 살펴보고 있다.
    경남대 학생이 대학 도서관에서 책을 살펴보고 있다.

    ◇청년들에게 가장 중요한 문해력

    EBS 프로그램 ‘당신의 문해력’에서는 성인 883명을 대상으로 ‘사회생활 중 문해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라고 묻자 87.9%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럼에도 이들에 대한 문해력 테스트 결과는 처참했다. 15분 동안 11개의 문제를 푸는 방식이었는데, 평균 점수는 54점으로 성인 1인당 평균 6개의 문제를 맞춘 것에 그쳤다.

    문해력은 사회생활 전반적으로 활용된다. 소통능력을 포함해 보고서 작성 등 기초업무에서도 반드시 활용되기 때문이다. 기본 취업 시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자기소개서를 작성하고, 면접을 진행할 때도 문해력은 큰 영향을 미친다. 많은 청년들이 이를 알고 있지만 세대가 지날수록 문해력 수치는 점차 낮아지고 있다. 부족한 문해력은 완성된 글을 읽지 않고 쓰지 않는 습관에서 시작된다. 글을 읽지 않으니 저절로 문해력도 떨어지고 책읽기나 글쓰기를 기피하는 상황에까지 이른다.

    신성일 경남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독서를 하면 깊이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 깊이 생각함으로써 소통능력이 향상되고 이는 다른 활동을 하는 데 있어서 밑바탕이 되는데, 청년들이 중요시하는 취업활동뿐만 아니라 취업 후 보고서 작성이나 발표 등 회사업무에 있어서도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글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인 문해력
    사회생활 전반에 활용되지만
    제대로 읽고 쓰지 않는 습관 때문에
    청년 문해력 수치 갈수록 낮아져

    최근 오디오북·e북 등 플랫폼 다양
    예전보다 독서 쉽고 재밌게 즐길 수 있어
    다양한 책 무제한 읽는 구독서비스
    이미지 아닌 글 위주 SNS 활용도 도움

    ◇독서 도움되지만 실천 쉽지 않아

    대학생 김다혜(21·여)씨는 전공 책을 이해하거나, 작문 시 겪는 어려움을 꾸준한 독서 습관으로 극복하고 있다. 김씨는 “매일 별도로 시간을 내서 독서를 하는데, 확실히 긴 글을 전혀 접하지 않았던 이전보다 글을 받아들이는 데 수월한 점을 느낀다”며 “청년의 문해력 향상을 위해 독서 습관 형성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매년 새해마다 ‘시간 날 때마다 독서하기’는 단골 다짐 소재다. 하지만 청년들에게 이는 쉬운 일이 아니다. 많은 청년들이 독서를 하지 않는 이유로 시간 부족을 꼽는다.

    “독서가 중요하다는 건 아는데, 막상 실천하기엔 쉽지 않아요. 취업 준비 과정에서 가시적으로 드러나는 자격증, 봉사 활동 등에 좀 더 시간을 많이 쓰게 되는 것도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경남대 재학 중인 정희정(21·여)씨는 부족한 시간 때문에 책 한권을 읽기 위해선 꽤 오랜 시간을 소요해야 한다. 틈틈이 독서를 하다 보니 그때마다 읽은 내용을 까먹게 돼, 이전 내용을 다시 읽어야 하는 수고도 뒤따른다. 그럼에도 독서를 멈추지 않는 이유는 독서를 한 후 문해력과 어휘력이 상승한 것을 체감했기 때문이다.

    ◇다양한 플랫폼으로 글 읽으며 문해력 극복

    기존의 독서방식은 지루하고, 재미가 없고, 무거운 책을 들고 다녀야 하는 등 다양한 불편함 때문에 청년들에게 외면받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다양한 매체와 콘텐츠가 생겨나면서 독서를 예전보다 쉽고 재밌게 즐길 수 있게 됐다.

    대표적인 예로 오디오북이 있다. 오디오북은 눈을 감고 휴식을 취하거나 어딘가로 이동하면서도 들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최근 오디오북 시장이 가파르게 성장하면서 네이버의 ‘오디오 클립’이나 ‘윌라’와 같은 전문 플랫폼 혹은 유튜브를 통해서 다양한 오디오북을 들을 수 있다.

    대표 오디오북 플랫폼인 네이버 오디오 클립(왼쪽), 대표 오디오북 플랫폼 윌라.
    대표 오디오북 플랫폼인 네이버 오디오 클립(왼쪽), 대표 오디오북 플랫폼 윌라.

    책을 읽고 싶은데 어려움이 있다면 책 리뷰 영상을 먼저 보고 읽는 방법도 있다. 북튜버(책과 관련된 콘텐츠를 만드는 유튜버)들의 다양한 영상을 먼저 참고한 뒤 책을 읽으면 이해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더욱 편리하게 책을 읽기 위해선 전자책을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전자책 단말기, 스마트폰 등을 이용하면 무거운 책을 들고 다니지 않아도 언제 어디서든 책을 읽을 수 있다. 전자책 단말기는 전자잉크 디스플레이를 적용해 종이 책을 읽는 듯한 느낌을 준다. 또한 스마트폰이나 태블릿과 달리 눈부심이 덜하다는 장점도 있다. 다양한 책을 같이 읽는 것을 좋아한다면 구독 서비스를 고려하는 것이 좋다. ‘밀리의 서재’, ‘리디북스’와 같은 구독 서비스를 이용하면 다양한 책을 무제한으로 읽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학생들의 경우 자신이 다니는 학교의 전자도서관 혹은 내가 등록한 공공도서관의 전자도서관을 이용하면 무료로 전자책과 오디오북을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신성일 교수는 “오디오북, e북도 좋은 방법이지만 SNS를 활용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 단, 이미지 중심의 SNS가 아닌 다른 사람들의 좋은 글귀를 읽어보고 써보는 방법 통해서 다른 사람들의 좋은 글을 많이 읽어보고 써보는 글 위주의 SNS를 하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변화된 독서방식 자체로 의미… 다양한 형태로 책 많이 접해야”

    [인터뷰] 김은정 경남대 국어교육과 교수·글쓰기센터장


    Q. 책과 글을 멀리하는 청년들이 늘었는데?

    A. 이 문제는 최근에 갑자기 나타난 현상은 아니다. 독서율이 떨어지고 독서력이 약해지는 경향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다. 현대 사회에서 급변하고 있는 청년들에게 예전과 같은 방식으로 독서를 하는 것은 기대하기 힘든 것도 사실이다.

    Q. 책과 글을 기피하면 나타나는 문제점은 ?

    A. 가장 큰 문제는 생각을 깊이 하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청년들은 스마트폰이나 SNS의 영향으로 짧은 글 위주만 접하고 있다. 책은 기본적으로 긴 글이다. 이 긴 글을 읽지 못하면 짧은 시간에 단편적으로만 생각하는 사고를 가지게 될 수도 있다. 생각의 깊이가 얕아지면 자신의 힘으로 무언가를 판단해야 할 때 오랜 시간을 거쳐 생각하는 것을 힘들어하는 문제점이 나타난다. 실제로 경남대 글쓰기센터에서 글쓰기 클리닉을 받는 학생들을 보면 긴 글을 쓰는 것에 대해 굉장히 힘들어하고 있다. 글이 길어질수록 생각의 방향을 찾는 것을 어려워하는 것이다.

    Q. e북, 오디오북 등 책의 변화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A. 현재 e북과 같이 새로운 형태의 독서방식에 대한 비판의 의견이 있다. 오디오북이나 e북을 읽는 것은 실질적 독서 활동이 아니라며 문제 제기를 한다. 하지만 변화된 형태의 독서방식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입장이다. 오디오북과 e북은 형태만 달라진 것이지 본질이 달라진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고전적으로 자리에 앉아서 책장을 넘기며 읽는 독서만이 완전한 독서는 아니다. 발전된 과학의 기술과 연결된 독서 활동도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 그러므로 청년들이 일상에서 충분히 접하기 쉬운 형태로 독서를 하는 것은 매우 좋은 방법이다. 청년들이 책을 한 가지 방법으로만 고집하지 않고 다양한 형태로 많이 접하면 좋겠다. 다양한 형태의 독서로 생각의 깊이를 늘리는 방향으로 나아가길 바란다.

    글·사진= 경남대 구본은·박재하·정유정 학생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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