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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5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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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경남농협 농업 뉴딜 (2) 함양농협·농협 함양군지부 유럽형 양파

‘구워 먹는 양파’·‘유러피언 양파’로 양파시장 새바람
양파 수급 안정 위해 대체작물 육성
스페인 ‘칼솟’ 개량해 함양파 개발

  • 기사입력 : 2021-10-27 20:5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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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전~통영고속도로 함양IC를 빠져 나와 10여분 정도 달리면 함양군 함양읍 용평리 일원의 양파 밭이 나온다. 양파 주산지로 단단하고 단맛이 일품이 유명한 이곳에 요즘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바로 구워먹는 양파인 ‘함양파’를 재배하고 있어서다. 지리산과 덕유산을 품고, 남강과 위천강 등도 흘러 천혜의 자연조건을 갖춘 만큼 지자체와 농협이 대체작물이자 특화작물의 재배지로의 변신을 꾀하고 있는 것이다.

    양파는 2019년 과잉 생산으로 사상 최대 가격 폭락 사태를 겪었다. 농가들이 피땀 흘리며 애써 키웠지만 평년(㎏당 877원)의 절반 수준에도 가격(401원)이 미치지 못하면서 눈물의 산지 폐기가 이어졌다. 양파 대란은 앞서 2014년에도 발생했다. 함양군과 함양농협의 도전은 양파 주산지임에도 반복되는 가격 불안정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데에서 기인한다.

    특화작물로 개발한 함양파는 언뜻 보기에는 대파처럼 보이지만 줄기를 구워 먹는 스페인 양파 품종인 ‘칼솟(calcot)’에서 착안했다. 스페인에서는 칼솟을 직화로 구워 검게 그을린 겉껍질을 벗기고, 하얀 속살은 로메스코 소스에 찍어 먹는 칼소타다가 유명하다.

    강선욱(왼쪽) 함양농협 조합장과 정영제 함양농협 농산물산지유통센터 사업소장이 비닐하우스에서 재배 중인 고구형(자색) 양파를 들어보이고 있다.
    강선욱(왼쪽) 함양농협 조합장과 정영제 함양농협 농산물산지유통센터 사업소장이 비닐하우스에서 재배 중인 고구형(자색) 양파를 들어보이고 있다.

    함양군과 함양농협은 2년생 양파인 칼솟을 재발아 시켜 지역에 맞게 개량했다. 이름도 지역 특색에 맞게 생산지인 ‘함양’과 파처럼 보이는 ‘양파’라는 특징을 살려 ‘함양파’로 붙였다. 이 함양파는 일반 양파보다 덜 맵고 더 단 것이 특징이다. 직화로 태우듯이 그을려 굽거나 에어프라이어 180도, 15분 정도 조리 후 겉껍질을 벗겨 뿌리부터 줄기까지 통째로 먹을 수 있다. 하얀 속살은 달짝지근하면서 부드러운 식감이 일품이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 이후 전국적으로 캠핑 문화가 확산하면서 유명세가 높아지고 있다.

    함양농협은 지역에 맞는 품종을 선발해 육성하고자 시범적으로 5농가를 확보했고, 이들 농가는 1.3㏊(1만3000㎡)를 재배해 지난해 4~5월 처음으로 함양파를 수확했다. 함양파를 신소득 작목으로 지정한 함양군은 올해 4월 서울 양재하나로마트에서 함양파 시식과 특판 행사도 진행했다. 함양파의 가격은 ㎏당 3500원으로 일반 양파(600원 이하)보다 판매 단가가 높아 농가의 신 소득원으로 빛을 보고 있다. 지난해 40톤을 수확한 함양파의 매출은 1억4000만원가량이다.

    함양파를 불에 굽고 있는 모습.
    함양파를 불에 굽고 있는 모습.

    함양군과 함양농협은 2019년 양파 파동 후 대체 작물의 필요성을 느끼고 스페인 칼솟 개량화 개발에 나섰다. 양파 주산지의 명성을 이어가는 동시에 신품종 육성에 나선 것이다. 함양농협은 재배 가능 여부를 알아보기 위해 칼솟 종자를 구해 3m 정도 소량으로 심었고, 이후 밭에서 키워도 가능하겠다는 판단을 내렸다. 다른 곳에서도 하지 않는 스페인 칼솟 재배를 두고 일부 농가에서는 “재배가 가능하냐. 설사 재배해도 팔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 시각도 있었지만, 함양군의 지원과 함께 연령대가 젊은 작목반에서 “뭐든지 같이 해보자”는 의기투합이 맞아지면서 재배가 성사됐다.

    정영제 함양농협 농산물산지유통센터 사업소장은 “스페인에 유학 중인 사람에게 전화해 재배 방법을 알아보고, 번역해서 찾아보며 칼솟 재배 테스트를 진행했다. 흔히 말해 맨 땅에 헤딩했다”면서 “하지만 고생은 아니었다. 농가들이 같이 해보자는 말에 힘이 났고, 부담을 주지 않아 일하기가 수월했다”고 설명했다. 함양군에서도 협력 사업으로 종자와 모구, 비료 등 영농 자재를 지원했다.

    이후 함양군 농업기술센터의 보조금 지원사업으로 시범 재배를 추진했고, 파종에 이어 하우스와 노지 재배지를 구분해 생육 조사와 관리도 진행했다. 지역에서 재배가 가능하도록 개량화하면서 종자를 수입하지 않아도 되겠끔 연구도 했다. 이는 함양농협 새롬채소작목반과 농협중앙회 함양군지부, 함양농협, 경남양파연구소, 함양군 농업기술센터가 유기적으로 협조했기에 가능했다.

    첫 수확과 함께 특판 행사를 진행한 함양농협은 농가를 설득해 칼솟 재배 면적을 4㏊로 늘린 이후 자색 양파인 고구형 양파와 유러피언(마늘형) 양파를 시범 재배하는 한편 과일처럼 날로 먹기도 하는 미국의 스윗트어니언인 왈라왈라 양파도 시장성 가능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육성 중이다. 4~5월 수확시기인 함양파의 저장 기간이 짧다보니 계절적 공급 다변화와 함께 색다른 식감을 제공하기 위해 다양화를 모색하기 위함이다.

    올해 4월 서울서 열린 함양파 특판행사./함양농협/
    올해 4월 서울서 열린 함양파 특판행사./함양농협/

    정 소장은 “지난달 초 140~150평 정도 되는 비닐하우스 한 동에 고구형(자색) 양파를 심었고, 오는 12월 수확 예정이다. 4~5월 수확이 아닌 12월 수확으로 먹고 팔 수 있는 기간을 길게 해 보자는 생각에서 추진했다”면서 “아울러 최근 건강식으로 샐러드 섭취가 늘고 있어 일반 양파의 2~3배 가격으로 팔리는 왈라왈라 양파도 시범 육성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배수가 잘 되는 토양에다 일교차가 큰 함양은 양파 농사에 적합한 데다 작물 재배 방법에도 큰 차이가 없어 농가의 거부감이 적고, 참여도 적극적이다”며 “함양군에서도 긍정적으로 보고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함양파를 비롯해 유럽형 양파(고구형·유러피언·왈라왈라)의 재배 면적을 많이 늘리기에는 부담이 없지 않다. 안정적으로 농사를 지으려면 판로가 확보돼야 하기 때문에 현재 인지도를 높이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한국양파생산자협의회장이기도 한 강선욱 함양농협 조합장은 “함양파는 신소득 고급 작물로 농가의 소득 증대에 기여하고, 기존 양파 생산농가의 집중도도 줄여 예전 사태 방지하는 등 여러 효과가 있다”며 “다만 안정적 판로 확보가 우선인 상황이라 특색을 갖춘 함양파를, 일반 양파와 함께 상품을 구성해 대형마트에 공급하거나 캠핑 전용 상품코너에 런칭해 인지도를 높이는 생각을 갖고 있다. 대체작물이 제대로 안착하기 위해 각계의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글·사진= 김정민 기자 jmkim@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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