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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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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포럼] 지역방송총국의 재기발랄(才氣潑剌)- 윤영미(서예가)

  • 기사입력 : 2021-11-01 20:2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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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년 10월, 575돌 한글날을 맞이하여 KBS 창원방송총국이 준비한 특별한 콘서트가 있었다. 서예가 순원 윤영미가 쓰고, 바르무용단이 추고, 장자번덕이 연기하고, 가수 안예은이 부르고, 팝핀현준 박애리가 표현하는 우리 글자 한글이 무대로 올려졌다. 그리고 얼마 뒤 한글날 특집으로 글씨 콘서트가 경남 전역으로 방송되었다.

    ‘나랏말ㅆ·미’를 돌에 새기며 시작되는 글씨 콘서트가 KBS 경남의 공영방송에서 나가자 많은 메시지가 쏟아졌다. TV 화면에서 펼쳐지는 글씨의 향연을 시청했던 사람들이다.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던 장면들이 KBS 경남에서 펼쳐지고 있었다. 글씨를 쓰는 사람과 한글이 스토리를 만들고, 글씨가 또 다른 예술과 다양하고 짜임새 있게 구성되었다. 캘리그래피나 컴퓨터 폰트 글씨와 구별된 서예가의 독특한 서체에 사람들은 몰입해 버렸다.

    코로나 시국에 공연을 준비한다는 것은 모험이 아닐 수 없다. 지역의 방송국에서 새로운 시도 또한 모험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어떠한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공연을 무 관객으로 방향을 정하고 어떤 일이 크게 일어나길 기대했다. 두 달 전부터 시작된 촬영은 스튜디오 촬영과 야외 촬영 그리고 서예가의 글씨를 끊임없이 방송국으로 써서 나르는 일들의 연속이다. 제작진은 서예가의 글씨로 화면을 만들어 앞으로 있을 공연을 준비하기 바빴다. 공연 날짜에 맞추며 진행되는 모든 준비는 의외로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자기 분야의 전문가들이 꾸미는 글씨 콘서트였다. 글씨 콘서트는 서예를 새로운 포맷으로 대중들에게 전달하고자 만든 창작 기획물이기도 하다. 또한 KBS 창원방송총국에서 만드는 프로그램이라 경남에 포커스를 맞추어 지역에서 창작해야 하는 명분이 필요했고, 한글날 특집으로 서예를 통해 한글이라는 문자가 조명되어야 했다. 그렇게 50분을 글씨로 숨 막히게 가득 채웠다.

    이제까지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던 형식으로 꾸며진 글씨 콘서트이다. 한글을 테마로 하여 서예에 춤과 연극과 노래가 더해진 독특한 형식의 콘서트였고 공연, 다큐, 토크가 함께 한 차별화된 콘서트였으며 한글날, 새로운 열 달 아흐레를 기념한 참신한 기획이었다.

    방송이 나간 후 한참 동안 많은 전화를 받았다. 어떻게 지역 방송국에서 이런 것을 기획하게 되었냐는 것이다. 총기획자가 눈이 멀어 기획 안에 사인하였고, 젊은 PD가 눈이 멀어 진행하였으며, 작가의 끈질긴 구애로 서예가도 눈이 멀어 만들었다고 농을 했다. 몇 년 동안 서예가가 강연장에서 보여준 글씨 콘서트를 2019년 한글날에 대 공연장 무대 위에 올렸고, KBS 창원방송총국은 이것을 놓치지 않았다. ‘서예를 공연으로 글씨를 예술로 한글을 디자인으로’가 드디어 세상 밖으로 나가게 되었다.

    사람들은 문화 예술 기획이 중앙에서 발굴되고 다듬어져 후에 지방으로 내려오는 것을 경험했다. 시설과 인적 자원이 풍부한 중앙이 수지가 맞을 수 있다. 지방은 조심스럽거나 약하다. 새로운 콘텐츠에 대한 공격력이 지방에서는 부족하다고 느낀다. 지방에서도 충분한 창조력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중앙으로만 몰리고 중앙을 가야만 인정받는다는 한숨을 차단할 수 있다. 글씨 콘서트는 지역 방송총국에서 보여준 재기발랄(才氣潑剌)한 시도가 아닐 수 없다. 결단과 용기가 필요했음은 말해 입이 아프다. 콘텐츠를 발굴하는 새로운 기획이 지역의 방송국에서 도전적으로 시도되어야 한다. 글씨 콘서트는 전국의 아이템인 한글을 지역의 특색이 묻어 나는 재기(才氣)로 잘 풀어내었을 뿐만 아니라, 어느 방송과도 차별화된 지역 방송국의 발랄(潑剌)한 발자취가 될 것이다.

    윤영미(서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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